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대국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중국 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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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10-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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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중국 누리꾼들의 높은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 특히 젊은이들이 중국 우월주의가 도를 지나칠 정도로 기고만장하다. 중국 정부와 언론까지도 이를 부추긴다. 거침이 없다. 마치 그들의 세상이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점진적으로 더 고조되어 오고 있다. 지난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차세대 교육과 관련 민족주의와 반미(反美)를 부단히 고취해 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2013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이러한 노선이 노골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이 미국에 정면으로 패권 도전을 하면서 대국굴기(大國崛起)의 당위성에 대한 인민의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주목할만한 점은 중장년층보다 청소년층이 이에 대한 믿음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동력은 중국이 잘 나가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목표가 분명하고 명분이 좋더라도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경제가 곤두박질을 치면 열기가 식기 마련이다. 지난 4년간 트럼프 정권의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당당하게 버텨오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먼저 매를 맞긴 하였지만 가장 빠르게 훌훌 털고 나오고 있는 것도 무관치가 않다. 외부의 불신 고리가 있긴 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회복세를 보인다. 경제성장률도 1분기 마이너스 6.8%에서 탈피하여 2〜3분기에는 플러스 3.2%, 4.9%로 올라섰다. 지구촌 국가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이 될 수 있는 국가가 되고 있다. 경쟁국들이 모두 죽을 쑤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국력이 상승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나타나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愛國) 소비 경향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미국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자국 제품의 구매를 늘려주는 것이 경제 전쟁에서 굴하지 않고 승리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촉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일부 IT 제품뿐만이 아니고 자동차, 가전, 생활용품, 화장품 등 거의 전 품목으로 자국산 구매를 선호하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시작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14.5 규획)에서는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을 수출보다 내수에서 찾으려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들고나온 것도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수입 상품보다는 자국 상품에 대한 소비를 부추겨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고립화를 벗어나겠다는 계산으로 이해된다.

중국의 전략적 노선 변경은 그들의 선택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인들의 노골적 배타주의와 민족주의가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이다. 미국에 대해서만이 아니고 주변국에 대해서 더 강경하게 나온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의 대외정책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는 않더라도 힘으로 이웃 국가들을 제압하면서 굴종하게 만든다. 변방을 정리하면서 국력의 낭비를 줄여야 그들이 상대해야 할 주적에게 힘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이를 실현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중국 정부나 인민이 하나가 되어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고 있다.

미국과 맞서면서 주변국과 상황 정리하는 치밀함, 일차적 대상은 한국이 되고 있어

이런 판세에서는 당연히 한국과 일차적으로 부딪힐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이 치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일차적으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염려가 현실로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월 24일 중국의 6.25 참전 70주년을 맞이해 시진핑 주석이‘항미원조(抗美援朝)’의 승리한 전쟁이라는 것을 이례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중국 인민의 결기를 다지겠다는 정치적 의도로 보이지만 남북 분단의 암울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절대 유쾌하지 않다. 그들의 안중(眼中)엔 우리는 없고 혈맹인 북한만 있다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낸 셈이다. 우리가 아무리 공을 들여도 중국 정부가 변할 리는 거의 만무하다.

중국 누리꾼들의 행보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중국 내부에는 북한보다 한국과 가깝게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요즘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그리 힘을 받기 어렵다. 미국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북한에 앞서 한국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현 정부로서도 중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데 부담감이 크다. 진영 내에서야 중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자칫 자충수가 되어 정권의 누수나 혼란을 자초할 수도 있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툭 하면 터져 나오는 방탄 소년단 사례와 같은 중국인들의 어이없는 행위가 국민적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기는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당분간은 중국인들의 오만과 편견이 쉽사리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향후 10년을 전후하여 경제력에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으로 중국인들의 자신감이 넘쳐난다. 바깥 세계에서는 중국의 상승 기운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보다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경계감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미국도 홀로 중국의 상승세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 세(勢)를 규합하려 한다. 내부의 경제 뇌관, 소수민족 저항, 대만과 홍콩 문제 등 중국의 약한 고리를 계속 건드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외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 동맹 줄 세우기인 ‘EPN(경제번영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우리가 서야 할 줄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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