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정감사] 국감 불려가는 병원장들…사립대병원 ‘회계부실’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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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10-0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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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호·권오정·윤동섭 등 증인 채택

  •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집중추궁 전망

  • 의료계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다”

[그래팩=임이슬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사립대병원의 재무 회계 불투명성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정치권은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 등 주요 종합병원의 회계 건전성을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이미 정치권과 의료계에서는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을 포함해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등 증인으로 채택된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 관심을 쏟고 있다.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을 국감장으로 불러 병원 운영 및 회계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따진다는 방침이다.

사실 사립대병원에 대한 감사권과 관리, 감독 권한은 교육부에 있어 교육위원회가 아닌 보건복지위에 증인들이 출석하는 것이 이례적인 분위기다.

이에 대해 고영인 의원실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 등의 법적인 지위가 병원으로서 있는 게 아니라 학교의 부속으로 있다. 병원이 대학 연구센터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삼성서울병원장과 연세대의료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회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의하면서 현재 보건의료 체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초 고 의원은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재단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의 병원 운영 적절성 관련 질의를 위해 김황식 이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으나,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과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자, 김 이사장의 출석 여부에 대해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고 의원실이 주목하는 것은 병원 운영 적절성과 회계의 불투명성이다. 사립대병원은 비영리 법인으로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지만 세부내역은 자체 감사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에선 재부제표 중 ‘고유목적사업준비금(건물·시설 등 교육 목적에 쓰려고 남겨놓은 돈)’을 집중 추궁한다고 알려졌다. 의료법 제62조(의료기관 회계기준)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기관 회계를 투명하게 하도록 노력하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 개설자는 회계를 투명하게 하도록 의료기관 회계기준을 지킬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사립대병원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제도는 사실상 전형적인 회계 눈속임이자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해당 병원들의 경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과다 계상해 조 단위 매출과 억대의 순수익에도 불구하고, 회계상으로는 ‘순손실’ 처리가 잦았다는 것이다.

연세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세의료원 및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지난해부터 올해 2월 말까지 당기 손익계산서를 보면 의료수익이 2조3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 의료이익은 2379억원이다. 여기에 의료외수익을 더하면 당기순이익은 3180억원이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331억원이 순손실로 처리돼 있는데, 이는 대학병원의 공식 비자금으로 통칭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3510억원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연세의료원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병원의 경우도 고유목적사업비로 땅을 사고 신축을 하거나, 원칙적으로 부속병원 회계에서 지출해야 하는 병원 교직원 급여를 고유목적사업비에서 끌어다 쓰기도 했다는 의혹이 많았다.

고영인 의원실 관계자는 “많은 사립대병원들이 회계 불투명 문제가 있었으나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가 가장 (회계) 문제가 심했던 곳이다. 또 국감 질의 시간을 감안해 대표성을 지닌 이들 병원의 병원장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전했다.

해당 병원들은 국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국정감사 출석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다만 병원계 일각에선 병원 회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회계항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문제는 회계 기술상의 문제다. 수익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정확히 기록을 하되, 그 기록을 기타수익이냐 수수료 수익 항목이냐는 병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선 회계 기록상의 항목을 왜 이렇게 썼느냐, 고유목적사업금을 왜 여기다 썼느냐 그러면 할 말이 없다. 만약 예를 들어 세브란스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용인 세브란스의 건립기금으로 쓴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이상 해석에 따라 재투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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