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농장 출신 흙수저의 성공" …日 언론 '스가'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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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9-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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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가라테부 시절까지 취재…가족·성장배경에 보도 이어져

  • 존재감 높이려 성실한 정치인 면모 부각…정책은 아베 '판박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스가 장관은 14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 가능성도 나오면서 장기집권 총리로 갈 수 있다.

지난 9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미국 싱크탱크 주최 온라인 강연회에서 10월 중 중의원 해산과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고려해 선거 조기 실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스가 내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일본 언론은 연일 스가 띄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를 앞두고 8일 공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홍보 포스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가라데 부장까지 한 강단 있는 인물

스가 장관의 배경은 전임자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반대다. 아키타현의 시골 딸기 농가 출신의 스가장관은 고교 졸업 후 상경해 일하면서 호세이 대학 야간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정치 명문가 출신인 아베 총리와 대비되는 배경은 스가 장관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스가 장관은 지난 8일 연설에서 "나 같은 보통 사람이라도 노력하면 총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면서 "이것이 일본의 민주주의 아니겠느냐?"라고 호소했다. 이날 스가 장관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정말로 지연, 혈연이 없는 '제로'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딸기 농장을 하는 집안의 가업을 잇는 것을 거부하고 도쿄로 온 스가 장관은 38살에 요코하마 시의원에 당선된다. 시의원으로 2선을 지냈다. 이어 47살에 중의원 배지를 달았다. 스가 장관의 연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긍정적 반응을 끌어냈고 일본 허프포스트는 보도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스가 장관의 숨겨졌었지만, 긍정적인 면모를 찾아 보도하고 나섰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지난 7일 스가 장관의 정치 여정을 다룬 기사를 실었다. 아키야마 노리코 아사히 신문 편집 위원은 "스가 요시히데는 '멸종 위기'이자 '이색적인 사람? 회식 땐 살이 찌지 않기 위해 두부를 주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스가 장관은 일본에서는 멸종 위기에 가까운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눈앞의 정책 실현에는 강하지만 국가관 등 거시적 시각이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두부'를 먹으면서 정책 과제에 대해서 연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주간지 '플래시'는 스가 장관이 호세이 대학교 재학 당시 활동했던 가라테부 동기를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다. 당시 동기는 "가라테부 부장을 맡았던 스가 전 장관은 온화한 성격이었고, 인망이 있었다"면서 "작지만 강했던" 친구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어 스가 장관은 지금도 꾸준히 복근 운동을 이어간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는 정신력도 이 과정에서 단련됐다는 등 찬사 섞인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기사 밑에는 다른 정치인에 비해 다소 유약한 이미지의 스가 장관을 다시 보게 됐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가족 관계도 주목을 받았다. 일본 주간지 '여성 세븐'은 최근 기사를 통해 스가 장관의 가정생활과 친구 관계를 다루는 등 인간적 면모를 강조했다.

◆헌법 개정에도 강한 의지···'아베 아바타' 되나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와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정책 면에서는 아베 2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함을 보인다.

스가 장관은 9일 자민당 청년·여성국 공동 주최로 열린 총재 후보 첫 공개토론회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 역시 납치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꼽았으며,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스가 장관은 재정 건전성보다는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아베 정권은 '경제 성장 없이는 재정 재건도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생각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스가 장관은 지난 8일 오후 자민당 총재 선거 '소견 발표 연설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해 "자민당 창당 이래 당의 기본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의 틀을 넘어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확실히 도전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한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과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인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14일 양원 총회에서 치러진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94명 외에 전국 108만 명의 당원을 대신해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 당원들 141명이 한 표씩 행사하게 된다. 이날 선거에서 선출되는 자민당 새 총재는 16일 소집되는 중의원에서 일본 총리로 지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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