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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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논설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입력 2020-09-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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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영화 '투모로우'는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재난영화다. 영화는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이로 인해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지구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내용이다. 당시 ‘북극 기후영향평가협회(ACIA)’가 발표한 보고서와 맞물려 화제가 됐다. 보고서는 “빙하가 무서운 속도로 녹고 있고, 북극 주변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2~3배 높아 대재앙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 뒤 캐나다 허드슨만에서 더 이상 북극곰을 볼 수 없다”며 긴박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 뒤로 16년이 흘렀다. 영화에서는 빙하가 시작되기 전 여러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골프공 크기 우박, 산불, 토네이도와 폭풍, 쓰나미 등이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올해 지구촌은 폭염과 함께 불탔다. 미국 서부(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산불은 7월부터 시작해 아직도 맹렬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20%에 해당하는 면적을 태웠다. 인명과 재산 피해도 덩달아 급증했다. CNN은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현지 상황을 핵겨울에 비유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호주는 한층 심각하다.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무려 9개월 동안 산불로 뒤덮였다. 불에 탄 면적만 우리나라의 63%에 달한다. 이 와중에 수많은 야생동물이 숨졌다. 화상 입은 코알라는 상징적이다. 극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시베리아는 지난해 7~9월 불탔다. 우리나라 면적의 30%다. 올해도 러시아와 캐나다에서는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아마존과 동남아 열대림은 팜유와 목재를 얻기 위해 일부러 불을 놓았다.

온난화는 산불을 촉발했다. 숲은 바싹 말라 불붙기 좋은 상태로 변했다. 문제는 산불로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고, 이는 다시 온난화를 가속하고 있다. 온난화는 해빙도 앞당겼다. 올 7월 북극 해빙 면적은 인공위성 관측 이래 가장 작은 규모를 보였다. 영국 리즈대와 에든버러대 연구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3년 동안 사라진 얼음은 28조t에 이른다. 빙하와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은 올라간다. 해안과 인접한 도시는 위기다.

2004년 미국 국방부는 “20년 안에 네덜란드 헤이그 등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해류 순환에 변화가 생겨 영국과 북유럽은 시베리아성 기후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읽은 <2050 거주불능 지구>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을 적나라하게 제시했다. 데이터가 매우 구체적이라서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책은 지금과 같은 탄소 배출과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베이징은 수중도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과 몬트리올도 통째로 물에 잠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해수면이 50m만 높아져도 플로리다 주는 일부 언덕만 남긴 채 97% 이상 사라진다. 뉴욕, 필라델피아, 프로비던스, 휴스턴, 시애틀, 버지니아비치는 물론이고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까지 가라앉는다. 유럽은 런던, 더블린, 브뤼셀,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스톡홀름, 리가, 헬싱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물속에 잠긴다. 아시아에서는 도하, 두바이, 카라치, 콜카타, 뭄바이가 해당된다(109~110쪽).” 재난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루지애나 해안지대는 5000㎢가 사라졌다. 지금도 한 시간마다 축구장 면적이 잠긴다. 플로리다는 해수면으로부터 도로를 지키기 위해 매년 25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또 플로리다는 지난달 8일, 40도가 넘는 폭염을 기록하다 하룻밤 사이에 영하 2.2도로 떨어졌다. 미국 덴버에는 때아닌 폭설이 내렸다. 극단적인 기온 변화는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겨울에 개나리와 진달래를 보는 건 흔한 일이 됐다.

빙하와 얼음은 태양을 반사시켜 지구 온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얼음 면적이 줄면 이런 기능이 사라져 온난화를 유발한다. 기상학자들은 올여름 최장을 기록한 우리나라 장마 원인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영국 남극 자연환경연구소는 최근 북극 빙하는 향후 15년 이내 모두 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빙하와 극지방 땅이 녹으면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된다. 코로나19도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온난화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는 지금이라도 탐욕을 내려놓고 무한 소비를 절제하라는 경고다. 소비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독일 학생들은 83%가 소비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학생 100여명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세계 2446개 도시 청소년들과 연대한 온‧오프라인 결석 시위를 통해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학생들은 “국회가 기후 위기에 눈뜨고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영화에서는 지구 기온이 정상화되는 것으로 끝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북극곰이 사라지고, 수많은 도시가 불타고,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인간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2050 거주불능 지구>는 머지않다. 미래 세대를 위해 고민하는 추석연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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