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매출 반토막"…中옌청 기아차 협력사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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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청(장쑤성)=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11-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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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실적부진 장기화에 냉가슴

  • "판매감소 코로나 탓 말아야" 지적

  • 1분에 1대씩? 모비스도 재고 쌓여

  • 脫기아 조짐 옌청, 자국기업 띄우기

  • 산업 다변화 위해 韓기업 러브콜도

중국 장쑤성 옌청시 한·중 산업원 내의 둥펑웨다기아 3공장. [사진=이재호 특파원 ]


중국 동부 연안의 자동차 산업 중심지이자 기아차의 현지 합작법인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가 소재한 장쑤성 옌청(鹽城).

쎄라토 택시로 가득한 거리에는 기아차의 고장임을 알리는 대형 홍보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옌청 시민들은 "우리 지역의 룽터우(龍頭·선두) 기업"이라고 엄지를 치켜든다.

하지만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이미지와 달리 기아차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협력사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없이 관대하던 지방정부도 기아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한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거나 현지 기업을 띄우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장쑤성 옌청시 모비스 공장의 엔진 생산라인.[사진=이재호 특파원 ]


◆실적 악화일로 "코로나 탓 아니다"

지난달 28일 옌청시 다펑(大豊)구의 한·중 산업원 내 한 기아차 협력사를 찾았다.

7개 차종의 차체 부품을 납품하는 이 업체는 지난 2013년 기아차를 따라 옌청에 들어왔다. 현재 공장 4곳을 운영 중인데 조만간 생산라인 일부를 멈출 계획이다.

중국인 관리직인 볜(卞)씨는 "2017년부터 기아차 판매량이 줄면서 경영난이 시작됐다"며 "40억 위안(약 680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18억 위안에 그쳤다"고 울상을 지었다.

옆 골목의 배기가스 배출 계통 부품을 생산하는 또 다른 업체를 방문했다. 이 업체의 한국인 직원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기아차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 아니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둥펑웨다기아의 영업손실 규모는 1928억원으로 전년 동기(3119억원)보다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3044억원에서 2045억원으로 손실폭이 줄었다.

그는 협력사 입장에서는 발주업체의 매출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둥펑웨다기아의 상반기 매출은 1조6108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63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기아차의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9만4000대로 42.3% 급감했다. 시장 점유율은 1.2%까지 쪼그라들었다. 기아차 측은 "신차 KX3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종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인정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크지 않았을까.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복되는 중"이라고 전한 볜씨는 정색하며 "실적 부진의 원인을 코로나19에서 찾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29일에는 중국 매체 기자들과 함께 둥펑웨다기아 3공장을 참관했다. 기자들을 인솔한 왕쥐안(王娟) 홍보 담당자는 "이곳에서는 1분에 한 대씩 완성차가 생산된다"며 100% 자동화 라인의 효율성을 강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참관을 마친 뒤 인근 모비스 공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2013년 양산을 시작한 이 공장도 1분에 한 대꼴로 엔진을 만든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하루에 500여대씩 생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산량을 물으니 작은 소리로 "33만대"라고 답하며 "중국의 자동차 업황이 너무 안 좋다"고 부연했다.

2014년 64만대에 달했던 연간 생산량은 2016년 50만대 규모로 축소됐고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 공장의 또 다른 직원은 "1분에 한 대를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냐. 재고만 쌓이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달 30일 한·중 무역투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이광국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사장(오른쪽 셋째)이 웨다그룹이 마련한 야외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이재호 특파원 ]


◆옌청시, 기아 의존도 낮추기 본격화

10월 29일 기자와 만난 차오루바오(曹路寶) 옌청시 시장은 "내일부터 (현지 국유기업인) 웨다(悅達)그룹이 전기차 양산을 시작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웨다그룹은 기아차가 경영난을 못 이겨 폐쇄한 옌청 1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바꿨다.

올 들어 옌청은 난퉁(南通) 등 인접 도시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또한 현지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한 행보 중 하나다.

차오 시장은 "자동차는 옌청의 특색 산업이며 기아차가 최대 기업"이라면서도 "웨다가 테슬라 성능을 뛰어넘는 프리미엄 전기차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옌청은 자동차 중심의 산업 구조를 다원화하려는 노력도 기울이는 중이다.

30일 옌청에서 열린 한·중 무역투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우정룽(吳政隆) 장쑤성 성장은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와 함께 제일 먼저 기아차 전시관을 들르는 성의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중궈중처(中國中車·CRRC) 등 중국 대기업 전시관을 주로 방문했다.

우 성장이 자리를 뜨자 다이위안(戴源) 옌청시 서기는 장 대사의 손을 잡아끌며 반도체·통신·미용 등 분야의 중국 기업 전시관을 순회했다. 박람회에 전시관을 마련한 SK이노베이션과 모비스, LG화학, LS전선 등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차오 시장은 "신에너지·환경·농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기업과 더 많은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말했고, 한 옌청시 관계자는 "기아차의 실적 부진에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우리 나름의 해법을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기아차와 더불어 중국 시장에서 고전 중인 현대차의 이광국 중국사업총괄 사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박람회 개막 전날 장 대사 및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여러가지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우려는 올해 안으로 해소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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