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국내 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 특허권 보호에서 시작된다

신보훈 기자입력 : 2020-09-24 08:00
김봉섭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김봉섭 변리사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있어 기업 핵심기술과 특허가 어느때 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영상 콘텐츠의 급성장은 온(on)택트 시대로 포문을 열면서 바이오주부터 전기 자동차, 반도체 부문이 각광받고 있다. 뜨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원천 기술과 응용기술을 포함한 많은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소재·부품·장비 중소벤처기업에 특허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사회에 공개한 대가로 부여받은 독점권으로서 혁신과 성장의 핵심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게 되면 사회에 공개되는 기술이 풍부해져 사회의 기술 기반은 확장되고, 기술을 사회에 공여한 기업은 훨씬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특허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을 특허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특허 출원을 하여 심사 과정을 거친 후 특허성을 인정받아 등록해야 한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등록된 특허는 109만 건으로, 1948년부터 2009년까지 61년간 등록된 특허 92만 건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사항은 특허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던 중소기업 특허 건수가 2010년대 들어서 20.9%로, 2000년대와 비교해 6.9% 증가했다. 

최근 들어 세계적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벤처기업이 기술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식재산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 기업과의 오랜 시장 경쟁을 이겨내고 생존한 대표적인 국내 반도체 소부장기업인 ”I”사도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국내 경쟁 기업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당한 결과 특허침해소송 등 권리 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분쟁을 겪으며 피해를 당한 특허권자 자신이 침해자의 침해사실을 거꾸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침해는 쉽고 보호는 어렵다는 사실을 절실히 체감하게 됐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으로서는 자신의 특허를 지키고 보호받는 일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권리권자가 많은 비용을 투자해 유지해온 특허가 침해자의 공격으로 무효가 되는 비율이 다른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18년 특허무효심판 결과를 보면, 무효심판 인용률(무효율)은 45.6%로 나타났다. 일본의 인용률 15.2%나 미국의 누계 무효심판 인용률 25.2%와 비교할 때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오랜 심사과정을 거쳐 특허청에서 인증해 준 특허권을 침해자는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특허 심판의 심리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특허청에서는 조직 개편을 통해 모든 심판부를 심판장 1명, 심판관 2명으로 구성해 실질적인 3인 합의체를 통해 특허무효율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허권을 보호받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보다 충실한 특허 심판의 심리를 통해 특허권자가 정당한 보호를 받고 특허권이 존중받을 수 있기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회 전반적으로 모방에 관대한 인식 변화 또한 전제돼야 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지만, 열심히 개발한 기술을 교묘하게 베낀 기술로 만든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히 범죄이다.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보유한 ‘특허권자’의 정당한 권리가 꼭 보호돼야 한다는 인식 강화가 있어야 한다. 특허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 특허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져 기술 혁신의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 열심히 개발한 특허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남이 베껴 사용해도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자해 연구 개발을 하려고 할까 의문이다.

특허 제도의 강력한 보호는 산업 발전의 중요한 수단이다. 강력한 보호가 있어야 적극적인 R&D 투자로 양질의 특허들이 나오고, 이러한 기술 발전 속에서 산업 발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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