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초읽기, 한국 정부 목소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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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입력 2020-10-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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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사진=그린피스 제공]

지난 9월 새로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뒤 처음 나간 출장지는 후쿠시마 원전 현장이었다. 그간 일본 국내외에서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강렬한 반대가 이어져 왔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그린피스 사무소를 통해 약 12만명의 방류 반대 청원도 전달됐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을 주축으로 총 43만명의 농수산업 종사자와 후쿠시마의 40여개 지방의회가 정부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출범 후 고공 행진하던 스가 총리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2022년 하반기 방류를 목표로 하는 일본 정부의 계획은 이러한 방류 반대 움직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분 결정이 수일 앞으로 다가왔다.

반대 여론이 빗발쳐도 스가 총리가 요지부동이자, 중국 외교부도 움직였다. 오염수는 환경 피해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인접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처분 방식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강력한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한국의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입장을 지지한 이후 두 번째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아직 이렇다 할, 진일보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은 누구보다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국가다. 작년 그린피스의 보고서 발표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밝혀지자 한국과 전 세계가 주목했다. 한국에선 14개 이상의 정부 부처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강경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특별 대응팀까지 설치됐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 결정이 임박한 지금, 한국 정부의 실질적 대응을 확인할 수 없다. 작년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수장이 논의할 만큼 위중한 사안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불충분한 대처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서 모든 방사성물질을 제거했으며 삼중수소만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일본이 해양 방류를 정당화할 유일한 무기이다. 하지만 현재 저장된 오염수 123만t 중 약 70%가 국제적으로 합의한 해양 방류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삼중수소만 거론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다. 스트론튬90, 요오드129, 플루토늄 등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수백년간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은 지난 15일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을 만나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일본 어업은 궤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다와 해양 생태계 오염, 일본산 먹거리의 방사능 피폭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한국 수산업계 역시 충격에 빠질 것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처분은 남의 일이 아니라 조만간 한국이 맞닥뜨릴 위기일 수 있다.

실제 우리 수산업계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그리고 2013년 오염수 방출 사고 직후 소비 위축의 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수십년간 혹은 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우리 바다에 방사성물질이 유입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또 국민 안전을 위해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는 명백한 국제해양법 위반으로 국제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4년간 이어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분쟁에서 한국은 '피소국'에서 '승소국'이 되는 한판 승부를 펼쳤다.

이젠 피소국이 아니라 제소국이 돼 우리 바다의 방사성물질 오염을 막아야 한다. 승소국의 우위와 강점을 적극 살려 방어적 태세가 아니라 선제적 조치를 할 때다.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염원하는 모두가 한국 외교부의 행보를 주목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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