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유니콘 특별보증부터 KPAS까지...벤처 생태계 ‘기둥’ 세우는 기술보증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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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10-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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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에 100억원 통 큰 보증...“과감한 자금 지원”

  • 장관도 칭찬한 AI 평가 시스템 개발

  • 정윤모 이사장 취임 2주년만에 성과

# 기술 중심 중소기업에 최대 30억원을 보증해주던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지난해부터 보증 한도를 100억원으로 늘렸다. 유니콘기업 전 단계인 ‘예비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육성을 목적으로 보증 한도를 파격적으로 증액한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의 등장이었다. 정책 발표 당시에는 “국민 세금을 투입해 기업당 100억원씩 지원해주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별보증 시행 후 1년이 흐른 지금, 업계에서는 “재무적 지표가 아닌 성장가능성을 평가해 스케일업 자금을 공급하는 과감한 지원정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올해 초 한국벤처투자 업무보고에 참석해 기보의 특허평가시스템(KPAS)을 언급했다. 장관이 산하기관 업무보고를 언론에 공개한 행사도 이례적이었지만, 타 기관의 평가 시스템을 직접 소개한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KPAS는 기술평가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객관성을 높이고, 인력 투입을 최소화한 특허기술 가치평가 자동 시스템이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AI 평가 등 객관적인 툴을 활용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기관에서도 기술평가 노하우를 가져오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극찬했다.

 

[부산에 위치한 기술보증기금 본사.]


기술보증기금이 정부가 추진하는 ‘제2벤처 붐’ 전략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에 수행하던 벤처기업 인증과 안전성 위주의 보증 업무에서 탈피해 재무적 지표와 관계없이 혁신 기업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성장 사다리’로 변신했다. 기보가 지난 2017년 7월 중기부 산하기관으로 이관한 지 3년여 만이자, 정윤모 이사장이 취임한 지 2년 만의 성과다.

기보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정책은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이다. 기존 보증사업은 신기술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30억원까지 지원하는 제도였다. 보증 한도가 작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재무성과 부진기업을 따로 분류해 적자 기업은 강화된 보증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에서는 재무성과를 평가 지표에서 과감히 제외했다. 스타트업은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아닌 미래 성장 가능성을 기본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인 결정이었다. 보증 한도 또한 100억원으로 확대해 스케일업을 준비하는 벤처기업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지 않도록 길을 열어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이 적자기업에 100억원씩 보증해주는 것이 합당하냐’는 의문이 많았다. 지원 금액이 모두 국민 세금이고, 벤처기업의 폐업 위험성이 존재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문제제기였다. 최근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컬리, 리디, 바로고 등 예비유니콘에 선정된 기업은 총 3754억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6월 기준 고용 규모는 지난해 대비 평균 22.5%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가 증명되면서 기보의 특별보증을 향한 의구심 또한 대부분 사라졌다.

기술평가 시스템도 고도화했다. 종전까지 기술평가는 전문 기술평가 인력과 회계사, 변리사 등이 투입돼 매출 사업 기여도 등을 오랜 기간 따져야 했지만, KPAS 도입 이후 기술 평가 과정이 전면 개편됐다. 기보가 그동안 쌓아온 기술평가 데이터를 AI로 평가해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고, 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평가등급 및 가치금액은 자동 산출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은 2016년부터 개발을 추진했지만, 2018년부터 기술을 고도화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정윤모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가운데)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기보)]


기보가 혁신하는 과정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이 있다. 지난 11일 취임 2주년을 맞은 그는 중기부 출신 최초로 기보 이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과거에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 관료가 맡아 오던 자리였다. 중기부가 중기청에서 승격된 이후 변화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던 만큼 책임감도 컸다. 취임 초기 이후에는 언론 인터뷰는 물론이고 신문 기고에 이름 올리는 것도 피할 정도로 외부 노출을 자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쪽은 자금 운용이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담보 능력이나 자금력이 부족해도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 가격으로서 밸류를 인정받으면 중기·벤처의 자금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액셀러레이터를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벤처혁신 종합지원기관으로 발전하겠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기대와 우려 속 임기 절반을 넘긴 정 이사장은 기보의 대내외적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기보의 역할과 위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중기부가 힘 있는 부서가 되면서 가장 수혜를 본 기관이 기보라는 말도 나온다”며 “정부가 뉴딜정책과 디지털 경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금융에 특화된 기보의 역할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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