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아베노믹스가 쓸고 간 자리…"차기총리 선택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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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8-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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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간 일본 경제 이끌어온 정책 프레임 바꾸기는 힘들어

  • 한계치에 다른 아베노믹스, 추가 부양효과 기대도 무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격 사임하면서, 향후 일본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장기간 일본 경제를 이끌어 오던 원칙인 아베노믹스가 지속될 것인가 여부에 쏠린다. 아베노믹스는 공격적인 통화 완화정책, 유연한 재정지출과 구조적 개혁 등이 대표적 특징이다.

재팬타임스는 "일본의 차기 총리들이 여러 명 거론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아베노믹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8년간의 장기집권으로 다져진 정치적 안정성을 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 총리 후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신호를 줘서 혼란을 진정시키도록 해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다이주 아오키 UBS자산운용 일본 최고투자책임자는 재팬타임스에 "시장은 물론 지속성을 볼 것이다. 많은 것들이 바뀌기는 힘든 상황이며, 다음 총리는 이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


◆당분간은 현상유지···한계 다다른 통화·재정 정책 선택지 적어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통화정책이다. 공격적 통화완화 정책은 아베노믹스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아베 총리의 의지를 반영해 마이너스 금리를 불사하지 않으며 일본 경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장기 일본 국채를 사들였을 뿐만 아니라, ETF(상장지수펀드)까지 구매하면서 엔 가치 하락에 공을 들였다. 이런 정책은 수출 기업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면서 주식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구로다 총재는 2023년 4월까지가 임기이며, 차기 총리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급작스러운 일본은행 조직의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게다가 코로나19로 경제가 불황 위기 앞에 놓인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통화 정책을 바꿀 명분도 없다.

아오키 최고책임자는 아베노믹스의 틀은 그대로 가지고 가지만, 일부 구체적인 분야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위축도 이어지고 있어, 아베 후임 총리의 부담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순스케 고바야시는 "아베 총리의 사임 여부와는 상관없이 부양의 도구들이 이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 활동 상당 부분은 멈춰졌다. 최대한 접촉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경제 부양을 위한 뾰족한 방법도 없다. 이동이 줄어들면서 수요는 줄고 있고, 부양을 하더라도 소비가 증가하지 않는다.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확진자가 느는 것도 문제다. 일본 정부는 최근 관광업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고 투 트래블'이라는 관광 부양정책을 시작한 바 있다. 무려 1조3500억엔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코로나19 확산을 더욱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일자리 보호를 통한 '방어적' 경제 정책을 쓰기도 쉽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일본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부분은 고용 안정책을 강화하고, 팬데믹으로부터 일본 경제가 입을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 정부는 117조 엔에 달하는 역대급 경기부양책을 썼기 때문에 재정부양 역시 한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가 지적한다. 

◆장기간 정치불안 이어지면 경제도 악영향

다만 신임 총리 선발 과정에서 정치적 혼란이 더해지면서 일본 경제의 위기는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2012년 당시 일본은 6년 동안 총리가 6차례 바뀌는 극심한 불안 상황을 겪었다. 만약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시장의 불안도 커질 수 있다.

오는 9월 총재 선거가 예정돼 있다. 아베 총리 후임으로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베 총리와 비슷한 정도의 강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은 아직 찾기 힘들다. 리더십의 부재는 정치는 물론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 사임 당일 주식시장은 하락하고 외환시장에서 엔의 가치는 올랐다. 아베 총리 사임으로 주가상승·엔 약세라는 아베노믹스 시대의 신호를 시장이 읽은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가 지적하듯 차기 총리가 누가 되더라도 당분간 코로나19 국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게 했던 '아베노믹스'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감되면서, 투자자들의 탈일본이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퇴진으로 중의원이 해산하고 총선거가 치러질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주식 시세 · 엔 환율의 불안정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외신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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