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출소 D-100 ①] 2008년 12월 그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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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요 기자
입력 2020-09-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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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08년 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조두순이 오는 12월 13일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에게 평생의 상처를 안긴 그에게 일상생활의 권리를 줄 필요가 있는지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로 인해 지금도 어딘가에서 제2의 조두순이 마수를 뻗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에 아주경제 스토리콘텐츠팀이 조두순 출소 100일을 앞두고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사건 발생 경위부터 해외 처벌 사례까지 되짚어보며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래픽=아주경제 홍승완 기자]


"(조두순이) 머리를 짧게 깎거나 염색을 한다든가 하면 어떻게 알겠습니까."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 A양의 아버지가 2017년 11월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얼마 남지 않은 조두순의 출소를 두고 공포와 분노를 느끼며 내뱉은 말이다. 

유아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석 달 여 뒤인 12월 13일이면 조두순이 징역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강간·살인·폭행·절도...전과 17범 조두순, 어떻게 활보했나

[사진=JTBC 방송 캡처]


2008년 12월의 어느 날, 경기도 안산 단원구에 살던 여덟 살 나영이(가명)는 등굣길에 만취한 조두순에게 끌려가 학교에서 불과 10m 떨어진 교회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나영이는 항문·대장·생식기가 영구적으로 손상돼 배에 구멍이 나고, 배변 주머니를 차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은 사건 발생 수개월이 지난, 2009년이 돼서야 한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나영이 사건'으로 보도되며 세간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나영이 사건은 그간 소외돼온 유아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인면수심 악마의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은 강간, 살인, 폭행, 절도에 이르기까지 이미 전과 17범의 상습 범죄자였다. 조두순은 어떻게 아무런 제재 없이 시민들 사이에서 활보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공개된 조두순의 주요 범죄 전과는 성폭행과 살인이다. 조씨는 1983년 집으로 귀가하던 19세 여성을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형기를 마치고 1986년에 출소했다.

이후 10년 뒤인 1996년 조씨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려 비슷한 연령대의 60대 노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조씨는 상해치사로 불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1998년 출소했다.

또다시 10년이 흐른 2008년 조두순은 나영이를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나영이 사건이 벌어진 당시 우리나라의 범죄자 사후 관리는 매우 열악했다. 2000년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가 도입됐지만 대상이 중범죄자에 한했고, 지역주민 일부와 교육기관 장이 경찰서를 방문해 열람 요청을 해야만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 

2008년 성범죄자의 위치를 24시간 추적하는 전자발찌법이 도입됐지만,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 기소자는 해당되지 않아 조두순의 재범을 예방하지 못했다.

범죄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과 사회적 감시망 부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서 정부는 2010년부터 성범죄자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찾아볼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성범죄자 알림e' 제도는 성범죄자가 주소지를 허위로 등록하는 사례가 적발되는 등 허점을 보여 관리·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영이 사건'이 '조두순 사건' 되기까지 언론보도 어땠나?
 

[사진=SBS 방송 캡처]


"조두순 사건이라고 불려지길 원한다."

나영이라는 이름은 이 사건을 공론화한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사용한 '가명'이다. 피해 아동의 신원보호를 위해 임시로 만든 가상의 이름이다. 해당 방송을 계기로 조두순의 잔혹범죄가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후 '나영이 사건'으로 언론의 집중보도가 이뤄지며 피해 아동에 대한 호기심만 부각됐다.

전 국민적 관심이 몰리면서 보도경쟁은 과열됐다. 방송 매체에서는 A양의 성폭력 피해 정도를 나타내는 사진이 여과 없이 공개됐고, 신문에서도 고통받는 A양의 심리상태가 상세하게 묘사되는 등의 자극적인 보도가 이뤄졌다.

인터넷상에서 A양이 사는 동네의 교회 목사가 조두순으로 지목되거나, 엉뚱한 사람의 사진이 조두순으로 알려지며 오보가 잇따르기도 했다.

'나영이 사건'은 선정적인 보도 관행에 대한 자성을 불러일으켰다. 그해 10월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는 이번 사건을 '나영이 사건'이 아닌 '조두순 사건'이라고 정정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나영이'라는 표현이 피해 아동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박순자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나영이의 가족들이 피해자의 이름을 붙인 '나영이 사건'으로 불리는 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피해 아동 가족과의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가족들이 이 문제는 꼭 돌아가서 고쳐달라는 말씀이 있었다. 앞으로 사건의 가해자인 그 사람의 이름을 직접 저희들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두순 사건'이라고 불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후 당시 보건복지 가족위원장이었던 변웅전 의원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영이 사건'을 가해자의 이름을 붙인 '조두순 사건'으로 부르자고 제안해 정치권 안팎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언론 매체들은 '나영이 사건'을 '조두순 사건'으로 정정 보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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