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토 침범 말라" 남측 수색 작업에 경고...공동조사 어려울 듯(종합)

박경은 기자입력 : 2020-09-27 08:44
조선중앙통신 "남한, 우리 측 영해 침범하고 있다" "시신 습득하는 경우 남측에 넘겨줄 절차 생각 중" 북한, 통신 보도문서 남북 정상 간 신뢰·존중 언급 일각선 "北, 남북 관계 개선 의지 내비쳤다" 평가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47)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 피격으로 숨진 공무원 A씨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북한이 27일 북측 영해를 침범하지 말라며 경고했다.

청와대가 전날 거론한 '필요 시 남북 공동조사 추진' 계획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이 A씨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인도할 계획을 시사한 데 이어 남북 정상 간 신뢰와 존중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해 침범 시 또다른 불미스러운 일"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우리는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작전을 벌리든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우리는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특히 해군 서해함대의 통보를 인용, "남측에서 지난 25일부터 숱한 함정, 기타 선박들을 수색작전으로 추정되는 행동에 동원하면서 우리측 수역을 침범시키고 있다"며 "이 같은 남측의 행동은 우리의 응당한 경각심을 유발하고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하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25일 청와대에 전달한 친서를 언급, "우리는 현 북남 관계 국면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남측에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조사 통보하였다. 그리고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북과 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 대책들을 보강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사과 등이 있었지만 우리측이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이것이 영해침범 등 군사적인 위협이 되어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며 "아침 일찍 나온것은 어제 남측 여론동향을 보니 사체 수색 및 공동조사 제의 등의 움직임을 감안, 하루빨리 경고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분석했다.

◆"피격 뒤 시신 소각" vs "부유물 소각"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는 21일 오전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하루 뒤인 22일 오후 북한군으로부터 총격을 당한 뒤 시신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북한은 25일 오전 한국 측에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고 A씨 피격 사건과 관련, 사건 발생 경위를 설명하며 A씨에 총기를 발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시신 훼손 부분에 대해선 부인했다.

북측은 "우리 군인들이 정장의 결심 밑에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 이때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며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다. (대신)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고,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측이 시신 훼손 부분을 부인, 국방부 등 남측 정부가 첩보와 통신 감청 등을 통해 파악한 사건 경위와는 대립되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향후 진상 파악에 있어 남북 간 이견 발생은 불가피해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남북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 역시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통해 "25일 북측에서 온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과와 우리측 첩보 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해 나가기로 하였다"며 "북측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북측과의 공동조사도 요청하기로 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 공동조사 쉽지 않을 듯

다만 북한이 남측의 영해 침범에 엄중 경고하며 남북 공동조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측의 이번 경고는 이번 연평도 실종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자신들이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분명하게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어쩌면 당연한 입장 표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추가적 공동조사 등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자신들이 남북간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조치, 그리고 최고지도자의 높은 수준의 사과표명 등 최대한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더는 압박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 의미가 더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번 통신 보도문에서 남북 정상 간 신뢰 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는 낙관도 제기된다.

임 교수는 "남북간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적어도 남북관계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또한 경색된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준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북측이 보낸 통지문 또한 김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담겼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측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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