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명 가입한 상조업...횡령·폐업 인한 소비자 피해는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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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9-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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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들 “고객 신뢰 위해 감시 시스템 강화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상반기 기준 상조 가입자 수는 636만명에 달한다. 국민 8명 중 1명은 상조상품에 가입한 셈이다. 

인구 고령화로 생전에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핵가족화‧개인주의 영향으로 친인척이 아닌 상조회사의 도움을 받아 장례 행사를 치르려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한몫했다.

고객들이 상조업체에 납입한 선수금 규모는 올해 3월말 기준 5조8838억원으로 커졌다. 2013년 선수금 3조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운 성장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상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여전하다. 영세 상조업체 폐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대형 상조업체 오너 일가의 구설수, 내부 직원 횡령 사건 등으로 국민 신뢰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상조회사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 5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예치해야 한다. 상조업체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도 상품 가입 시점이 아닌 장례 행사 시점에 이익을 실현하기 때문에 예치금을 제외한 선수금을 운영비나 투자에 활용한다. 투자 영역에서는 부동산, 주식, 대체상품 등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는데, 운용 자금이 많은 만큼 내부 횡령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 발생한 횡령 사건 중 가장 큰 규모는 재향군인상조회(향군상조회)에서 터졌다. 향군상조회는 장 모 전 부회장과 박 모 전 부사장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와 연루돼 378억원 규모 횡령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도와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뒤 예치금을 장 전 부회장이 소유한 법인과 김 회장이 소유한 법인으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고객 예치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자산운용을 잘못하거나 신규 회원을 받지 못하는 업체들은 폐업하기도 한다. 상조업체는 전문 자산운용사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실패 사례가 많다. 여기에 횡령 사건이나 송사에 휘말리면 휘청한다. 일부 영세 업체는 선수금 예치 비율을 속여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회사가 폐업하면 고객이 선수금 50%를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다.

수백억원의 선수금을 모집한 상조업체도 폐업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국민상조 폐업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민상조는 선수금 470억원을 모집한 업체였는데, 지난 2016년 폐업했다. 별다른 신호도 없이 갑작스럽게 회사가 폐업하면서 가입자 8만7000여명이 피해를 봤다. 국민상조 대표 A씨는 선수금 수십억원을 회사 운영과 관련 없는 곳에 사용한 의혹을 받고 경찰에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정위는 부실 업체 퇴출을 위해 등록 상조회사 자본금 기준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증액했다. 폐업 피해 소비자가 다른 상조업체 상품을 이용하는 '내상조 그대로' 서비스 등 보완책도 마련했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영 을지대 장례학과 교수는 “상조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시스템 상에 문제가 있다.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회계를 들여다보거나 내부에서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고객 입장에서 상조 회사를 고를 때도 비교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이조차도 없다. 선수금 50% 예치를 통해 많이 정화됐다고는 하지만, (횡령 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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