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북한의 사과문 발송…정말 이례적일까?

황재희 기자입력 : 2020-09-28 22:46
주로 "유감" 표명 자주하던 北, 이례적으로 통지문 발송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북한군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5일 사과문을 내놓자 정부와 여당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사과를 표시한데 대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신속하게 답변하고, 이례적으로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①김정은 위원장, 정확히 뭐라고 사과했나?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측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이름으로 김 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보내왔다.

‘청와대 앞’이라고 시작되는 통지문은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령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시작한다.

이어 “사건 경위를 조사한 데 의하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우리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며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며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상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가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②김 위원장의 사과, 왜 이례적일까? 과거에는 사과한 적 없었나?

정부에 따르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우리 정부에 직접적으로 사과한 경우는 거의 없다.

1972년 당시 김일성 주석은 북한을 찾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의 면담에서 4년 전 발생한 1·21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놓고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라며 사과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같은 사건을 두고 2002년 5월에 방북한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와의 면담 과정에서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다. 미안한 마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1968년 1월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 김일성·김정일 집권 당시에도 최고지도자가 사과한 적이 있지만, 이 같은 발언은 면담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번에 보낸 통지문과는 차이점이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북 갈등 상황에서 사과 대신 유감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으며,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을 놓고는 김령성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이 정세현 통일부 장관에 “서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이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당시에는 사건 다음날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고 했다.

③김 위원장, 왜 사과했을까?

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을 두고 실리적‧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대북제재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위축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의 물리적‧심리적인 고립은 원치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해 우리 정부가 유감을 표명하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긴장감이 고조됐으나, 김 위원장은 하루 만에 문 대통령에게 깜짝 친서를 보냈다.

또 북한이 필요한 경우 남북관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완전히 끊어질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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