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면초가' 유럽, 결국 전면 봉쇄로 가나

조아라 기자입력 : 2020-10-27 16:48
"프랑스, 사실상 통제권 잃었다"...파리 등 3개 도시 '전면봉쇄' 고려 "봉쇄에 또 봉쇄" 신음소리 커지는 유럽...각국 지도자들도 골머리
유럽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앞서 내놓은 조처에도 확산세가 사그라지지 않자 유럽에서는 '전면 봉쇄'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 국가별 코로나19 확산 상황[자료=블룸버그 캡처]

"프랑스, 사실상 통제권 잃었다"...파리 등 3개 도시 '전면봉쇄' 고려
프랑스는 그야말로 '통제 불능' 상태에 접어들었다. 야간 통행 금지 조처에도 하루에 5만명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어서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 3개 도시를 전면 봉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독일 빌트지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간 프랑스 정부는 사실상 준봉쇄령에 가까운 조처를 단계적으로 시행해왔다. 확산세가 심각한 시(市)에서 54개 주(州)로 통금 조처를 대폭 확대했지만, 연일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정부가 '최후의 수단'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전날 프랑스 정부는 앞서 내린 '야간 통행 금지'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릴, 그르노블, 생테티엔, 툴루즈, 몽펠리에 등 확산세가 심각한 주요 8개 대도시에 내려진 통행 금지령을 인구 69%가 거주하는 본토 54개 주(데파르트망)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로 제한 구역을 넓혔다.

그러나 확산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정부가 '전면 봉쇄'라는 칼을 빼 들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등 3개 도시의 통행 금지 시간을 더 늘리는 안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현재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이동할 수 없지만, 시간을 앞당겨 오후 7시부터 통행 금지령을 내리겠다는 것. 

이 밖에도 사전 허가를 받은 뒤 대중교통 이용, 슈퍼마켓을 제외한 모든 상점 폐쇄, 강제 재택근무 등 사실상 전면 봉쇄 수순을 밟고 있다고 빌트지는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9일 세부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EPA·연합뉴스]


프랑스 정부에 전염병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과학위원회의 장 프랑수아 델프라시 박사는 RTL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프랑스는 매우 치명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정치인들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델프라시 박사는 진단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과 무증상 감염자들을 고려하면 하루 10만 명 가까운 신규 감염이 발생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과학위원회는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랑스는 사실상 코로나19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상태다. 지난 25일에는 하룻밤 사이 5만20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리 시간 27일 기준으로 월드오미터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누적 확진자 수는 116만5878명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감염 사례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3만5018명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전국적인 '전면 봉쇄'에 들어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리 피티 살페트리레 병원의 감염병 책임자인 에릭 코메스 박사는 "프랑스가 코로나19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몇 주 전에 코로나19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며 더 강력한 봉쇄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봉쇄에 또 봉쇄" 신음소리 커지는 유럽...각국 지도자들도 골머리
또 다른 핫스팟인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심각하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더 강력한 조처의 봉쇄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페인은 이달 들어 거의 매일 1만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스페인 정부는 지난 25일 국가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카나리아섬을 제외한 스페인 전역에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스페인에서는 지역 간에 이동할 수 없고, 저녁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통행도 전면 금지된다. 지난 3월 때의 봉쇄처럼 전 국민의 이동을 막는 것은 아니지만, 비상사태와 야간 통행 금지령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에 따르면 바스크, 아라곤 등은 자체적으로 이동제한 조처에 들어갔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주 정부가 나서 주민들이 경계를 넘나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마드리드는 중앙정부와는 별도로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주민 이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오는 11월 9일까지로 정해진 통금령이 앞으로 6개월 더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산체스 총리는 내년 5월까지 비상사태를 연장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된 영업시간 제한 조치 등에 반발해 시위에 나선 극우단체 회원들이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상황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다급해진 이탈리아 정부는 봉쇄에 준하는 강도 높은 조처를 내놨다. 이에 따라 음식점과 주점은 평일과 휴일 관계없이 오후 6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다. 영화관과 헬스장, 극장 등 다수가 모이는 시설은 전면 폐쇄된다. 고등학교의 원격수업 비중은 75%까지 확대하는 등 학교 방역도 강화했다. 규제안의 효력은 다음 달 24일까지다.

일각에서는 전국적 봉쇄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전국 봉쇄령은 논의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당분간 매우 어려운 날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제한 조처를 수용하고 잘 견뎌준다면 12월에는 다시 숨 쉴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아일랜드, 체코 등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도 신음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나 부분 통행 금지에도 신규 확진자 수 급증을 막지 못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1차 확산 때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내놓은 봉쇄 조처는 찬사를 받았지만, 지금은 되레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각국 지도자들도 딜레마에 빠졌다. 재봉쇄 조처와 해제가 반복되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는 데다가 정부의 고강도 제한 조처가 유럽 경제의 회복세를 꺾어버릴 위험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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