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국채 발행은, 세계 불황 속에서 건진 '믿음'..."韓中은 투자 매력國이야" 유럽이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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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최예지 기자
입력 2020-11-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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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유럽서 금리 -0.152% 5년 만기 국채 인기

  • 한국 이어 마이너스 금리 국채 성공적 발행

  • 코로나19 조기 진정세 빠른 경제 회복세 덕

  • 한국 달러 표시 외평채 가산금리도 낮아져

  • 마이너스 금리 국채 지속 발행 가능성 높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 신흥국이 유럽에서 잇따라 '마이너스(-)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9월 한국이 비유럽국으로선 처음으로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찍어냈고, 최근 중국도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채무자가 자금 차입의 대가로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이율이다. 즉, 국채를 마이너스로 발행했다는 것은 만기 도래 시 국가(채무자)가 투자자(채권자)로부터 도리어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의미다. '초(超)안전자산'인 국채는 해당 국가의 신용도가 높을수록 금리가 낮아진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유럽에서 소위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마이너스 국채 발행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 정부가 발행한 마이너스 국채가 단발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에서다. 국내 기업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도 주목된다. 해외에서 발행되는 국채는 국내 기업이 해당 국가에서 찍어내는 회사채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국내 기업이 유럽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 셈이다.
 

[그래픽=아주경제]


22일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지난 18일 총 40억 유로(약 5조2900억원) 규모의 유로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7억5000만 유로 규모의 5년 만기 국채가 연 -0.152% 금리에 발행됐다. 함께 발행한 20억 유로어치 10년 만기 국채와 12억5000만 유로어치 15년 만기 국채 금리는 각각 연 0.318%, 0.665%다.

이는 중국이 2004년 유로화 국채 발행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11월 재개한 지 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에도 올해와 동일한 40억 유로어치 국채를 발행했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없었다. 당시엔 7년물 금리가 연 0.197%로 가장 낮았다.

특히 중국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에 국채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투자자들이 웃돈을 주고 채권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중국의 유로화 국채 발행 주관 금융사 중 하나인 도이체방크는 "유럽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발행량보다 4.5배 많은 180억 유로어치 자금이 입찰에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 수요가 강력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중국 재정부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번 채권 발행은 중국 정부의 대외 개방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을 반영하며 국제 자본 시장과의 통합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 마이너스 국채 '인기몰이' 이유
중국 국채가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은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세계 각국은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고, 그 결과 채권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사무엘 피처 도이체방크 중국 채권자본시장 본부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 진정세로 중국 경제의 '브이(V)'자 회복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중국에 더 많이 노출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채를 포트폴리오에 넣어야 하는 안전자산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이너스 금리인데도 펀드 매니저들이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ECB가 국채를 계속 매입하면서 펀드매니저는 시세 차익을 남겨 ECB에 팔아넘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진단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마이너스 금리라도 일단 사면 어차피 ECB가 더 높은 가격에 사준다는 얘기다.

이 밖에 중국 국채의 마이너스 폭이 유럽 다른 국가보다 적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독일의 5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0.74%를 기록했다. 중국 국채가 다른 국가보다 평균 30bp(1bp=0.01% 포인트)가량 높은 셈이다.
 
미·중 갈등 속 달러채 의존도 낮추기 의도도
중국으로서도 유로화 국채를 발행하면 얻는 게 많다. 마이너스 금리이니 국채 발행 비용이 줄어드는 데다, 미·중 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제임스 애티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 투자 매니저는 "중국이 미국 달러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아울러 이는 중국이 그만큼 유럽 시장을 중시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중국 재경망은 유로화 국채의 성공적인 발행으로 향후 유럽에서 중국계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개방 확대 정책, 위안화 강세 등에 힘입어 중국 국채 투자 매력도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국채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채권지수(BBGA), JP모건 글로벌 신흥시장 국채지수(GBI-EM)에 이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WGBI에도 편입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국채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마이너스 외평채 추가 발행 가능"
중국의 마이너스 국채 발행에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앞으로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가 신인도를 유지하고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이번 중국의 국채 발행은 우리나라 정부 역시 추가로 마이너스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도 "지난 9월 우리 정부가 발행한 마이너스 국채가 단발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기획재정부는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7억 유로를 -0.059%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금리는 5년물 유로 미드스와프(MS)에 35bp를 더한 수준으로, 비유럽국가가 유로화 표시 국채 중 최초로 발행되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었다. 한국 정부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는 첫 사례이기도 했다.

특히 유효 주문배수가 7.8배에 달했다. 그만큼 유럽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렸다는 의미다. 당시 블룸버그는 "아시아 국가 중 몇 안 되는 우량 신용등급 외화채라는 희소성으로, 투자자들은 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기꺼이 수용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 관계자는 "6년 만에 발행한 한국 정부의 유로 표시 외평채에 유럽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는데, 적은 물량에 아쉬움을 표명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가신용등급이 낮지만 자국 수요가 많아 마이너스 금리 발행이 가능했다"며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정도면 앞으로도 외국인 수요가 부족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a2)로, 중국은 이보다 두 단계 낮은 A+(A1)로 유지하고 있다. 피치(Fitch) 기준으로도 한국(AA-)이 중국(A+)보다 한 단계 높다.
 
국내 기업, 해외서 저렴한 가격에 자금조달 가능
중국의 마이너스 국채 발행은 국내 기업으로서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한국 정부 역시 앞으로 유럽 지역에서 마이너스 채권을 찍어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고, 동시에 국내 기업이 유럽에서 저렴한 가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다.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는 해당 국가의 외평채가 기준 역할을 한다. 외평채 금리에 스프레드를 얹는 방식으로 회사채 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한국 정부가 유럽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면, 국내 기업들이 초저금리로 돈을 조달할 길이 더 넓어지게 된다.

당장 국책은행이 수혜를 보고 있다. 국책은행 신용도는 정부 신용도에 그대로 연동되기 때문에 국책은행의 외화채권 금리도 정부 발행물 금리와 같다.

수출입은행은 한국 정부가 마이너스 채권을 발행한 지 엿새 만인 지난 9월 16일 5억 유로 규모의 유로화 표시 3년물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0.11%(유로미드스와프+35bp)로 수은이 발행한 사상 첫 마이너스 채권이었다. 앞서 정부가 발행한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평채 금리(-0.059%·5년물 유로미드스와프+35bp)와 같은 조건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연말은 통상 투자 비수기인 데다 올해는 미 대선 이슈도 있어 채권 발행이 많지 않았다"며 "내년에 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달러채 스프레드도 낮아지는 중··· 한국 신인도↑
국내 민간 기업이 유럽에서 입는 직접적인 수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업의 달러화 수요는 많으나 유로화 수요는 아직까지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 보니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해도 달러화로 다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스와프 여건에 따라 유로화 채권 발행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한국 정부만 하더라도 지난 9월 유럽에서 외평채를 발행한 것이 6년 만이었다. 앞선 발행은 2014년 6월 7억5000만 유로를 찍은 바 있으며, 그 이전에는 2006년 11월 3억7500만 유로를 발행했었다.

일반 기업 중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2차례 외화채를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유로채는 지난 9월 수은과 7월 KB국민은행(5억 유로) 및 주택금융공사(5억 유로), 4월 수은(7억 유로) 등 네 차례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민간 기업 발행은 국민은행 한 건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여건이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이너스는 아니더라도 달러 표시 외평채 금리 역시 낮아지고 있는데, 국내 기업이 더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 9월 유로채와 동시에 발행한 10년 만기 달러채 발행 금리는 미 10년물 국채 금리에 50bp를 더한 1.198%였다. 이는 같은 10년 만기 조건으로 지난해 6월 발행한 금리(2.677%)와 2018년 9월 금리(3.572%)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다. 미 기준금리가 낮아진 영향이 크지만, 스프레드(가산금리)가 2018년 60bp에서 지난해 55bp, 그리고 올해 50bp로 낮아지는 추세다. 그만큼 한국 정부의 신인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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