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고 10건 '창동역' 스크린도어 설치한다…자살없는 서울지하철 드디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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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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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지선 넘고 안전바에 기대 휴대전화 삼매경

  • 15년 답보상태인 '민자역사 개발' 못 기다려

끊임없는 투신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창동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다. 15년간 답보상태인 민자역사 개발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자살 없는 서울지하철'을 만들겠다던 계획은 12년 만에 완수될 전망이다.
 

30일 서울시 도봉구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 열차가 들어오는 중 안전선을 넘어선 승객들 모습. [사진=김재환 기자]
 

30일 본지 취재 결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내년 4월까지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설계 단계를 밟고 있다.

현재 서울시 지하철 역사 중에서 스크린도어가 없는 곳은 1호선 창동역이 유일하다. 민자역사 개발사업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포함돼 미리 설치할 경우 비용이 낭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본래 창동역 민자역사 개발과 함께 (스크린도어가) 설치됐어야 했지만, 개발이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왔다”며 “앞으로는 투신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시작된 창동역 민자역사 개발사업은 지하 2층~지상 10층 판매·문화시설을 짓는 사업이지만, 시행사가 파산하고 시공사가 세 번 교체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사업과 함께 스크린도어 설치가 미뤄지는 사이,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창동역에서 발생한 투신사고는 총 10건에 달한다.

자살 없는 서울지하철을 만들겠다며 12년 전부터 서울시가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키로 한 후 투신사고가 급격히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1월 2건에 이어 4월과 이번달 각 1건까지 총 4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 외에 단순 부딪힘으로 인한 부상도 잦은 상황이다.

이날 방문한 창동역은 여전히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중 안전선을 넘어간 승객들이 상당수 보였고, 일부는 안전바를 지지대 삼아 휴대전화를 하기도 했다.

스크린도어 설치 소식에 가장 기쁜 건 지하철 기관사들이다. 평생 짊어질 심리적 부담이 극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전동차 기관사인 A씨는 "스크린도어가 없으면 승강장에 진입할 때부터 심리적인 부담이 심하다"며 "투신자의 눈을 마주한 기억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코레일 소속 25년차 기관사 B씨도 "철도는 자동차와 달리 방향을 틀어서 사고를 피할 수 없어서 무력감과 트라우마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승강장 들어올 때 시속이 40㎞ 정도 되는데, 아무리 제동거리를 짧게 하려고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다"며 "동료 중에는 수년째 심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오전 11시 48분께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서 발생한 사고에서도 열차가 승강장의 절반가량 진입했을 때 60대 남성이 투신해 정차할 시간이 없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당시 열차에는 승객 200여명이 타고 있었다. 119가 도착해 사고현장을 정리하는 데 약 20여분이 걸렸고 낮 12시 5분부터 후속 열차가 투입됐다.

 

30일 서울시 도봉구 지하철 1호선 창동역 곳곳에 붙어있는 투신 방지용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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