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산할까 두렵다" 제주·강원지역 주민들, 추캉스 후유증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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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10-0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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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제주국제공항.[사진=연합뉴스 제공]

#1. "정부에서 고향 방문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연휴 기간 여행객으로 지역이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우리 동네를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할까 두렵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주민 A씨

#2. "중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주요 여행명소 관광지가 북적였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합니다. 주민들은 고향에도 못 가고 외출도 삼가는 상황인데, 몰려든 여행객으로 인해 행여 도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됩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주민 B씨

제주와 강원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추캉스(추석+바캉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추석 연휴기간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척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지만, 전국 유명 관광지에 추캉스 고객이 몰리면서 코로나19 확산 불안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 연휴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이어졌다. 직장인의 경우 연휴 직전인 28일과 29일까지 휴가를 쓰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였다. 

가족 모임과 여행을 통한 감염 확산을 우려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연휴 기간을 포함해 오는 11일까지 2주간을 '추석 특별 방역기간'으로 정하고, 그간 전국적으로 실시해오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준하는 핵심 방역 조처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감염 확산을 우려한 정부는 고향 방문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지친 국민은 코로나 확산 두려움보다는 그간 외출을 하지 못했던 데 대한 갑갑함이 더 컸기 때문인지, 제주와 강원지역으로 추캉스를 떠났다. 

제주도관광협회 등은 추석 연휴 동안 제주지역에 여행객 30만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휴 기간 김포공항이나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제주로 가는 항공기 노선과 제주 지역 렌터카 예약률은 70%를 넘어섰고, 제주지역 골프장 예약도 진작 마감됐다. 

실제로 추석 연휴 기간 제주도를 찾은 여행객은 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수욕장을 찾은 나들이객 일부는 턱까지 마스크를 끌어 내린 채 돌아다니는 등 자체 방역이 느슨해진 모습까지 포착돼 감염 확산 불안감을 키웠다. 유명 카페와 식당도 인파가 몰렸다. 대기줄까지 늘어서며 사실상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상태를 지속했다.

강원도도 상황은 비슷했다. 추캉스와 가을 단풍을 즐기러 온 여행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고성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를 비롯해 소노 호텔앤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쏠비치 삼척 등 강원지역 호텔·리조트를 비롯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설악 쏘라노 등 일부 사업장 객실은 연휴 이전 이미 만실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제로 연휴 시작 첫날부터 올가을 첫 단풍이 시작한 설악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도내 호텔‧리조트 추캉스 행렬이 줄을 이었다. 수도권과 인접한 도내 일부 골프장도 모든 시간대가 일찌감치 마감됐다. 주차장도 빈 공간을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지난 4월 말∼5월 초 황금연휴와 7∼8월 여름 휴가철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했던 만큼 '10월 위기설'을 염려한 정부·지자체는 각종 축제를 취소하고 방역을 강화하는 등 '초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전국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등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연휴가 끝난 이후 감염자가 속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릉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코로나19 감염 추세가 주춤해지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1단계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추석 연휴 몰려든 여행객에 또다시 확진자 수가 늘어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제주시에 사는 주민 역시 "국민이 한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호텔 객실이 다 찼다는 얘기를 들으니 씁쓸하기 그지없다"며 "아직 제주지역에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부의 이기심이 또다시 감염 확산을 불러올까 두렵기만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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