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한국경제, 길을 찾아라] K 그리는 경제…‘회복 양극화’를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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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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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자형 회복 경고등…피해업종·취약계층 지원 늘려야

  • 비대면·디지털 웃는 사이 폐업 속출

  •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제대로 손질하자

[그래픽=아주경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지난 9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10만명의 신규 채용에 들어갔다. 올해만 네번째 대규모 채용이다. 아마존은 3월과 4월, 9월 초에도 각각 3만~10만명을 채용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주문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물류·배송 인력을 충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직원 수 역시 7월에 이미 100만명을 돌파했다. 미국 기업 중 월마트에 이어 두번째로 직원이 많은 규모다.

항공산업의 분위기는 다르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지난달 말 1만1000명의 추가 해고를 예고했다. 앞서 보잉은 1만9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구조조정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다. 보잉은 3만명 중 7000명은 즉시 해고하며 나머지는 내년 말까지 퇴직 등을 통해 자연 감소시킬 예정이다. 감원이 이뤄질 경우 보잉의 전체 직원 수는 13만명가량으로 줄어든다.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를 합병할 당시와 비교하면 40%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에 'K자형 회복'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역과 산업, 사회계층별로 경기 회복 속도가 양극화된 K자형 회복 현상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특정 산업이나 부유층에만 혜택이 쏠리는 K자형 회복이 지속될 경우 결국 L자형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 K자형 회복의 전조가 한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19 극복도 '부익부 빈익빈'
K자형의 세로 획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의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산업과 계층을 막론하고 모두가 동반 침체에 접어든 2분기까지의 시기다. 3분기부터는 회복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회복도가 높은 주체와 그렇지 못한 주체 사이의 격차가 위아래 45도 방향으로 벌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는 산업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바이오산업 등이다. 비대면 활동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추세에 수혜를 입은 것이다. 글로벌 IT 공룡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는 올해 3분기에 일제히 호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462억 달러에 달했다. 아마존닷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96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요식, 관광, 오락, 전통소매산업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레스토랑협회는 미 의회의 추가 대책이 없을 경우 레스토랑 산업이 올해 말까지 24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택근무 정착과 온라인 시장 활성화라는 구조적 변화로 인해 쇼핑몰과 리조트 등도 난항을 보이는 중이다.

코로나 감염은 계층을 가리지 않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계층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9월 기준 미국의 대졸 이상 학력의 취업자는 코로나 확산 이전인 2월에 비해 0.6% 감소에 그쳤다. 고졸 및 고교중퇴 학력 취업자는 같은 기간 각각 12%, 18% 줄었다. 테크·금융·제약 등에 종사하는 시급 28달러 이상의 고소득 일자리의 경우 같은 기간 오히려 1.2% 늘어났다.
◇한국 경제에도 'K자' 그림자…자영업·비정규직 직격탄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취약 계층과 특정 산업이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는 K자형 회복의 양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의 피해가 심각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직을 경험한 응답자는 '지난 8개월간 실직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15.1%로 나타났다. 실직을 경험한 응답자 중 비정규직(31.3%)이 정규직(4.3%)보다 7배 이상 많았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역시 속출하는 중이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를 뜻하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올해 8월에만 17만2000명이 줄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소상공인 3415명을 대상으로 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향후 폐업을 고려하거나 폐업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산업마다 부침이 심하다는 것도 문제다. 2분기 성장률이 –3%에 가까운 침체를 보이는 와중에도 IT기업과 배달업, 온라인쇼핑과 같은 업종은 호조를 보였다. 반면 문화서비스나 운수업 성장률은 –20% 내외의 심각한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제조업 내에서도 전체 생산은 5% 감소했지만, 반도체 생산은 오히려 23% 증가했다.

향후 경기 회복 사이클 역시 부문별로 엇갈린다. 지난달 공개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차전지와 정보서비스 산업은 시장 규모가 늘어나면서 내년에도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부문 역시 올해 회복기에서 내년에는 안정기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마진 개선이 미약한 정유업과 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건설업은 내년에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됐다.
◇"해고 억제 중심 고용 정책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K자형 회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기가 L자형 장기 침체로 진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계 소비의 위축이 기업 투자와 고용 심리의 악화를 유발하고, 다시 가계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함께 겪는 대공황과 달리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이로 인한 갈등이 사회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자형 회복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기 위해선 주요 피해업종과 취약계층에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가장 시급한 일자리 문제에 대응하려면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고를 억제하는 기존의 정책 방식으로는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용 크레딧 거래제도'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의 채용이나 해고 규모에 비례해 금전적 유인 혹은 페널티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조금이 아닌 일종의 쿠폰으로 발급하고 이를 정부가 수요자로 참여하는 거래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고용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고용을 감축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고용 승계를 주선하는 식으로, 고용 유연성과 실업 억제를 동시에 도모해야 된다는 제언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경기침체 속에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들 업종에 신규 고용의 잠재수요가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고용유지 지원금과 같은 해고 억제 정책과 더불어 호황 업종의 고용확대를 유인하는 채용촉진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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