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유경쟁은 해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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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0-08-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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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산업은 규제산업이다. 국민의 돈을 굴려 예대 마진으로 기본 수익을 내는 은행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산업은 국민의 '관심사'를 유발하거나 떨어뜨리는 '권력'을 갖고 있다. 예컨대 누군가 부동산·주식 투자를 하도록 부추기고, 정치색을 갖는 데 기여한다. 매개와 콘텐츠는 우리가 평소 TV, 유튜브 등을 통해 시청하는 뉴스와 예능부터 증권가 지라시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더욱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지만, 속박되기도 하는 곳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중 'OTT 정책협력팀'을 신설하고, K-콘텐츠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토종 OTT 업체 간 협력 모델을 찾겠다고 밝혔다. 또 당장 사업자 간 통합을 전제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 시장 진출과 넷플릭스 등 공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에 대항한다는 명목 아래 토종끼리 뭉치도록 했다.

앞서 정부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에서 2022년까지 한국판 넷플릭스 5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과 엇박자를 낸다. 사실상 웨이브(wavve)를 제외한 국내 OTT 사업자들은 '자율적 협력과 경쟁'을 강조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이에 공감하면서도 협의체라는 테두리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방송분쟁조정위원회가 사업자 신청 없이 직권으로 재송신 분쟁 등의 조정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문제로 '블랙아웃'까지 언급됐던 유료방송사업자 '딜라이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CJ ENM'의 갈등 상황에 비추어, 방통위가 앞으로 이런 문제에 직권으로 조정 절차를 밟겠다는 의도다.

다른 산업군에서는 곧바로 소송으로 가도 이상하지 않을 민간의 분쟁이 방송·통신 분야에서는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개입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경쟁에서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지난달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에 '차별적 지원금' 지급을 이유로 총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LG유플러스의 자진 신고에서 비롯된 징계였다. 결국 SK텔레콤과 KT도 같이 피해를 본 셈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통3사가 담합이 아닌 경쟁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부각됐다.

규제산업은 빡세다. 사업자들이 지켜야 할 것도 많고, 시장 진입 자체가 만만찮다. 썩 내키지 않지만 정부 방침에 앞장서야 할 때도 있다.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땅 따먹기, 즉 출혈 경쟁에서 정부는 민간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주면 된다. 협력 여부는 필요에 따라 민간에서 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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