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황희연 LH 토지주택연구원장 "시대적 흐름에 걸맞는 LH 새 역할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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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0-08-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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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싱크탱크의 딜레마…공적 역할·수익성 '두 마리 토끼' 고충

  • '신도시 개발' 집중 연구…스마트시티·3시 신도시 특화

황희연 토지주택연구원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은 서민주택 공급과 주택개발을 위한 택지 공급 등 두 가지였습니다. 이제는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공기업으로의 역할을 뛰어넘어 21세기형 도시 개발 등 새로운 미래 사업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LH 부속 연구소이자 LH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한국토지주택연구원(LHI)의 황희연 원장은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학이나 사기업의 부설 연구소가 아닌,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의 부설 연구소로서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LH 싱크탱크의 딜레마…공적 역할·수익성 '두 마리 토끼' 고충

LHI는 전신인 주택도시연구원(1962년 설립)과 국토도시연구원(1995년 설립)이 지난 2009년10월 통합하면서 출범했다. 연구원은 상위 기관인 LH가 공기관인 만큼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기업으로서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대학 연구소처럼 순수 연구만 할 수도 없고 사기업 소속 연구원처럼 사적 이익만을 추구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가치가 충돌하는 와중에서도 국민들이 보다 나은 주거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주택의 공공성과 도시재생, 취약계층 포용 등에 관한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연구하는 것은 LHI만의 사명이자 자부심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가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소득·지역 양극화, 지방산업 쇠퇴,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남북관계, 코로나19 등 다양한 외부 환경에 처하면서 LH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황 원장은 "과거의 업무 형태를 계속 반복해서는 사회적으로 공기업 이상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면서 "21세기형 미래 정주 여건에 맞는 도시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원에서는 특히 미래경쟁력 있는 도시 연구와 균형발전문제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신도시 개발' 집중 연구…스마트시티·3시 신도시 특화 

연구원은 새로운 사회의 흐름에 맞춰서 한발 더 진화한 버전의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황 원장은 "사회가 팽창하는 시기에는 신도시만 만들면 됐지만, 저성장 사회로 돌아선 이후 도시경쟁력을 위해서는 도시 특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3기 신도시는 벤처기업·도시형 첨단산업 등 '청년 등의 일자리가 충분한 도시', GTX·신교통시설 등 '교통이 편리한 도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교육환경 개선을 통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와 '협력과 참여에 기반한 도시' 등을 목표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황 원장은 "3기 신도시의 궁극적 목표는 수도권 전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면서 "연구원은 3기 신도시를 '고립된 섬'이 아닌 기성도시 및 주변 지역과 연계 및 상생발전을 지향하는 '공생의 도시'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원은 LH 스마트휴먼캠퍼스 구축을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른바 '스마트 도시' 사업이다. 스마트휴먼캠퍼스는 4차 산업혁명과 신기후 변화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 산업, 교육, 창업 기능을 융복합한 혁신공간이다. 

황 원장은 "스마트시티 시범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세종과 부산 두 군데에서 진행 중"이라면서 "부산은 기존에 있던 시가지에서 블록으로 하는데, 세종의 경우 5-1 생활권에 작은 신도시급 블록 전체를 시범도시로 만들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일반 도시와 다르게 규제를 미리 풀어주니 오히려 다양한 실험을 하려고 하는 4차산업 업계 기업들이 자진해서 세종시로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테면 드론, 무인자동차, 데이터 관련 업계들이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는 "기업들이 하고 싶은 대로 실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 기업들이 스스로 도시개발을 기획하도록 했다"면서 "그랬더니 5~6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짜서 직접 기업활동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또 관련 기업 끌어오는 식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도시재생은 재건축재개발 대안…뉴딜 시즌2 중요성 높아져"
 
황 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도시재생 연구 전문가로, 현재의 도시재생 사업 현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등이 시설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면 도시재생은 사람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면서 도시재생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도시재생은 시민단체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실마리가 돼 재개발·재건축, 뉴타운사업 등 대규모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핵심으로 내세운 부동산 정책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은 없다"며 5년간 50조원을 들여 낡은 도심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 정책은 추진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도시재생 뉴딜은 그간의 도시재생이 장기간의 계획수립과 벽화그리기 등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그 성과가 미흡했다는 인식에서 주거지 재생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개념을 확대했다.

도시재생 사업은 2014년 선도지역 13곳(준공)을 시작으로 2018년 뉴딜 사업 100곳, 지난해 98곳 등 총 330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도시재생 종합정보체계는 올해 뉴딜사업 총 120곳 내외를 신규로 선정할 예정이다.

다만 황 연구원은 "주민공동체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은 한정적으로 지역에 활기를 가져올 수 있지만, 지역 쇠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지역경제 전반을 활성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에 따라 도시재생 뉴딜 시즌2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주거 취약계층에게는 또 다른 위기

코로나19 여파 이후의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는 개인 문화뿐 아닌 사회시스템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면서 황 원장은 주거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원장은 "인적 이동제한과 개인안전이 강조되면서 '나 홀로' 식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홈 루덴스'(Home Ludens) 문화 확산으로 혼자 즐길 수 있는 산업과 인간행태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는 주거의 가치와 가정의 관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서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재택근무가 또 다른 위기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거 취약계층이 디지털과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사회시스템에 적응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사회지원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전통적 도시운영 체계는 접근성에 기반했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공간거리 파괴와 다양한 도시기능의 융·복합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황 원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임대주택 거주민의 디지털 사용환경 개선, 미세먼지, 환경오염, 질병에 대비한 그린 단지계획, 도시 물류기능 및 운영체계 혁신모델 개발 등 디지털 분야와 친환경·안전 분야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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