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저주' 딛고 날아오르려면 반도체·차·해운 '빅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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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11-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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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성공한 M&A 사례로 SK의 하이닉스 인수 꼽혀

  • 현대차와 기아차 합병, 공과 실 확실히 드러나

  • 정부 한진해운 빅딜 포기로 해운업 잃어버린 ‘5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승자의 저주 우려,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독점 심화로 시장 생태계 파괴, 비효율적 사업구조 개선과 불필요한 인력 구조조정 등등.

대형 인수·합병(M&A)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산업에 대해 붙는 상반된 수식어들이다. 대형 M&A가 작게는 해당 산업계에, 크게는 국가 경제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주도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마찬가지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거 성공과 실패 사례를 참고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이 항공업계 전반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의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인수 가격 3조3700억원·2012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1조2000억원·1998년) 등이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 공정공시를 통해 미국 인텔사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90억 달러(약 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 D램에 이어 낸드 부문에서도 글로벌 2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가장 성공한 M&A 사례로 SK의 하이닉스 인수 꼽혀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주도한 국내 기업 간 M&A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가 꼽힌다.

사실 2011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당시 하이닉스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번번이 합병 제의를 거절받는 신세였다. 연간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며 고전하고 있던 하이닉스를 살릴 수 있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정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대하는 임직원들을 직접 설득해 가며 빅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후 최 회장의 주도 하에 반도체 부문에 대한 수조원대 투자도 잇따랐다. 그 결과 오늘날 SK하이닉스는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우뚝 서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3년 연평균 32조5151억원의 매출액, 12조42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세계 선두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삼성전자와 선의의 경쟁을 하며 수출 등 국가 경쟁력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약 10조원을 들여 최근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향후 인수가 완료되면 SK하이닉스는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더불어 삼성전자에 밀려 하나도 갖지 못했던 ‘세계 1위’ 타이틀도 인텔의 강점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기반으로 확보하게 된다. 기업용 SSD 점유율은 올해 2분기 인텔이 29.6%로 2위, SK하이닉스가 7.1%로 5위로,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이 36.7%에 달한다. 현재 1위인 삼성전자의 34.1%를 가뿐히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액은 국내 전체 수출액의 5분의1을 담당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며 “과거 빅딜이 성사되지 못하고, 하이닉스가 무너졌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합병, 득과 실 확실히 드러나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병은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면도 부각되고 있다. 우선 회생불능으로 판단됐던 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 축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기아차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당해 매출 2조원의 3배나 되는 6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누구도 회생할 수 있다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해 경쟁자였던 현대차가 인수자로 나서면서 새로운 전환점에 서게 됐다. 현대차는 기아차 부채 7조1700억원을 탕감 받는 조건으로 기아차의 지분 51%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양사는 연구개발(R&D)과 구매 부문 등의 통합, 부품 공용화를 비롯한 생산 효율화를 통해서 공생을 모색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아차는 22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현대차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제 기아차가 올해 그룹 내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마의 벽 40%를 깰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에도 국내외에서 브랜드 명성을 높이며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인 결과다. 현실화되면 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합병한 이후 첫 기록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기아차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186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이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같은 기간 총판매량은 446만대다. 이에 따라 올해 기아차의 그룹 내 판매 비중은 39.9%까지 치솟았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쳐진 이후 최대 기록이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합병 이후 그룹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을 꾸준히 높여왔다.

또한 지난 9월 주요 시장인 미국 등에서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3분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총 33만9586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9% 성장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첫 분기 플러스 실적이다. 기아차가 실적을 이끌었다. 이 회사의 지난 9월 미국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4.4% 늘어난 5만5519대로 현대차보다도 많았다. 1994년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9월 최대치이기도 하다.

다만 현대차그룹 전체로 따지면 글로벌 시장 확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고 있는 반면, 글로벌에서는 어정쩡한 브랜드 위치로 인해 10년 넘게 글로벌 ‘톱5’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현대·기아차 내수 판매는 99만9675대로 국내 완성차 판매량(119만4890대)의 약 8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 점유율은 6%, 쌍용차와 한국GM은 각각 5%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위기론’에 시달리며 힘들게 버티고 있다.
 

미국 LA항의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제공] 


◆정부 한진해운 빅딜 포기로 해운업 잃어버린 ‘5년’
정부가 빅딜을 포기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경우도 있다. 바로 해운 부문이다. 2017년 세계 7위,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이전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결국 파산했다. 당시 한진해운이 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인 선복량은 61만6764TEU(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 한국의 전체 선복량은 105만2287TEU였다.

파산 이후 이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됐다. 한때 글로벌 5위까지 올랐던 한국 해운의 위상은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수많은 직원들과 협력사들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운업계의 재건에 나섰으나, 한진해운의 파산 전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먼 길이 남았다. 적어도 2022년까지는 한진해운 파산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후 한국 국적선사의 컨테이너 선박 보유량은 2016년 106만TEU에서 올해 초 46만TEU로 절반 넘게 줄었다”며 “이로 인해 위기에 취약한 상태가 됐고, 최근 해운 운송 물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경영학)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빅딜을 통해 기간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실패 가능성을 최대로 낮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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