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공개 싫다는데 "사진 찍어라"...인권위 "나눔의집, 위안부 피해자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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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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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20일 "피해자 동의 없는 신상공개는 인권침해"

  • 나눔의집 직원인 진정인, 지난 3월 인권위에 민원 접수

  • 인권위, 법인 이사장에 기관경고·특별인권교육 등 권고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나눔의 집 법인·시설 측과 첫 면담을 진행한 지난 6월 24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비를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위안부 피해자 A씨는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매우 꺼렸다. 가족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나눔의집' 관계자인 피진정인 B씨와 C씨는 홈페이지에 A씨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여성가족부 장관이 방문했을 때도 같이 사진을 찍게 했다. B씨는 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씨 사진을 올리고 방송국 촬영을 허가하기도 했다. 이에 직원들이 자제를 요청했으나 B씨는 오히려 화를 내며 A씨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가족을 비난했다.

# 위안부 피해자 D씨는 생전 경복궁 관람이 소원이라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이에 나눔의집 직원이 진정인인 E씨가 피진정인 B씨와 C씨에게 D씨 요구를 수차례 전달했다. 그러자 C씨는 "할머니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가면 당연히 좋아하지. 그럼 할머니가 너한테 계속 나가자고 하겠지"라며 "너, 그럼 감당할 수 있어? 그래서 버릇이 나빠진다고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B씨와 C씨는 거듭 추운 날씨를 핑계로 경복궁 관람을 거절했지만, 얼마 뒤 세 시간이 넘는 야외행사에 위안부 피해자 3명을 모두 참석시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일 위안부 피해자 요양시설인 나눔의집에 피해자 동의 없는 신상공개는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전임 사무국장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버릇이 나빠진다"는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충분히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3월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인권위는 법인 이사장에게 해당 시설에 대해 기관경고를 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하는 한편 운영진들이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게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나눔의집 직원인 진정인은 지난 3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나눔의집 운영진들의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구체적으로 △비공개 의사를 표시한 할머니의 신상공개 △증축공사 시 동의 없는 물건 이동 △경복궁 관람 요청 거부 △부당한 언행 △부적절한 의료조치 및 식사제공 △할머니들 간 폭력문제 방치 △후원금 사용 관련 부당한 처우를 주장하며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운영진들은 진정인이 사실관계가 과장·왜곡되게 주장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들은 인권위 조사 도중 사임했다.

인권위는 시설 직원들과 간병인, 시설에서 근무했던 사회복무요원들 및 자원봉사자와 유가족의 진술을 청취하고 사진 및 녹음기록, 관련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 현장조사 및 면담조사 결과를 종합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시설 측이 적극 홍보에 활용해온 점 △시설 증축공사 시 충분한 안내 없이 피해자들의 개인물품들이 이동돼 훼손된 점 △전임 운영진이 피해자들을 지칭하며 '버릇이 나빠진다'와 같은 부당한 언행을 한 점을 확인했다.

인권위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드러낸다는 것은 공익적인 행위지만 본인의 경험이 알려질 경우 개인 및 가족에게 미칠 피해를 염려해 스스로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이며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및 명예권과도 관련된 사항으로 판단했다.

또 시설 공사 당시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피해자들의 물건이 옮겨졌는데 그 사유가 부득이하거나 급박한 상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전임 사무국장의 언행 역시 피해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직원 또는 자원봉사자에게 피해자들의 "버릇이 나빠진다"며 주의를 주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점, 당시 운영진의 발언을 들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이가 없다', '당황스러웠다', '화가 났다' 등으로 반응했다는 점 등에서 충분히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후원금 사용 관련 주장에 대해 후원금이 피해자들의 생활수준이 인권침해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시설법인의 후원금 운영과 관련한 사항은 위원회의 직접적인 조사대상에 해당하기 힘들고 수사기관이 같은 사안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외 진정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거나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 각각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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