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맡기고, 분양주택 늘려야"...부동산 전문가 8인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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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0-09-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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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 '집값폭등·전세대란·세금폭격·수도이전?-이 난장판' 주택정책토론회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물러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임대주택 위주의 공급구조도 변화해야 합니다. 젊은이들, 신혼부부가 소유하고 싶어하는 집을 공급해야죠."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4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KT&G타워 1층 세미나실에서 '집값폭등·전세대란·세금폭격·수도이전?-이 난장판'이라는 주제의 주택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가 발제를,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했고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사회를 맡았다.

김호철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대 교수, 이한준 한반도선진화재단 국토분과대표, 김창익 아주경제신문 부동산부 부장, 권문용 서울재건축·재개발추진협의회(가칭) 회장, 이건영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등은 토론을 맡았다.

발제를 맡은 신영무 대표는 "부동산거래는 민생과 직결돼 있어 토지이용과 건축규제 등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면서도 "이 규제의 틀 안에선 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혼란스러운 부동산정책을 보며 이 정부의 정책목표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정부가 진정 월세난민이나 집 없는 실수요자를 위했느냐. 오히려 주거 약자들은 더 가난해졌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서강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는 모습[사진 = 윤지은 기자]

"규제보단 시장 역할 믿어야...임대 일변도 공급구조도 문제"

주제발표를 맡은 김정호 교수는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규제, 수요가 높은 분양주택이 아닌 임대주택 위주의 공급 등은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부동산시장의 비이상적 과열현상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고가주택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며 "인기지역을 규제하면 차상위지역에 대한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른다"고 했다. 또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대출규제를 하면 9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 가격이 오른다"고도 했다.

풍선효과 외에도 공급 구조 왜곡 등이 지적됐다. 김정호 교수는 "정부는 서민주택, 중저가주택 공급에 올인하는 반면 고가 주거지 재건축 등은 억제한다"며 "국민은 공공임대주택에 평생 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부동산을 소유하길 원하는데 이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패널들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는 주제발표자의 발언에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김창익 부장은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시장"이라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한 강남 일부, 서울 요지 아파트는 3.3㎡당 2억원, 3억원까지도 갈 거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

권문용 회장은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을 자율화하는 것이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사업 전면 자율화로 서울에서만 30만가구 추가 공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비사업을 허용하더라도, 기존 불합리한 제도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건영 위원은 "용적률을 현행보다 더 내려 집값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건축은 한국에만 있는 좋은 제도지만, 돈잔치나 주거환경 고밀화, 집값 과열로 도시를 멍들게 했다"고도 했다.
 
"잦은 대책, 비전문가 목소리...신뢰 잃은 文정부 대책"

많은 국민이 더 이상 주택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도 정책효과를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23차례나 짧은 텀을 두고 반복돼왔다. 최근에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일선 정치인들이 부동산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김호철 교수는 "20여번의 사후약방문식 대책은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금세 시장은 원 위치로 돌아온다. 정책 내성이 생긴 것"이라며 "주택정책의 효과는 '심리'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수십번의 대책이 나오면서, 정책의 방향성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창익 부장은 "한 정권에선 정책이 한 방향으로만 가야 하는데, 지금은 갈지자로 가고 있어 방법론적 실수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건영 위원도 "정책은 한 번 만들면 대개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일시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한 달도 안 돼 다른 대책을 내놓고 방향을 뒤집어선 안 된다"고 했다.

현 정부가 '주택정책'이 아닌 '주택정치'를 하는 것 또한 문제라는 발언이 있었다. 공공은 시장에 명분을 가지고 개입하는데, 여러 명분 가운데서도 정치적 명분이 과도하다는 얘기다.

김호철 교수는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이 주택정책을 언급하는 모습이 자주 비치는데, 이런 것이야말로 주택정치"라며 "이런 식이라면 정책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우려했다.
 
"근시안적 정책 지양해야...코로나19·인구감소 등 거시적 변화 중요"

현재 부동산정책이 떠안고 있는 문제, 해결책뿐 아니라 코로나19, 4차산업혁명, 인구감소 등 보다 큰 물결이 도시를 어떻게 바꿀지, 이에 주택정책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관한 담론도 펼쳐졌다. 권문용 회장은 "재택근무·재택교육·방역체제와 맞는 아파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준 대표는 "2027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줄어드는데, 3기 신도시나 서울 재건축 등은 아무리 빨라도 인·허가부터 매물 출회까지 10년이 걸린다"며 "무조건 공급을 주장하는 게 맞지는 않다"고 했다.

또 "재건축으로 서울에만 30만가구가 새로 들어선다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가 서울로 몰리지 않겠느냐"며 "수도권이 일본의 다마뉴타운처럼 폐허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를 맡은 김경환 교수는 토론회의 끝에서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다"며 "좋은 정책은 의도가 아닌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 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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