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비판한 中 기업인 징역 18년…'훙얼다이'도 못 피한 '괘씸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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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9-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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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 중형

  • 수년째 시진핑 비판해 온 강심장

  • 코로나 부실 대응 지적이 직격탄

  • 실종 뒤 기율위 조사, 당적 박탈

  • 훙얼다이 신분에도 징역 못 피해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 [사진=바이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부동산 재벌이 징역 18년형에 처해졌다.

부친이 고위직을 지낸 훙얼다이(紅二代·혁명 원로의 자녀)였지만 '괘씸죄'는 용서받지 못했다.

22일 베이징일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 제2중급인민법원은 런즈창(任志强) 전 화위안(華遠)그룹 회장의 횡령·뇌물수수·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8년과 벌금 420만 위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런 전 회장이 2003~2017년 공금 4974만여 위안을 횡령하고 125만여 위안의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직권을 남용해 화위안그룹에 1조167억여 위안의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국유기업인 화위안그룹은 중국 내 5대 부동산 개발 업체로 꼽힌다. 

베이징일보는 "런 전 회장이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판결에 승복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며 "불법 소득도 전액 추징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는 개인 비리로 처벌을 받은 것이지만 시 주석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그의 행적이 이번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런 전 회장은 2016년 시 주석이 인민일보 등 주요 관영 매체를 시찰할 때 언론인들이 과잉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든 매체가 당의 영도를 받고 인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면 인민은 구석진 곳에도 잊혀질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올 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시 주석의 부실 대응을 지적한 글이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월 시 주석이 당 간부 및 관료들을 소집해 화상 회의를 연 뒤인 3월 7일 런 전 회장은 '벌거벗은 광대'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시 주석을 겨냥해 "새 옷을 보여주려는 황제가 아니라 벌거벗은 광대"라며 "황제가 되는 걸 방해하면 누구든 없애겠다는 독한 마음은 조금도 감출 수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 회의에서는 책임을 검토한 이도, 책임을 진 이도 없이 진상을 덮으려는 시도만 있었다"며 "방역이 얼마나 성과를 냈든 간에 이미 생명을 잃고 가족을 잃어 부서진 가정은 만회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해당 글은 삭제됐고 런 전 회장은 돌연 실종됐다. 연락이 끊긴 지 한 달이 지난 4월 초 베이징 시청구 기율검사위원회는 "런 전 회장이 기율과 법을 위반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런 전 회장의 공산당 당적은 박탈됐고 징역 18년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았다.

그의 부친인 런취안성(任泉生)은 1938년 공산당에 입당한 뒤 상무부의 전신인 상업부 부부장(차관)까지 지낸 혁명 원로다.

런 전 회장은 시 주석과 마찬가지로 훙얼다이 신분이지만 절대 권력을 비판한 죄는 용서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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