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일본해 분쟁 끝 보인다...지명 대신 '번호'로 표기할 듯

박경은 기자입력 : 2020-09-22 10:04
국제수로기구, 바다에 이름 대신 '번호' 표기 방식 제안 분쟁당사국 한·일 모두 긍정적...북한도 동의 의사 전달 '일본해' 주장 근거 약화 기대...한·일 분쟁 종식 기대도
한국과 일본이 20여년간 지속해온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표기 논란이 내달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IHO는 회원국들에 바다를 특정 지명이 아닌 '식별번호'를 부여해 표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처럼 제3의 중립적 이름을 다는 방안이 통과될 경우 IHO 표기를 근거로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반크 '동해는 대한민국' 사이트 캡쳐. [사진=연합뉴스]


◆IHO 사무총장, '고유번호 식별체계' 도입 제안

22일 외교부와 IHO에 따르면 IHO 사무총장은 다음 달 16일 화상으로 열리는 제2차 총회에서 회원국들에 국제표준 해도(海圖)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개정을 위한 비공식 협의 결과를 알린다.

IHO가 발행하는 S-23은 해도 제작 시 지침 역할을 하는데, 1929년 초판부터 1953년 제3판까지 동해를 일본해로만 표기해왔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상황으로 IHO 개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정부는 IHO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고 주장해왔다.

이에 IHO는 지난 2017년 4월 열린 제1차 총회에서 관계국 간 비공식 협의를 하고 그 결과를 이번에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남북한과 일본은 IHO 사무총장 주재로 지난해 4월과 10월에 개최한 두 차례 협의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러자 IHO 사무총장은 바다에 지명을 부여하는 대신 '고유 번호로 식별하는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양국에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정보를 담은 'S-130'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자고 했다. 이 경우 동해 또는 일본해라는 명칭 모두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 같은 방안은 바다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것이 더 이상 표준이 될 수 없다는 IHO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열리는 2차 총회에서 안건으로 부의될 예정이다.

◆'분쟁 당사국' 한·일 모두 긍정적...북한도 동의

분쟁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회원국 대부분이 S-23 개정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IHO 안건은 회원국 간 합의로 결정되는 만큼 바다를 고유 번호로 표기하는 방식은 내달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IHO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새로운 IHO 표준이 21세기 갈수록 디지털화되는 지리정보 환경에서 사용자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사무총장의 제안들을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또한 의견서를 통해 "수로 정보를 디지털 환경에 더 적합하게 만들고자 하는 취지를 이해한다"며 "IHO 사무총장과 회원국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등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북한 역시 IHO 사무총장에게 이번 결과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IHO 제안이 통과되면 그간 일본이 일본해라고 주장할 때 근거로 제시한 S-23을 대체할 새로운 표준이 도입되기 때문에 일본 주장이 약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더불어 '60년도 더 된 S-23이 더 이상 국제 표준이 될 수 없다'는 한국 측 입장과 'S-23을 완전히 폐기할 수 없다'는 일본 입장을 모두 감안한 방안이어서 20여년간 지속된 한·일 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각국 정부와 주요 출판사 및 민간 지도제작사 등을 상대로 동해 표기를 설득하는 것은 별도 문제라고 판단, 동해라는 명칭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노력은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IHO는 세계 각국에서 발행하는 해도와 수로도서지의 통일성을 기하고 회원국 간의 수로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할 목적으로 1919년 영국 런던에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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