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무마 없는 감찰무마 재판…"수사 과정서 용어 의미 부여"

김태현 기자입력 : 2020-10-25 17:44
'스모킹건' 박형철 "감찰종료는 민정수석의 권한…중단 지시한 적 없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국 전 장관(당시 민정수석)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힘을 잃었다. 검찰도 애초 주장했던 '직권남용'과 양립할 수 없는 직무유기 혐의를 추가로 기소했다.

애초 수사의 '스모킹건' 역할을 했던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23일 재판에서 검찰에 불리한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은 여권 주력 인사들의 구명 활동의 실체가 있었는지도 특정하지 못한 채 오히려 감찰종료는 민정수석의 권한이라는 점만 분명히 했다.

특히 '감찰무마'라는 발언 자체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의미가 부여된 표현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검찰도 내려놓은 실체 없는 '감찰무마'
 

변호인 : 이 사건 심리 과정에서 중간보고, 삼자회의, 감찰중단 이런 말들이 나오는데요, 당시 그런 용어 개념에 대한 인식은 없었죠.

박형철 : .....수사 과정에서 용어에 의미가 부여된 것 같습니다.

변호인 : 소위 중간보고, 답변 내용도 1보, 2보, 3보, 4보로 (제목이) 정해졌을 거 같은데요.

박형철 : 맞습니다. 그런 식입니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 전 비서관은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검찰이 '감찰무마'라며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의미가 부여된 것일 뿐 당시에는 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운동 때문에 압박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박 전 비서관은 "느꼈다"라고만 표현했다.

하지만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 : 피고인이 구명운동이 있다는 말을 들은 다음에 감찰 중단을 지시하진 않았죠.

박형철 : 네 그렇습니다.


박 전 비서관은 앞서 검찰 조사 당시 '사표를 낸다고 하니 정리를 해라, 사표를 받는 걸로 정리하자'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청와대 특감반장이나 특감반원에게 감찰을 계속하라는 지시를 한 것도 조 전 장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표를 받고 감찰을 끝내기 전까지 조 전 장관이 이들의 감찰을 막거나, 부당하게 무마한 적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박 전 비서관은 '중간보고'를 한 이유에 대해 "유 전 부시장이 휴가를 내고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임의적 감찰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때문에 사표를 받고 감찰을 종료하는 데 대해 "결정권한은 수석님한테 있는 것이고 감찰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표 등 불이익을 안 받고 끝내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수용했다"는 게 박 전 비서관의 설명이다.

박 전 비서관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표한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고, 감찰의 종결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표를 받는 선에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종료한 것에 대해 비정상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박 전 비서관은 "재판부께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특감반이 일반인 조사해야 한다?…검찰의 황당한 질문
이날 검찰은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에게 골프채 등을 선물한 일반인에 대해 조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러 차례 되물었다.

검찰 : 대상자가 대가를  지불했다고 하면 상대방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박형철 : (특감반이) 수사 기관도 아니고 (첩보를 얻은) 그 시점에서 민간인을 부른 전례는 없습니다.

검찰 : 전례 없다는 거지 안된다는 거 아니잖아요.

박형철 : 그런 적 없습니다.


특별감찰반의 직무 범위인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감찰 범위를 넘어선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 박 전 비서관은 "전부 다 (유 전 부시장의) 협조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감찰에 협조하지 않으면 결국 수사의뢰나 이첩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감반이) 상대방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되물었지만 박 전 비서관은 "특감반이 일반인 상대로 조사한 전례가 없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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