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권vs표현의 자유...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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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9-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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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위헌인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듣는다. 오래 전부터 '명예권'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었던 사안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8일 헌재는 형법 제307조 제1항 명예훼손죄 위헌확인 사건 공개변론을 오는 10일 오후 2시에 연다고 밝혔다.

청구인 A씨는 2017년 8월 B동물병원에서 반려견 수술을 받았지만 반려견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 그는 치료를 담당한 수의사의 진료행위를 책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체적으로 기재하려 했다. 그러나 사실을 기재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2017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사건 쟁점은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다.

A씨 측은 "표현의 자유는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며 외부에 밝힌 내용이 진실이라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범죄로 처벌하면 안 된다"며 "현재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한다.

반면 이번 사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보호해야 할 법익이 있다. 공표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 성적 지향, 가정사 등 사생활인 경우 이를 공표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타인의 명예가 허명임을 드러내기 위해 감추고 싶은 약점과 허물을 공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앞서 2016년 2월 헌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정보통신망법에 70조1항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법 조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헌재는 7:2로 합헌결정하며 이 조항이 명확성·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명예훼손적 표현을 규제해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당시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위헌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사실을 적시하려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고, 형사처벌 외에 반박문 게재나 게시글 삭제 요청, 민사상 손해배상 등 다른 구제 제도가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정계도 '명예를 보호하는 것'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사이 균형을 잡을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실을 적시하지 못하게 하면서 얻는 이익과 이를 가능하게 하면서 생기는 불이익 사이에서 법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쟁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7월 28일 열린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의 균형적 보호를 위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개정방향 토론회’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사생활도 보호하도록 하는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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