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마오타이 대신 강소백” 중국 90년대생이 이끄는 酒시장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입력 : 2020-10-08 06:00
"가볍게 한잔" 즐기는 젊은 애주가 급증 젊은층 공략한 강소백···'신식 바이주' 대유행 칵테일·과실주 등 저알코올 음료 기업에 몰리는 자금
#직장인 양샤오무씨는 매일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서 수제 맥주를 하나 꺼내들고 소파로 직행하는 게 습관이 됐다. 반쯤 드러누워 TV를 보며 맥주 한 모금 들이켜면 그날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라고 한다. 

#광둥성 선전에 사는 레이첼은 투자 매니저다.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매일같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지쳐있는 게 현실이다. 유일한 낙이라곤 친구들과 함께 퇴근길에 간단히 술 한잔 하는 것. 레이첼에게 이제 퇴근길 한잔은 식사, 수면처럼 빼놓을 수 없는 일상생활이 됐다. 그는 “일주일에 최소 두세 번은 간단히 한잔씩 한다”고 말했다.

#셰이란씨는 집에서 술을 직접 제조해 먹는 걸 좋아한다. 냉장고에는 럼주, 진, 보드카 등이 가득하다. 야근이 없는 날이면 집에서 직접 양주에 토닉워터, 레몬즙을 섞어서 한 잔 마시고 잠을 청하곤 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주링허우(90後, 1990년 이후 출생자), 주우허우(95後, 1995년 이후 출생자) 세대 사이에서 ‘술 한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매체 차이나벤처는 90년, 95년대생이 중국 주류 시장의 새로운 주력군으로 떠올랐다고 소개했다.

[자료=아주경제DB]

 
◆ "가볍게 한잔" 즐기는 젊은 애주가 급증

중국 시장조사업체 CBNData가 발표한 ‘2020년 젊은층 음주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90, 95년대생 술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95년대생 1인당 주류 소비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티몰이 발표한 젊은층 음주 소비 보고서에서도 음식점과 술집 내 주류 소비의 60%가 90년대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층에서도 남성보다 여성 애주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신세대 직장인의 음주 습관은 기성 세대와도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웨지(悦己)', 즉 자기만족이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자기만족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데, 음주에 있어서도 가볍게 술 한잔 마시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기성세대 음주문화를 거부하고 '웨이쉰(微醺)'을 추구한다. ‘적을 미(微)’, ‘취할 훈(醺)’, ‘적은 취함’이라는 뜻이다. 기분이 좋을 만큼 살짝 취기가 도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중국 90년대생들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더 선호한다. 수제맥주, 스파클링 와인, 아니면 독한 양주를 베이스로 리큐어, 토닉워터, 탄산수 등과 같은 음료와 섞어 제조한 술을 즐겨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자기 입맛에 맞게 집에서 직접 술을 제조해 먹는 젊은 애주가도 늘고 있다. 특히 올여름 중국 가수 저우제룬(周傑倫)의 신곡 ‘모히토(Mojito)’가 중국 대륙을 강타하면서 모히토 인기가 급상승했는데, 젊은층 사이에서는 직접 모히토를 제조해 먹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덕분에 각종 온라인쇼핑몰마다 모히토의 베이스가 되는 럼주 판매량이 폭증해 동이 났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티몰글로벌이 발표한 '젊은층 양주 소비 보고서'를 보면 티몰글로벌 쇼핑몰에서 18~29세 젊은층은 토닉워터, 탄산수, 기능성 음료 등 독한 양주와 섞어 마실 음료를 즐겨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젊은층 공략한 강소백···'신식 바이주' 대유행

중국 CBNData에 따르면 90, 95년대생이 즐겨 마시는 '톱3' 주종은 바이주(白酒·고량주), 와인, 양주였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바이주가 들어있는 게 의외다. 하지만 90, 95년대생이 좋아하는 건 마오타이(茅台) 같은 전통 바이주가 아니다.

젊은층이 즐겨 찾는 바이주는 따로 있다. 대표적인 게 장샤오바이(江小白·강소백)와 카이산(开山·개산) 브랜드다.

[장샤오바이]


장샤오바이는 90년대생은 바이주를 마시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며 바이주 업계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바이주는 독한 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40도 남짓의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일반적으로 중국 바이주는 50도 이상이다. 특히 가벼운 목넘김과 청량감,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다. 판매가도 대부분이 100위안 이하로 저렴한 편이다.

심지어 다른 음료와 섞어 먹어도 맛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90년대생들은 장샤오바이 바이주를 레몬즙, 사이다는 물론 우유, 훙뉴(기능성음료), 홍차와도 섞어 마신다. 술병 라벨에 의미있는 문구를 새기는 감성 마케팅도 선보였다. 2012년 출시된 장샤오바이는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해 매출액은 벌써 30억 위안을 돌파했다. 

장샤오바이에 투자금도 밀려 들어오고 있다. 세쿼이아캐피털, 힐하우스, IDG, BA캐피털 등 글로벌 자본을 든든한 투자자로 두고 있다. 지난달까지 장샤오바이는 시리즈C 투자 유치도 완료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투자 유치로 장샤오바이 기업가치는 약 130억 위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샤오바이와 함께 중국 젊은층의 사랑을 받는 바이주는 카이산(开山)이다. 2018년 상하이에서 출시해 이제 막 2년 된 브랜드지만 벌써 1억 위안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힐하우스, 제네시스캐피털, 소스코드캐피털 등이 카이산의 투자자들이다. 

이밖에 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小米) 임원 출신인 류페이(劉飛)가 지난 2017년 만든 구샤오주(谷小酒)도 독특한 술병 디자인과 온라인 감성 마케팅으로 젊은층 마음을 파고들었다.

장샤오바이, 카이산, 구샤오주 등을 가리키는 '신식 바이주'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겨났다. 오히려 마오타이 같은 전통 바이주는 신식 바이주에 밀려 젊은층으로부터 냉대받고 있다. 앞서 지커량(季克良) 마오타이 명예그룹 회장이 “젊은층이 마오타이를 마시지 않는 건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다. 20대는 아직 어려서 세상 물정 모른다. 좋은 술이 뭔지 분간 못한다”라고 한마디 했다가 90, 95년대생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 칵테일·과실주 등 저알코올 음료 기업에 몰리는 자금

신식 바이주 말고도 중국에 술과 청량음료 중간에 속하는 저알코올 음료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실주, 칵테일 음료가 대표적이다. 티몰에 따르면 과실주와 칵테일 음료 판매량은 매년 평균 300%씩 늘고 있다. 최근 가장 빠른 판매 증가세를 보이는 주종이다. 

리차오천(李超岑) 매트리스파트너스 투자매니저는 “소비자나 언론, 유통채널 등에서 수집한 정보로 판단컨대 저알코올 음료 시장이 폭풍 성장 전야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알코올 음료는 저렴한 가격, 세련된 디자인, 건강함을 내세우고 있다"며 "웨이보, 틱톡, 샤오홍수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홍보하기에 딱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칵테일 음료 시장에서 최강자는 리오(RIO)다. 시장 점유율 80%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과실주나 곡주 시장은 아직까진 여러 소규모 업체가 난립해 있어서 브랜드 경쟁력을 가진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리차오천 투자매니저는 "향후 저알코올 음료 시장에서 연간 매출 10억~20억 위안 규모의 기업 한두 곳이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저알코올 음료가 맥주 시장을 일부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펑루이(峰瑞)캐피털은 ‘저알코올 음료에서 창업 기회를 찾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스파클링 와인이나 칵테일 음료 같은 저알코올 음료가 일부 맥주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연히 투자자들도 중국 저알코올 음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티몰 온라인쇼핑몰 과실주 판매 순위에서 석달째 1위를 차지한 중국 토종 과실주 업체 베이루이톈신(貝瑞甜心, 미스베리).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 달콤함, 청량감으로 여성 애주가를 적극 공략했다. 아직 설립된 지 1년도 채 안됐는데 최근 매트릭스파트너스로부터 수천만 위안 자금 투자를 유치했다. 

또 다른 저알코올 음료 브랜드 리커우바이(利口白)도 올해 4월 설립되자마자 전거펀드(真格基金) 등으로부터 수백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매실주 브랜드 빙칭(冰青, 쿨드링크)도 최근 수천만 위안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자로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을 비롯해 쥔양캐피털, 바오하이투자, 더상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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