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도박"...소프트뱅크 美기술주 옵션 베팅 두고 내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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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9-0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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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식과 연계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콜옵션을 사들인 사실이 공개되면서 내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위험한 전략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미국의 일부 기술주 콜옵션을 약 40억 달러(약 4조76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추가 주가 상승을 낙관한 콜옵션 매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증시를 더 밀어올리는 연쇄효과가 지적되고 있었다. 최근 기술주 급등을 부채질한 '나스닥 고래'가 소프트뱅크로 드러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콜옵션 매수 주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 배후가 누구인지는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콜옵션은 미래 날짜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주식 상승이 기대될 때 베팅한다. 또 옵션은 현물에 비해 훨씬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어 시장이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시점과 추세를 동시에 예상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주식 투자에 비해 훨씬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소프트뱅크의 콜옵션 베팅에 따른 익스포저(투자·대출금 외에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는 약 500억 달러 규모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콜옵션 베팅은 손정의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지금껏 소프트뱅크는 1000억 달러 규모 비전펀드를 통해 상장하지 않은 기술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했으나 위워크 등에서 거액의 손실을 낸 뒤 새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5억55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새로운 사업 부서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 펀드 가운데 3분의1은 손 회장 개인 돈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을 두고 소프트뱅크 내부에서조차 커다란 논란이 일고 있다고 FT는 6일 보도했다. 최근 나스닥 랠리로 소프트뱅크는 적지 않은 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시 흐름이 뒤바뀔 경우 커다란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일부터 애플과 테슬라 등 주요 기술주가 급락세로 반전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내부에서는 손 회장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투자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FT에 이번 투자를 두고 "레버리지를 얹은 도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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