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3000여명 실업대란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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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11-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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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지금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몇 푼의 월급을 가져가지만, 이제 다음 달부터는 실업자 아닌 실업자 상태를 지속해야 한다고 합니다. 무급휴직 기간이 끝나면 결국 십여년간 몸 바쳐 일한 이 회사에서 결국 내몰리듯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A여행사 직원


여행업계 종사자들을 향한 실업 경고음이 울렸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해외 여행상품에 의존하던 국내 대형 여행사가 줄도산 위기에 처한 탓이다. 현재 무급휴직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대규모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단 전망이다. 인원 감축이 이뤄지면 규모는 30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업 종사자 약 9만9000여명(2018년도 기준)의 0.3%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1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하나투어는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내년 3월까지 전 직원 무급휴직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텨온 하나투어 직원 2000여명은 지원금이 끊기는 다음 달이 되면 '급여제로' 상태가 된다. 물론 4개월이 지난 후 월급을 받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달까진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직원마다 기존 월급의 60~70% 수준이 지급됐지만 12월부턴 별다른 수당을 지급하지 못한다.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인 180일을 전부 채웠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13일 사내 공지를 통해 현재 시행 중인 무급휴직을 내년 3월까지 지속한다고 밝혔다. 당초 연말이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던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면서 무급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나투어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01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5% 감소한 액수다. 그동안 주력해온 패키지 여행상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업손실은 320억원으로, 누적 적자만 1100억원에 달한다. 

하나투어의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정리해고 전 단계가 아니냐고 우려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의지다. 살기 위해 선택했다.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기 위해 무급휴직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모두투어는 현재 지난 8월부터 직원 1100명 중 90% 이상이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자회사인 자유투어는 이미 올해 상반기 전 직원 130명 중 10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처리했다. 롯데관광개발 역시 올해 9월부터 6개월간 무급휴직 중이다. 무급휴직 중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10% 분담금과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고정비가 발생하는 만큼 인원 감축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실제로 NHN여행박사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무급휴직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를 포기하고 직원 대부분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한진관광도 전체 직원 절반에 해당하는 1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1.5단계로 격상하면서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더 짙어졌다. 현시점에선 '백신이 차질 없이 상용화된다'는 전제 하에 '트래블 버블' 등 국제관광 재개 조치가 이뤄져야 회복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마저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해외여행 사업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단행한 대규모 인력 감축은 결국 국내 여행산업 생태계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들이 모두 이탈하면 코로나 종식 후 글로벌 여행교류가 재개돼도 국내 여행산업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며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더 늘려주고, 그동안 업계 종사자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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