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사고 잇따르는 중국 전자·조선·전기차, 국내 기업 '반사이익'... "인재 유출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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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김지윤 기자
입력 2020-08-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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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중국 CATL 잇따른 사고에 주가 큰폭 상승

  • 조선업 대규모 수주 이어져... 중국 제품력 한계 드러낸 결과

  • "기술 인력 빼가기 등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어."

잠잠했던 중국 기업 제품의 품질 이슈가 다시 불거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과거처럼 제품의 내구성 등과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화재 등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결함이 속속 드러나며, 궁지에 몰린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술 인재 빼가기 등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LG화학·삼성SDI 주가 일제히 상승... 배경엔 경쟁 중국업체 제품의 잇단 화재 사고
3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일주일 사이 일제히 올랐다.

LG화학의 경우 지난 21일 69만9000원(종가 기준)에서 28일 75만9000원으로 9.1%나 올랐다. 삼성SDI도 같은 기간 42만3500원에서 46만6000원으로 10.0% 상승했다. LG화학과 소송전 패배 등 큰 악재가 있었던 SK이노베이션도 그 상승 수치(1.2%)는 작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 배경의 하나로 중국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의 잇따른 사고가 꼽히고 있다. CATL의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완성차업체 광저우기차의 ‘아이온(Aion)S’ 차량에서 지난 12일과 23일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로 인해 LG화학을 비롯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톱10’에 포진해 있는 국내 기업들의 몸값이 상승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광저우기차는 현재까지 화재 원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으나, 가장 최근 발생한 화재의 경우 발화지점이 배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CATL 제품의 불량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국내 기업들은 안정적인 제품 공급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체 점유율은 LG화학이 1위(24.6%), CATL이 2위(23.5%), 파나소닉이 3위(20.4%)를 차지했다.

LG화학이 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6.0%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3.9%로 6위를 점했다. 국내 기업 3곳이 모두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루며 얻은 결과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7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충남 서산시 소재 SK이노베이션을 방문,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업도 품질 이슈 못 벗어난 중국 하향세... "국내 인재 유출 등 경계해야"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다. 조선, 전기차 등 급하게 달려왔던 중국 산업 전반에서 사고가 잇따르며,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를 위협했던 중국 업체들은 이제 내리막길을 겪고 있다.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선인 ‘CESI 글래드스톤호’의 2018년 6월 엔진 결함 발생 후 폐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된 새 선박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폐선이 된 사례다. 또한 비슷한 시기 중국선박공업(CSSC)은 수주받은 물량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2차례나 인도를 지연시키면서 그 기술에 의심을 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의 인도 지연은 자원 개발계획 전체의 진행을 늦춰 발주사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며 “특히 제품 결함으로 인한 선박 사고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중국 조선업체들이 최근 하향세를 걷는 이유”라고 말했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조선사들은 7월 LNG선 수주에 힘입어 전 세계 선박 수주량 1위에 다시 올랐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 68만CGT(24척) 중 한국이 가장 많은 50만CGT(12척)를 수주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일례로 국내 조선사와 100척 이상 가계약을 맺은 카타르 LNG 프로젝트를 비롯해 모잠비크·러시아 ‘아크틱 LNG-2’ 프로젝트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수주가 기대된다.

이밖에도 최근 샤오펑모터스와 리샹의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 등도 연이어 터지면서 중국 산업 전반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중국업체들의 보안 이슈 등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보이콧까지 이뤄지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재확충 등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국내 기업들을 다시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대졸 이상 이공계 직종 해외 취업자 수는 3만9853명으로, 2년 전 2만3879명에 비해 60%나 늘었다. 또한 중국 기업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1위를 완전히 내어준 액정표시장치(LCD) 분야도 같은 과정을 겪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인재뿐만 아니라 정년을 채운 퇴직자들도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야 한다”며 “고경력 퇴직자들을 젊은 인재 양성을 위한 강사로 활용하는 등 인력유출 방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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