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도소' 신상공개 고대생 사망 논란..."마녀사냥 VS 성범죄자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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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9-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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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게시된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사이트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민간인이 개설한 사이트다.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웹사이트에 공개해 진화하는 범죄를 막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지만,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 노출이나 명예훼손 위험도 있다. 반면 사이트의 순기능을 찬성하는 측은 디지털 교도소가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는 사법부의 역할을 대신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5일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민간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이름과 얼굴 등이 공개된 고려대학교 학생 A(20)씨가 숨진 채 발견돼 수사에 나섰다. 경찰과 A씨의 지인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달 3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달 A씨가 누군가에게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이른바 '지인능욕' 영상을 요청했다고 사이트에 고발했다. A씨의 얼굴 사진·학교·전공·학번·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고스란히 공개하는 방식이다. 또한, A씨가 누군가와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음성 녹음 파일 등도 공개했다. 

신상이 공개되자, A씨는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인 고려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해명의 글을 올렸다.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외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A씨는 최근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고, 해당 URL(링크)을 누른 적이 있는데 그때 핸드폰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의 지인도 같은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A씨가 신상이 공개된 이후 수많은 악플과 협박 전화,문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교도소 측은 "지인능욕을 요청한 날짜는 7월6일, 사과문 음성파일을 보낸 날은 7월 8일로 A씨가 누군가에게 휴대폰을 빌려줬다고 주장한 하루 동안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라며 "또 음성파일을 피해자와 주변 지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A씨가 확실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니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업체에서 텔레그램 설치내역과 삭제내역, 인증문자내역 등을 확인해달라"며 "거짓주장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A씨의 해명 이후에도 디지털 교도소에서 신상이 삭제되지 않았고, 이날 A씨는 숨진채 발견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수서경찰서는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A씨가 재학했던 학과 학생회는 "A씨의 억울함을 풀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현재 디지털 교도소와 고려대 재학생·동문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 측이 확인되지 않은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공개했다는 것이다. 사이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또다른 범죄라는 지적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디지털 교도소의 순기능이 많다며 운영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사법부가 성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이어가고 있어, 사적인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경찰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등을 수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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