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금품 직접 안받고 타인에게 보내게 허락했어도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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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10-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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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금품을 받지 않은 공무원이 본인 이름으로 선물을 보내도록 허락했다면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청 공무원 A씨와 경기도 김포시 어촌계장 B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경기도청 수산과장이던 A씨는 2013년 11월 B씨에게서 "선물할 사람이 있으면 새우젓을 보내주겠다"라는 말을 듣고 B씨에게 명단을 보냈다. B씨는 명단에 있는 329명에게 개당 7700원짜리 새우젓을 A씨 이름으로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에게 조업분쟁 편의를 봐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수산물 포장재 지원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재판 쟁점은 B씨가 A씨 이름으로 다른 이에게 새우젓을 보낸 것이 뇌물공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새우젓 발송 사실을 알았고 어로행위 단속 등 김포 어촌계와 밀접한 업무를 담당한 점에 비춰 B씨에게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B씨가 새우젓을 발송한 것도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에겐 벌금 1000만원, B씨는 횡령 혐의도 적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뇌물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새우젓 발송으로 A씨가 얻은 이익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329명이 새우젓을 받은 것을 A씨가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뇌물을 주고받는 사람 사이에 금품이 직접 오가지 않아도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뇌물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B씨가 배송만 대신해줬을 뿐 A씨가 새우젓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새우젓을 받은 사람은 A씨가 보낸 것으로 인식한 만큼 A씨는 새우젓을 취득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두 사람이 새우젓 제공에 대한 의사가 일치했고, 발송방식 등도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사진=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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