[김호이의 사람들] 프로골퍼에서 리치언니로, 박세리와 나눈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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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0-11-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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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외환위기로 고통을 겪던 1998년 7월 7일, 메이저 골프 대회인 LPGA(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에 처음 진출한 박세리는 골프공이 물에 빠지자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 맨발의 투혼 끝에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시간이 흐르고 2007년, 골프채를 쥔 지 17년 만에 최대 목표였던 LPGA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골프채를 잡을 때는 실력으로 믿음을 주던 운동하는 언니에서 이제는 사회초년생으로서 다양한 도전을 즐기는 '리치언니'가 된 박세리와 달라진 일상 이야기를 나눴다.

 

박세리 감독 [사진=김호이 기자]


Q. 선수 시절보다 지금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방송의 영향인 것 같은데 어쩌다가 방송에 나오게 됐나요?
A. 방송은 원래 전혀 안했었어요. 섭외 오는 게 많았었는데 부담스럽기도 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가 올 초에 올림픽 관련해서 SBS '집사부일체'에 나갔거든요. 그 후에 ‘나혼자산다’가 결정적인 계기가 돼서 20~30대들이 많이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사실 그때 부담스럽긴 했어요. 집에서 생활하는 게 누구나 다 똑같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매일 입던 잠옷 입고 자는 게 일상이거든요. 근데 방송에서까지 잠옷 입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면서 지내는 걸 보여주는 게 민망하기도 했고, 난감하기도 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원래 저를 좋아하시는 팬 분들이 어머니, 아버지 세대 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방송에 잘 안 나오다 보니까 궁금하다고 하셔서 출연하게 됐죠.

Q. 선수시절 일상은 어땠나요? 
A. 일상은 전혀 없었죠. 아침에 눈을 뜨면 골프로 시작해서 자기 전까지 골프였어요. 꿈을 꿔도 골프였고요. 그럴 정도로 일상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여유도 전혀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래도 마음적으로 여유가 있죠. 아무래도 선수가 아니니까, 훈련을 하거나 부상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없고요. 일을 하고 있지만 바쁘게 생활하는 것도 즐겁고 30대에 있던 부담과는 전혀 달라요.

Q. 선수 시절에 아쉬움은 없나요?
A. 아쉬움이 왜 없겠어요. 있죠. 만약 내가 내 자신한테 좀더 덜 인색했더라면, 내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생각했더라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기록들보다 더 높은 승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선수생활 때는 내가 관리를 잘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되돌아보니까 잘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선수생활을 하면 모든 스케줄이 시간대별로 짜이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했던 휴식기의 시간을 갖지 않았거든요. 은퇴를 한 게 39살이라 적은 나이는 아니었는데, 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일상적인 생활이 없었기 때문에 제 삶을 잃어버린 듯했어요. 즐거움이나 재미나 하고 싶었던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오로지 골프에만 전념했으니까, 골프선수로서 가져야 할 부담감이 잘하면서 줄어야 되는데 계속 커지고, 못해도 커졌거든요. 생활 자체가 골프로 시작해서 골프로 끝났기 때문에 부담감이 항상 있었어요.

Q. 골프선수를 은퇴했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A. 시원섭섭했죠. 은퇴를 하면서 ‘선수생활을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는 힘든 훈련 안 해도 되는구나’라는 좋은 게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였어요. 한동안은 되게 낯설더라고요. 다시 연습장 가야될 것 같고, 다시 연습을 해야 될 것 같고, 채를 만져야 될 것 같았어요. 이런 생활들이 워낙 오래되니까, 은퇴를 하고도 한동안 불안한 생활을 했었던 것 같아요.

Q.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의 중심을 어떻게 잡았나요?
A. 나는 골프를 선택했지만 뭔가를 선택할 때 이 자리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최고의 자리를 보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거든요. 나뿐만 아니라 다 어느 자리에서든 인정을 받고 싶고, 내 실력이 월등했으면 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건 인정받기 위해 최고가 되는 게 아니라 최고가 되면 당연히 인정받게 되어 있는 거예요. 최고가 되면 부와 명예가 다 따라오듯이 한 자리에 오르면 그 모든 게 이뤄지는 거죠.

Q. 골프선수일 때 느낀 행복은 전체 행복의 몇 %를 차지하나요?
A. 제 인생에 있어서는 50%요. 선수를 선택했고 꿈을 꿨고, 꿈을 꾸면서 노력을 했고, 꿈을 이뤘고요. 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든 조건을 다 이뤘잖아요. 나머지 50%는 제가 은퇴하고 나머지 제2의 삶에 대한 걸 만들어야죠.

Q. 21살 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골프 한 번 치자'고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박세리 감독은 ‘시간이 되면’이라고 했고요. 결국 쳤나요?
A. 못쳤죠. 시간이 안됐거든요. 선수는 대회에 집중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못쳤죠.
 

[사진=김호이 기자]


Q. 최고를 찍어본 자의 부와 여유는 어디서 나오나요?
A.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부와 명예 다 가졌다고 해서 다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최고를 찍지 않았다고 해도 마음의 여유는 있거든요. 넉넉하고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마음의 여유는 아니에요. 내가 가진 만큼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마음가짐만 있어도 여유가 생길 수 있거든요. 오히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부담되고 힘들 수 있어요.

Q. 위치가 높아지면 그림자도 함께 늘어날 수 있는데 어떤 고난들이 있었나요?
A.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인정받고 있지만 부모님께서 “'잘하면 잘할수록,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고 생각하면서 항상 겸손해야 된다"고 가르쳐주셨거든요. 최고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부담감은 엄청 크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할 무게인데, 무게만큼 힘들었지만 무게만큼 얻는 것도 많았어요. 그리고 그 무게가 내가 버티기에 충분했던 무게였던 것 같아요.

Q. 골프선수가 되기 전에는 뭘 하고 싶었나요?
A. 골프선수가 아니었어도 사업가나 비즈니스 관련된 일을 했을 것 같아요.

Q. 아버지께서 사업 실패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A. 어려웠었죠. 근데 그때 당시 부모님들은 다 그런 어려움들이 있었을 거예요. 부모님 마음이라는 게 자식을 위해서는 부모님께서 목숨도 내놓는다고 하시잖아요. 제가 운동과 골프를 시작할 때쯤 사업이 잘 안됐는데, 그걸 표현을 안 하셨어요. 어렵게 뒷받침을 해주셨는데 우연치 않게 제가 그 상황을 알게 된 거예요. 아빠가 사업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러 다녀야 할 시기였거든요. 아빠가 저를 연습장에 내려주거나 연습 끝나고 데리고 가는 상황에 잠깐잠깐 사람 만나는 자리에 몇 번 같이 갔는데, 그러면서 알았어요, 우리 아빠를 항상 보고 자라서 그런지, 아빠는 사람을 좋아하시고 당신보다는 남한테 더 베푸시는 분이었거든요. 근데 아빠가 어려워지니까, 어느 순간 아빠한테 도움을 청했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게 어린 마음에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엄마도 우시는 걸 많이 봤거든요. 꼭 성공해서 부모님 마음 아프게 하신 분들한테 보란 듯이 당당하게 부모님 덕분에 이렇게 될 수 있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때 그 시기가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동기부여가 됐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Q. 그런 경험 때문에 사업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거든요.
A. 항상 부담이 있죠. 운동선수였던 저인데 지금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조차도 상당히 불안하고 두렵죠. 사회초년생으로서 새롭게 시작하면서 배워가는 과정인데 어려워요. 강의도 하고 다방면으로 새롭게 해보고 있는 상황인데, 그럴 때마다 항상 부담스럽고 두려워요, 잘했으면 좋겠는데 당연히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죠. 경험하고 실수도 하면서 배우는 거예요. 못하는 내 자신을 알아야 내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거든요. 그리고 나도 창피해봐야 정신을 차리고 더 열심히 하거든요. 못하면 못하는 걸 알기에 또 화가 나지만 그러면서 ‘이걸 준비해봐야겠구나’, ‘내가 이게 부족하구나’라는 걸 배워가는 과정이라서 힘든 데 재밌어요.
 

[사진=김호이 기자]


Q.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는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A. 우선은 가장 높은 곳을 먼저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정점을 찍는다는 건 이루고자 하는 나의 목표를 찍어놓고 그 목표로 가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거예요. 저희 부모님이 꿈은 크게 가지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진짜 꿈을 크게 가졌어요. 무조건. 직업이든, 종목이든 무엇이든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최고가 되고 싶었어요, 최고라고 해서 1등만 되는 게 아니라 내 이름 석자가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꿈을 크게 가지면서 시작해서 그런지 정점을 향해 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나한테 큰 목표이기도 했지만 가장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이었어요.

Q. 꿈을 이룬 박세리의 또 다른 꿈은 뭔가요?
A. 저는 제 꿈을 이루고자 세계 무대로 진출했는데 어느 순간 내 꿈이 어느 누군가의 꿈이 돼서 꿈을 만들어 가는 후배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그런 후배들을 위해서 또 다른 도전들을 하면서 내 꿈을 만들어가면서 꿈이 또 생기는 거죠. 그게 후배들을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에요. 후배들한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꿈을 꿀 수 있도록 베풀어주는 사람, 그리고 많이 감싸 안아주는 사람, 우산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후배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어떤 도움들을 주고 있나요?
A.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환경들이 많이 열악해요. 심지어 우리 때가 좋은 환경이었다 싶을 정도로 선수들 실력은 향상되고 인정을 받아서 세계에 우뚝 서는 실력들을 갖고 있는데, 환경은 너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게 너무 안타까워요. 선수생활하면서도 그랬어요. ‘나아지겠지, 개선되겠지’ 생각했는데 그 변화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 변화에 대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후배 선수들, 꿈을 꾸고 있는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공간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Q. 후배 선수들은 박세리 감독에게 어떤 질문을 제일 많이 하나요?
A. 딱 한가지예요. 어떻게 하면 최고라는 자리까지 갈 수 있을지, 내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만들어 가야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제일 많이 물어봐요. 지금 현재 선수들은 오로지 이것만을 생각하면서 더 많은 양을 연습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더 열심히 해요. 근데 이건 전혀 안 필요해요. 그 이상으로 하니까. 근데 가장 중요한 걸 못하고 있어요. 내 스스로를 좀 더 아끼라는 걸요. 선수들의 경우 잦은 부상들이 많은데, 그 부상을 무시하거든요. 당장 대회에 나가야 되고 출전해서 성적을 내야 되고, 인정을 받아야 될 때가 많으니까 모든 걸 참아가면서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것들 때문에 선수의 생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어요. 처음 아프다고 느꼈을 때 빨리 고쳐야 빨리 대회에 다시 출전할 수 있고, 더 나은 성적이 나올 수 있고, 더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어요.

근데 이번 대회만 하고, 다음 대회만 하고 미루면서 잠깐 치료받고 괜찮아지면 나가서 또 아픈 게 반복되는데 이런 게 늘 안타까워요. 올라가고 있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도 “조금만 더”라고 다그치다 보니까 결국에는 다시 일어서지도 못하고 주저앉아서 앞으로 갈 수 없는 선수들이 많거든요. 더 많이, 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을 좀 더 아끼고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버티는 것만이 답은 아니더라고요. 만약 관리를 조금만 더 잘했으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기록들보다 더 많은 기록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요.

Q. 짊어진 부담과 기대의 무게가 늘어날 때 스스로를 어떻게 다스렸나요?
A. 그 자리에 있으면 당연히 그 무게가 그거인가 보다 하고 느끼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 자리를 쉽게 가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만큼 노력과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긴장과 부담은 항상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내가 긴장 속에서 내 자신을 다그치면서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하듯이 받아들이면 부담감의 무게는 있지만 그만큼 나한테 자신감을 주거든요.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박세리의 자존감은 어떤가요?
A. 자존감은 내 스스로 항상 최고죠. 내 동생이 매번 “언니는 진짜 끝판이다”라고 하거든요. 근데 내 자존감을 만드는 것도 나밖에 없잖아요. 자존감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고, 있으면 있는 거지만 항상 긍정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자신은 나만 다스릴 수 있고, 나만 만들 수 있어요. 최고가 되기 위해서 내가 하는 거지, 누가 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실패도 내가 하는 거지, 누가 해주는 게 아니고 옆에서 최고의 스승이 가르쳐준다고 한들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느 누가 와도 안 되는 거예요.

Q. 리치언니, 골프감독, 골프계의 레전드 등 별명이 많은데 어떤 별명을 좋아하세요?
A. 솔직히 리치언니는 조금 부담스러워요. 리치라는 게 모든 걸 풍만하게 다 가져서 여유가 있다는 건데, 마음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여유로운 만큼 배려도 더 많이 하고 싶고요. 스웩이 넘치는 리치가 아닌 마음에 있는 행복들이 리치였으면 좋겠어요. 방송에서 보여지는 건 너무 물질적인 걸 얘기하니까, 부담스러워요. 의외로 20~30대 사이에서는 옆집언니 같다고 하는데 그런 게 더 좋아요. 선수일 때는 운동선수가 가져야 될 카리스마가 대회를 하면서 집중하면 자동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건데 그런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항상 부담스러운 사람,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사진=김호이 기자]


Q. 내 영역에서 꾸준히 사랑 받기 위해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겸손인 것 같아요. 내가 잘났다고 해도 낮추고, 나를 돋보이게 하지 않고 낮추고. 사람이라는 게 내 자신을 모를 때가 많은데, 겸손이라는 게 어렵지만 가장 나한테 중요한 것 같아요. 노력해도 안될 때는 화가 났죠(웃음). 근데 잘되는 날보다 안되는 날이 더 많아요. 대회 때도 그렇고, 우승할 때도 안될 때가 많은데 결국 우승도 하고. 골프는 인생과 같다는 말처럼 정말 모르겠어요. 못했을 때는 속상하기도 하지만 내일이 있으니까, 연습하면 되니까 넘어가려고 하는 거지. 최대한 살면서 가장 심플하게 생각하고 걱정을 가장 덜하게 덜어내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Q. 박세리의 골프 같은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요?
A. 내 자신을 알아가는 것. 골프로 인해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 골프 때문에 성숙해지는 과정이 가장 필요했던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골프는 내 삶에 있어서 중심이었어요. 골프를 통해 내 자신을 알아가고, 나 자신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골프가 아니었어도 이런저런 일들을 했겠지만 골프를 선택했고, 골프를 치면서 내가 성장하고 강해지기 위해 내 자신을 다스리려고 노력했어요.

Q. 사회초년생 박세리는 뭘 향해 달려가고 있나요?
A. 꾸준히 꿈을 꾸고 있어요. 내 꿈이 뭘까, 다음 꿈을 뭘 꿔야 될까 고민하고 있어요. 꿈을 정의해서 하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항상 꿈꾸고 기대하는 거예요. 기대를 하면 열심히 하고 열정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사회초년생이에요. 요즘엔 방송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요. 방송인이 아닌데 사람들이 계속 방송인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Q. 어떤 방송에 나가보고 싶으세요?
A. 해보고 싶은 방송은 없는데, '노는 언니'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죠. 운동선수들이 많이 돋보이고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관심을 가지면 선수들이 좀 더 후원을 받거나 훈련할 수 있는 환경들이 더 제공되거나 운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는 “꿈이 뭐야?”라고 물으면 ‘선생님’, ‘의사’, ‘운동선수’ 등 많았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가수’, ‘영화배우’라고 하니까, 어느 순간 스포츠라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너무 많이 떨어져 있더라고요. 운동은 힘들어서, 운동하면 미래성이 없어서 등을 얘기하는데 그런 이미지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Q. 진짜 운동으로 먹고 살기 힘든 것 같나요?
A. 그게 종목별로 차이가 나고 다를 수는 있는데, 운동을 하고 운동이 직업이 되고, 운동으로 최고가 되는 것보다 은퇴 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운동에 내 젊음을 다 바쳤는데 은퇴를 하고 나니 지도자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찾아보면 많아요. 저도 사회생활에 대해 잘 몰라요. 운동밖에 몰랐으니까. 지금 하는 도전들을 통해서 배워가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운동이 끝나고 시작하는 모든 것들이 두렵죠. 어떻게 시작할 것이고 어떻게 가야 할지 몰랐는데 앞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다방면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사진=김호이 기자]


Q. 좋은 평가를 받는 최고봉들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A. 존경 받는 분들은 이유가 있어요. 항상 많은 걸 베풀어주고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그 자리에서 앞장서 주거든요. 그런 분들이 가장 존경스럽고, 최고의 지도자고 최고의 선수인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어떤 사람을 존경하나요?
A. 낸시 로페즈라는 선수인데 그분은 최고의 선수이자 한 인물에게 존경받는 사람이기도 해요. “최고의 선수였지”도 좋지만 인간으로서 박세리가 존경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분이 정말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분인데, 그분이 많은 걸 기여하고 항상 도와주고, 앞장서고, 문을 활짝 열어주신 분이거든요. 저도 그분처럼 할 수 있는 한 문을 열어주고 길을 닦아주고 우산이 되어주고 싶어요.

Q. 사람으로서 박세리와 골프선수, 골프 감독, 대표로서 박세리는 어떤 사람인가요?
A. 골프선수 박세리는 강하고 꿈을 위해 꾸준히 도전한 사람이에요. 인간 박세리는 정이 많은 사람, 감독 박세리는 후배 선수들을 위해서 우산이 되어주는 사람, 대표 박세리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죠.

Q. 선수 시절 슬럼프를 통해 뭘 배웠나요?
A. 너무 어려웠어요. 극복하는 게 가능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고, 그걸 겪은 사람만 알 수 있는 거예요. 그 속에서 소중함과 고마움들을 배웠어요. 운동하면서 많이 잊고 살기도 하고, 고마운 건 알지만 표현을 할 줄 몰랐었거든요, 근데 슬럼프를 겪으면서 항상 주위에서 꾸준하게 응원해주고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관심 가지면서 어루만져주는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선수 때는 워낙 최고봉이 되고 싶어서 말처럼 옆에서 지켜볼 시간과 여유조차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슬럼프를 겪고 나니 ‘나는 참 운이 좋았던 사람이었구나’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슬럼프라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저한테 큰 힘이 되고 도움을 줬고, 보람됐어요.
 

박세리 감독 인터뷰 장면. [사진=김호이 기자]


Q. 박세리를 행복하게 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선수 때는 당연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보였잖아요. 근데 행복하게 만드는 건 지금인 것 같아요. 하루하루 살면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과정들이 새롭지만 그 기회가 주어진 게 행복이에요. 골고루 많은 기회가 주어졌어요. 강의 같은 경우는 어렵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어려우면서도 경험을 갖고 도전하는 거잖아요. 그런 게 너무 즐거워요.

Q. 혼자 있을 때 언니 박세리는 어떤 모습이세요?
A. 집순이, 쇼파 위에 곰팡이(웃음)? 나가 있을 때가 많았고 이동하는 게 많고, 집에 있는 시간이 없었잖아요. 집에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현관문 한 번 안 잡아요. 방, 거실, 화장실, 강아지랑 노는 것만 하거든요. 한 사람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다 다니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가장 많이 웃는 순간은 방송을 볼 때지만, 우리 강아지 보면서도 뿌듯하고 저희 부모님과 식사해도 뿌듯해요. 웃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웃는 게 가장 쉬운 것 같아요. 웃으면 즐겁고, 힘든 것도 넘어가지거든요. 인상 쓰는 것보다는 사진 찍을 때도 웃는 게 가장 편해요.

Q. 자기 삶의 대변자로 살고 있나요?
A. 네, 앞으로도 지금처럼 새로운 걸 계속 도전하고 배워가려고요. 지금 박세리는 만들어져 있는 큰 사람인데 그것만 믿고 갈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계속 도전하고, 도전하면서 배우고 모든 면에서 다 잘할 수 있는 만능이 되고 싶어요.

Q. 어디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다고 느끼세요?
A. 확실히 직업은 못 속여요. 솔직히 골프장에 가면 싫거든요. 직업이었으니까. 나가기 전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선수 때 기준을 아직 내려놓지 못했거든요. 선수가 아니니까 연습도 안 해서 안 되고 못하는 건 당연해요. 그걸 알면서도 나가는데 막상 골프장에 서면 선수 때처럼 기대치가 너무 커져요.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거든요. 골프장 가자고 하면 싫다고 하면서도 막상 나가면 재밌고 기분이 좋고 재밌어요.
 

박세리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 [사진=김호이 기자]


Q. 지금까지 무엇을 향해 달려왔으며 현재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요?
A. 이제는 제 인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젊을 때는 이런 거 저런 거 많이 해보고 싶잖아요. 근데 지금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박세리의 삶과 인생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죠. 해보지 못했던 걸 지금 하고 있는데, 꼭 하고 싶은 건 없어요. 새로운 도전이나 일이 생기면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되고 싶은 건 선배로서 후배들한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Q. 언니로서 동생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숨기기보다 표현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선수들은 숨기거든요. 아픈 걸 보여주면 약해지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항상 많이 숨기고 참는데 표현해주고, 알려줘야 내가 힘들고 아파도 표현을 하면 내 안에 있는 무게들이 가벼워지니까. 참는다고 나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가장 갖지 말아야 할 마인드가 내가 약해지고, 약하게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참는 게 너무 익숙해지는 삶이 된 거죠. 담고 있지 말아야 할 걸 담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감독님께서는 표현을 했었나요?
A. 저도 잘 못했어요. 그러니까 하라는 거예요. 참고 있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거죠. 내가 갖고 있는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내야 건강해질 수 있어요. 아픈데 안 아프다고 하면 내가 건강해지는 게 아니잖아요. 운동선수들이 스트레스 풀 곳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표현을 좀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지금 이 상황들이 도전에 있어서는 삶의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위축돼 있지 말고 모든 것들에 도전을 해보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어려운 때일수록 나를 보여주고 나를 찾아가고, 알아가면서 자신 있게 도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힘든 시기에 내가 뭘 할지 걱정이 많은 분들이라면 뭘 해야겠다 하는 마음보다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게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박세리 감독과 함께···. [사진=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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