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서 위증' 전 안기부 수사관 2심도 실형..."속죄 구할 기회 걷어차"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0-10-21 14: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재판부 "고령인 점 고려해봐도 실형 선고한 원심 판결 부당하지 않아"

 

서울고등법원 전경[사진=서울고등법원 제공]

불법 감금과 고문 피해를 본 고(故) 심진구씨 재심에서 '고문이 없었다'고 위증한 전직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5-2부(유석동·이관형·최병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모 전 안기부 수사관(76)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구씨는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에 하얀 마스크와 수의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이 저지른 가혹행위·반인륜범죄에 대해 이미 공소시효 완성으로 공소권 없음을 받았기에 형사처벌 두려움 없이 심진구에게 속죄를 구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러나 그 기회를 걷어차버렸고, 2014년 11월경 심진구는 사망해버려서 그 기회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당시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말하며 선처를 호소하지만 피고가 위증할 당시 상황은 피고가 말한 시대적 상황이 아니었다"며 "심진구 유족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검찰과 구씨 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구씨가 고령인 점과 건강을 고려하더라도 원심 양형을 바꿀 사정을 찾아볼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구씨는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관으로 안기부가 심씨를 영장 없이 연행해 고문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2012년 4월 심씨 재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심씨는 1980년대 노동운동을 하면서 '강철서신' 김영환과 4개월간 함께 자취하다 1986년 12월 안기부 남산 분실에서 영장 없이 연행돼 조사 받았다.

안기부는 당시 심씨로부터 자백을 받기 위해 강압적으로 폭행하며, 잠을 재우지 않는 방식으로 고문을 했다. 결국 심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1987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을 확정 받았다.

이후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심씨는 재심을 청구해 지난 2013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구씨는 심씨 재심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심씨를 직접 고문하거나 같은 수사1과 수사관들이 고문한 사실을 아느냐'고 묻는 질해 "고문한 적이 없다", "고문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1980년대 안기부 수사관들이 심씨를 고문한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나, 구씨가 심씨 재심에서 위증을 하면서 기소가 된 것이다. 심씨는 지난 2014년 무죄 판결 이후 세상을 떠났지만, 심씨의 딸이 구씨를 위증 혐의로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2019년 고소하면서 가능해졌다.

1심은 지난 6월 24일 "심씨가 조사 당시 구씨 등 안기부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받은 점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며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구씨는 선고 직후 법정구속 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