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없는 성관계는 강간"…비동의강간죄 신설 법안

김도형 기자입력 : 2020-08-13 08:00
<9>이주의법안 류호정 정의당 의원 형법 개정안
국회 의원회관에 노란색 대자보가 100장 붙었다. 21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입성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비동의강간죄 법안 통과를 위한 퍼포먼스다. 현행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보다 확장하는 내용이다. 온라인 상에선 논란이 일었다.
 
"상대방 동의없이", "사람의 심신상실 항거불능 이용해"

류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비동의 강간죄를 형법상 명문화하는 내용이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류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에 포함된 3가지 양태의 강간죄 유형을 설명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폭행, 협박 또는 위계, 위력으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등이다.

아울러 형법 제303조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를 삭제하고 이를 기본 강간죄 구성요건에 확장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 종교인과 신자 사이처럼 실제 위계, 위력이 존재해도 '업무상' 관계로 인정되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류 의원의 설명이다.

법률상 간음이라는 표현도 모두 성교로 고쳤다. 류 의원은 "간음은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관계를 맺음'을 의미한다"며 "한자 '간(姦)'은 '계집 녀(女)' 자를 세 번 쌓은 글자로 '간악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성혐오적' 표현을 바로잡는 한편 '유사성행위' 등 간음이 아닌 행위를 포괄할 수 있다"고 했다.

류 의원은 "성범죄 처벌을 위해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유형력 행사로 인해 침해당한 신체의 자유가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이라면서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책임 있게 자신의 성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인격권'이며 '행복추구권'이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류 의원이 대표발의 해 정의당 의원 전원(강은미·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이 참여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김상희·양이원영·윤재갑·이수진·정춘숙,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함께했다.
대법 "폭행 협박 등으로 항거불능 상태여야"…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비동의 강간죄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도입이 시도됐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 하면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고, 이에 따른 반발도 나왔다.

대법원 판례는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항거불능 상태이거나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폭행을 해도 경우에 따라 강간죄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강간죄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공포심이나 수치심 등으로 적극적으로 항거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강간죄로 처벌할 수가 없는 셈이다. 실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 강간 피해 상담 건 124건 중 최협의설에 따른 강간죄 요건을 충족한 경우가 15건으로 12.1%에 불과했다.

비동의 강간죄는 서구 여러 국가에선 이미 도입이 됐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UN CEDAW)는 지난 2018년 "형법상 강간을 폭행, 협박이 있는 경우에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자칫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합의에 의해 관계를 맺었지만 이후 동의가 없었다며 상대를 무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선 "성관계 전에 녹음을 해야 하느냐"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현행 강간죄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폭행, 협박에 의한 항거불능 상태'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판시에서 좀더 확대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노란색 대자보 100장을 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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