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미·중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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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입력 2020-09-1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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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하루 3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 속에서 미·중 갈등 역시 끝장을 보자는 치킨 게임(chicken game)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지구촌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양국 갈등은 미국의 전방위적 파상 공세에 대해 중국이 결사항전을 천명하면서 이미 실질적인 신 냉전(New Cold War)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올 1월, 1차 무역협상 타결로 타협의 공간이 마련된 듯했지만 결국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사회주의 제도와 이념, 가치와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충돌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양국 체제 공존의 구조적 한계가 현실적 충돌로 비화되는 상황이다. 이로써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시작된 미·중 관계 50년 역사가 변곡점을 맞았다. 양국은 1979년 1월 1일 역사적인 수교를 단행했고, 당시 중국의 실권자이며 개혁·개방 정책의 조타수로 오늘의 중국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했고, 미국은 소련의 확장 견제 외에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서구의 보편가치를 이식해 중국이 미국 중심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시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개혁·개방의 획기적 성과와 이에 따른 세계적 강대국으로의 성장이 소위 '중국식 발전 모델(中國模式)'의 결과이므로 중국도 또 다른 국제질서의 제정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사실 1979년의 양국 수교도 적대 관계에서 소련 견제를 위한 타협과 화해를 거쳐 관계 정상화에 이르는 험난한 과정을 거쳤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갈등과 타협을 반복하면서 지탱해 온 역대 미국 행정부의 대중 ‘간여 전략(Engagement strategy)’은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최혜국대우(MFN)와 중국의 인권문제를 분리해 중국을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로 대표되었다. 부시 행정부 시기에 중국은 개혁·개방의 성과를 극대화하면서 급격한 국제적 부상의 양상을 보였고, 오바마 행정부는 기존의 간여 정책과 더불어 국제적 제도를 통해 중국을 '통제·인도'하는 일종의 ‘규제’ 전략을 병행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국제무대 중심 국가로 성장했으며, 이는 당초 미국이 구상한 ‘미국 주도 질서 내의 중국’이라는 범위를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양국 관계는 새로운 경쟁 시대로 들어서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말, 양국 관계를 본격적인 ‘새로운 경쟁 시대’의 진입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2년여에 걸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전환의 결과물은 중국이 변하지 않으면 미국의 지위가 위협받고 궁극적으로는 세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는 이미 양자 관계가 전략적 경쟁 시대를 넘어 전략적 대항 시대에 진입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언급한 ‘강력한 몽둥이를 쥐고, 온화한 언어로 접근하는(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 대중 전략은 이제 전 분야에서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해 도전자의 지위에서 탈락시키려는 강경 전략으로 전환했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해체하고, 미국에서 중국 IT의 흔적을 근본적으로 지우겠다는 선언이나 ‘함께 갈 수 없는 중국’과의 탈(脫) 동조화(decoupling)나 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적이 당황스럽다. 무역 합의를 진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봉을 견제하려 하였으나 미국 조야의 대중 적대감이 중국 당국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충격파가 일시적인 ‘의외’의 경우인지, 아니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구조적 현상인지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사회주의 제도와 이념을 문제 삼는 것을 오히려 미국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타국에 강요하는 패권주의적 행태이며 내정간섭이라고 일축하지만, 트럼프의 공세가 단순한 재선 전략의 범주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때문에 결사항전을 강조하는 언어와 달리 실제 행동에는 매우 조심스럽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기술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무역합의 준수 의지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미 대선까지는 추가적 상황 악화를 방지하면서 경제 문제와 신장·위구르 탄압 문제나 남중국해·홍콩·대만 문제 등 주권 문제는 분리한다는 소극적 대응 전략을 구사한다.

국제적 지도국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련되지 못한 대중 압박이나 계속되는 설화도 문제지만 중국의 행보도 국제사회 설득에 실패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중국은 시진핑이 직접 나서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를 열고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코로나 책임론에서 속히 탈피하면서 중국공산당의 일사불란한 대처를 선전하는 자기중심적 모습에서 국제적 지도국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당연히 중국 입장에 동조하는 원군 확보도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도 만만치 않지만 미국이 옳지 않으므로 중국을 따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는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다. 미·중 공히 향후 국제질서 주도에는 강압보다는 이성적 논리와 설득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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