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 K - 신인류를 위한 미래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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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20-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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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르네상스’ , 우린 뭘해야 하나 - 제로 그라운드의 시작: 전문가 5인에게 듣다

왼쪽부터 이광형 카이스트 부총장·조영태 서울대 보건전문대 교수·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김대진 세계비즈니스투자엔젤포럼 세나토·이현숙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프로그램 국장[사진=아주경제 자료실]


코로나19가 이미 진행중인 시대의 변화에 속도를 붙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 변화를 현실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배달 중심의 쇼핑 등 더딘 변화가 이미 생활이 됐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변화가 한국 사회를 한층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라는 데 공감한다. 특히, 국제사회 속에서 K-방역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국가 브랜드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미세먼지가 급감하면서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환경 문제에 대해 전 국민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국민 모두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미래를 설계하려는 데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본지는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가상 포럼 방식으로 풀어봤다. 미래학자 이광형 카이스트 부총장,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전문대 교수,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 김대진 세계비즈니스투자엔젤포럼(WBAF) 세나토(한국 대표의원), 이현숙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프로그램 국장 등 5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이번 가상 포럼에 참석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세상이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인가 계획을 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상황이 안 좋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이광형 카이스트 부총장 = 살아가는 데 불안하지 않은 때가 있었을까. 사실 코로나19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처한 여러 상황을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희망적인 나라라고 본다. 코로나만 봐도 그렇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많고 선진국가로 알려진 나라 역시 하루에 3만명씩이나 확진자가 발생한다. 병원도 포화 상태고 경제활동도 언감생심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엉망이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하루 확진자 100명 선에서 관리를 잘하고 있다. 안정적인 의료체계, 국민의 헌신적인 협조, 즉각 대응에 나서는 정부 등 모두가 자랑스럽다. 중국의 경우,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하나 체제가 다르다. 그들은 강제로 하는 것이고, 우리는 자율적으로 한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본지가 키워드로 제시한 VIRUS는 전 세계 모두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그만큼 중요한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게 무엇이라고 보나.

△조영태 서울대 교수 = 단연, 인구다. 인구를 연구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사실 5가지 키워드의 기초가 되는 것은 인구이고 모두 연결이 돼 있다고 본다. 코로나19는 경제, 사회를 좀더 빠르게 변화시킨 요인에 불과하다. 인구 문제 해결은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원을 지역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미 이해관계자와 지역이 많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극복하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서 지속가능한 미래는 없어진다. 사회의 연대 차원에서 인구 문제를 봐야 하고 절대로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면 회복은 불가능하다.

△이광형 부총장 =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부족이 미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 고령화는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아이를 낳지도 않아 인구 감소 속도도 빠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국가에서 인재를 불러들여야 한다. 카이스트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은 우수한 교수진이 최근에는 마음을 바꿔 노크를 한다. 코로나19 영향 때문도 있는데, 요즘에는 글로벌 인재들이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에 표정 관리를 해야 할 정도다.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하고 협조해줘야 할 때다.

-사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많은 개혁을 해왔다고 본다.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딪치는 것은 많다.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너무 많다. 그 사이 한국 기업들 역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대진 WBAF 세나토 = 한국은 정부나 민간이나 아직도 예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규제 샌드박스 같은 품질 검사를 통해 혁신을 제어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 10여개 이상의 콘퍼런스나 서밋에서 강연을 하며 세계의 유수한 혁신적인 인물들과 만났지만 한국처럼 ‘타다’나 ‘배달의 민족’ 같은 스타트업들에 대해 혁신 논쟁을 들어 본 적이 없다. '타다'나 '배달의 민족'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공동창조와 적절한 손실을 공유해 가치 있는 참신함을 가져 온 혁신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이 안타깝다.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 = 가장 시급한 게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다. 요즘 보면 기술혁명이라고해서 그냥 변화하는 정도를 뛰어넘었다. 기술혁명이 급속히 전개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특히 디지털 소사이어티 전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가 기술 혁명을 가속화시킨 측면이 있다. 디지털을 통해 5G, 인공지능(AI) 등을 연계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된다. 특히 규제개혁의 비중이 크다. 현재와 같은 규제개혁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 갈등 요소가 많지만, 지금이 찬스이고 이미 늦은 감이 있다. 분야별로 규제개혁을 통한 가능성을 과감하게 보고 추진해나가야 할 때다.

-현 시점은 누가 보더라도 위기다. 경제도 위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모두 침체돼 있다. 다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살려야 한다는 얘기도 많다.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 = 좋은 기회를 맞은 것이다. 갑자기 코로나19가 발병하면서 세계를 혼돈에 빠트렸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빛을 낸 것은 방역체계다. 이번 사태를 맞은 가운데, K-방역이라는 브랜드가 생겼다. 한국의 의료 체계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세계에 알려준 바로미터라고 본다. 더구나 우연처럼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인 '기생충'이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서부터 골든글로브 외국어영어상, 아카데미 4관왕까지 거머쥐면서 K-컬처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여기에 BTS까지 우리나라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한몫했다.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광형 카이스트 부총장 =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상황이라고 본다. 해외에서 K-방역에 대해 배우려고 하는 등 이미 홍보가 됐다. 위기와 기회는 어찌 보면 상대적이다. 이번 사태 속에서 우리나라는 의료산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의료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돋보였다. 제품을 잘 만들어서 세계로 수출해야 한다. 의료는 두 가지 영역이다. 하나는 의술 영역이고 나머지 하나는 의료기기와 제약 영역이다. 의술로는 돈을 못 번다. 수술을 해봤자 한계가 있어서다. 다만, 이 기술을 산업화시켜야 한다. 기계와 제약에 기술을 녹여야 한다. 의료산업 발전시키자고 하면 선진국만 못하다고 반대할 때가 있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한다니까 반대에 부딪혔다. 이젠 그 기회를 바라보고 전력 질주해야 한다.

- 미래를 대비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분야가 환경이다. 정부도 그린 뉴딜 사업을 통해 오염된 환경을 예전대로 되돌릴뿐더러 산업으로도 확대해 경제 성장의 기초를 쌓으려 한다. 다만, 그 목표가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이현숙 그린피스 국장 = 이미 국제사회와 과학계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는 재앙적인 기후위기를 막고 금세기 안에 지구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를 2030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2050년까지는 순배출 0(탄소중립)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 매우 환영한다. 하지만 우리가 배출한 탄소는 서서히 지구를 데워서 20~30년 후의 기온에 영향을 미친다. 2050년의 기온을 바꾸려면 당장 지금부터 행동을 취해야 한다. 유엔 IPCC 보고서에서 과학계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 0으로 가는 경로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 탄소가스만 줄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 생산을 재생에너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세계적인 트렌드가 환경에 집중될뿐더러 에너지 활용이 그 중심축에 있다고 보는데.

△이현숙 그린피스 국장 = 주요 경제기구 예측에 따르면 2028년쯤 화석연료 기반 산업이 좌초 자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 펀드는 이미 3년 전 석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이유로 한국전력을 자사 투자리스트에서 제외했고, 전 세계 1245개 국가와 기업, 기관이 현재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화석연료 제로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에 지금까지 둔감했던 곳이 한국이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는 지난해 연구 보고에서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산업 좌초 자산이 10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경제로 전환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기대된다. 지난해 말 스탠퍼드 대학과 버클리 대학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한국이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순증하는 일자리는 144만 개로 조사됐다.

- 여전히 세계 속의 한국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변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특히, 경제 성장까지 견인하기 위한 묘안은.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 =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화의 급속한 확산을 도왔다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 바이러스 문제는 쉽게 해결이 안될 것이고 이를 대처하려면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분명 다자협력을 뜻한다. 이는 세계화의 부분이 돼야 한다. 기존의 방식에서 뛰어넘어 '세계화 2.0'을 구성해야 한다. 회복가능한 세계화를 말한다. 한 국가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아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한국은 미들 파워를 갖고 있는 나라끼리의 연합에 나서야 한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경제력이 높은 국가들과 연합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EU)에 속하지 않은 스위스, 노르웨이와 함께 협력해도 좋다. 미들 파워 국가간 연합이 의외로 기회를 열게 해줄 수 있다. 이렇게 중견 통상 국가를 연합하는 데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

△이광형 카이스트 부총장 = 변수가 많은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국가 비전이다. 그 목표를 '강소국가'로 잡길 바란다. 강소국가의 제일 모범이 되는 국가가 네덜란드이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강대국에 끼여서 살아간다. 1인당 국민 소득도 5만 달러다. 내수가 작은 네덜란드가 어떻게 외부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왔는지, 이 부분에서 힌트를 얻다보면 우리가 해야 할 길이 보일 것이다.

△이현숙 그린피스 국장 = 기후변화 대응에는 국경이 없다. 앞으로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EU)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톤당 2달러 수준인 탄소세를 2030년까지 75달러 수준으로 올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 투입된 자본을 전력망과 재생에너지로 돌려놔야 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직접 투자하는 등 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경우, 국민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 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이젠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다음 정권이 관심을 가져야 한 부분이 있다면.

△조영태 서울대 교수 = 문재인 정부가 남은 기간 동안 해줘야 할 것은 우선 고령화 등에서 비롯된 정년연장에 대한 물꼬를 터주는 것이다. 갈등을 낳더라도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차기 대통령이 미래를 기반으로 기초를 닦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노동 유연화까지 신경을 써줘야 한다. 내년에는 고용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통합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광형 카이스트 부총장 = 한일 월드컵 이후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슬로건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다 최근에서는 사라졌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한국은 오히려 강력한 방역 체계를 통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한국을 다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을 통해 이들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시 '다이내믹 코리아'로 돌아가야 한다. 공무원만 되려고 하지 말고, 도전을 해봐야 할 것이다. 미래 세대가 꿈을 꿀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진 WBAF 세나토 = 한국은 정부에 의해 창업 및 혁신 생태계와 커뮤니티가 리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한국의 혁신 정책은 과거의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과거의 프레임을 완전히 정리하고 모두가 제로 그라운드에서 새로운 시대성에 맞게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 혁신가들이 함께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벽을 모두 허물고 정부는 혁신의 리더가 아닌 혁신의 피더(feeder·원료 공급자)로 거듭나야 코로나 이후 시대에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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