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운영시스템 개선 요구에 왜 침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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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기자
입력 2020-08-1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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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중증장애인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는가

"사람들이 이제는 그만하자고 합니다. 이렇게 부르짖어봐야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무원 한 명 없고, 문제 의식을 갖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지역사회에서 저 같은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그날을 위해 저는 오늘도 피켓을 들고 투쟁의 길에 나섭니다."

연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그 비를 맞으면서도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시청 광장에 울려퍼지고 있다.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이 바로 이 목소리의 주인공들이다. 벌써 수 년째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주경제 지방국 김기완 기자

그렇다면 누가 그들의 투쟁을 장기화 시키고 있는 것인가. 세종시의 안일한 탁상행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날씨속에서 언제까지 중증장애인들의 이 같은 울부짖음을 지켜만보고 듣고만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청 광장서 이동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중증장애를 가진 평범한 세종시민이다. 장애인콜택시 운영시스템을 현실적으로 개선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지만, 수 년째 그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역 내 장애인단체도 마찬가지로 침묵하고 있다. 어느 단체 한 곳도 쉽게 나서지 못한다. 시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에 맞춰 단체 운영에만 급급한 현실이다. 장애인단체에도 묻고싶다. 정녕 지역 장애인들을 대변하는 단체인지 말이다. 왜 침묵하는 것인가.

한 장애계 인사는 지적한다. "지역 내 장애인단체가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했던 시절에는 장애인 권익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제도권에 들어서게 돼 보조금을 지급받게 되니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말이다.

모 단체의 경우 보조금을 지원해 달라고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 20여명을 불러모아 집회를 열기도 했었다. 그 현장에선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이 주 투쟁 용어였다. 그러나 운영비를 지원받으며,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보조금을 지급받게 되자 더이상 인간다운 삶은 거론되지 않았다.

법적 지위가 없는 임의 단체를 시작으로 마치 수 많은 장애인을 대변하는 대표인양 그럴듯한 주장을 내세우다가 관으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게 되면 침묵하는 전형적인 '보조금 따먹기' 케이스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장애인콜택시 운영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한 장애인은 "그동안 지역 장애인계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우리 단체는 보조금을 받고 있어서, 마음만 보탭니다라는 소리를 늘상 들어왔다."며 토로하고 "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결국,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거리로 나오게 됐다는 점에서 장애계는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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