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른 시골 마을 ‘역텃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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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박종석 기자
입력 2020-10-0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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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텃세···원주민과 이주민의 생활방식·문화적 차이에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다툼

  • 역텃세···마을사업주도권·경제적 활동에 따른 이주민 간의 이해충돌

 

강원 화천군 사내면 마을 전경(위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사진=박종석 기자]



접경지역 마을의 역텃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역텃세는 먼저 귀농·귀촌한 이주민이 뒤에 이주한 사람에 대해 갖는 일종의 특권 의식이나 행동 등을 말한다.

강원 화천지역 주민들은 마을 발전의 걸림돌로 주민 간의 갈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갈등의 원인으로는 역텃세를 뽑았다.

텃세의 이유도 달라졌다. 토박이의 텃세는 이주민과의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조 이주민의 역텃세는 경제적 이익에 따른 이주민 간의 문제다.

이에 마을주민들은 귀농·귀촌인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역텃세가 주민 화합을 막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흔히 말하는 토박이의 텃세는 귀농·귀촌인과의 생활방식과 문화적 차이에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다툼이었다. 이는 서로 다른 생활환경에서 살아온 원주민과 이주민이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역텃세는 텃세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 경제적 활동에 따른 이해충돌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똑같은 농사일을 해도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주민들의 경우는 다르다. 경제적 활동 영역이 같은 경우가 많아서다.

따라서 갈등의 씨앗은 도시와 농촌의 서로 다른 생활방식을 벗어난 이주민 간의 경제적 이익 탓으로 자라났다. 이해관계가 얽힌 씨앗이 마을 발전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원주민의 고령화와 감소에 따른 시골 마을의 구도 변화가 불러온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젊은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마을사업주도권이나 경제적 활동에 따른 이해충돌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년 전 화천지역으로 귀촌한 A씨는 이사 온 지 3개월 만에 있었던 이장선거 이후 지금까지 마을 일에서 소외되고 있다.

A씨는 “원주민이 마을 사정을 잘 알겠다 싶어 투표했는데 이장이 된 원조 이주민이 의도적으로 마을 일자리나 행사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같은 이주민인데 자기를 도와주지 않아 괘씸하다는 말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4년 전 귀촌한 B씨는 펜션 운영을 위해 도시에서 8년 동안 준비했지만 같은 이주민에게 곤욕을 치른 후 사업을 포기했다.

“펜션 사업을 위해 철저히 준비했어요. 손님들도 반응이 좋았고 괜찮았지요”라고 했다.

그러나 이 펜션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지역 모든 펜션은 비슷합니다. 완벽하게 법을 지키지는 못해요”라며 “저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민원에 지쳐 사업을 포기했어요. 오죽하면 그만뒀겠어요”라고 하소연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이주민의 항의로 진행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이 마을은 방문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마을 공동건물 보수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마을 개발위원에 따르면 “공동건물 시설에 대한 투자로 마을을 찾은 방문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려 했는데 6년 전 마을로 이사 온 C씨의 억지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마을사업이 C씨가 하는 일과 비슷하지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줄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와 관련 화천군청에서 정년퇴직한 공무원은 “수백 년 전부터 마을에 터를 잡고 이를 지켜온 원주민들은 이주민들이 들어와서 경계선을 긋듯이 말뚝 박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었다”며 “원조 이주민들도 자기들이 개척했다는 특권 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귀농·귀촌인들에 대해서는 “국가유공자를 인정하듯이 원주민은 물론 먼저 정착한 이주민이 마을 발전을 위해 일궈낸 공헌을 인정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주민들은 원주민과 달리 경제적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원주민들은 처음에 이주민들이 마을에 무임 승차한 이방인처럼 느꼈지만, 지금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했다”며 “원조 이주민들도 제2의 출발을 위해 귀농·귀촌한 이주민들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민원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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