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준형 "北·美 사이 중재자 역할은 그만…주도적인 설득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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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최신형 정치팀장, 정리=정혜인 기자
입력 2020-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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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돈의 뉴노멀 시대, 향후 몇십 년은 지속

  • 안보는 美, 경제는 中 의존하는 기형적 韓

  • '중재자' 외교,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 불러

  • 바이든 민주당 정부 출범땐 대화 가능성

  • 北 잘아는 2기 외교라인, 1년대 성과내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국제 질서가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을 찾았다.

김 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원장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국제정치의 근본적인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고 봤다. 특히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 속 미·중 갈등 장기화로 전 세계가 ‘혼란·혼재’의 뉴노멀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통합, 변형, 자유무역 등 세계화라고 이야기했던 가치들이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주요 2개국(G2)의 패권 전쟁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가 깨지면서 어느 한쪽으로도 안정화되거나 해결되지 않는 혼란 상태가 지속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몇십 년간 장기화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한반도의 분단구조와 경제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한국을 미·중 패권전쟁 최전선에 놓이게 했다고 분석했다.

한·미 안팎에서 거론된 10월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엔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못할 것 같다”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원장은 지난해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언급하며 “(북한이) 이번에 확실히 안 나온다고 했지만, 미국이 종전선언이라든지 평화체제, 제재해제 용의 등 이런 워딩이 미국에서 나오면, 구체적인 약속이 상호교환이 있으면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 정부엔 양날의 검이 되리라 전망했다. 미국 민주당 정부가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만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간 현안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원장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2기 외교안보라인을 향해 1년 안에 승부를 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승부처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며 “미국의 대선 국면을 떠나 주도적으로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대담 주요 내용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원장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지적학적 위기를 가혹했다"고 말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로나19가 지정학적 위기 가속했다”

-최근 들어 ‘위드 코로나’가 부상하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위드 코로나를 상수로 두고 사회 변화를 점진적으로 모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드 코로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보나.

“앞으로도 위드 코로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혹시 종식된다고 해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주기가 짧아지니 또 다른 형태의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 코로나19는 향후 국제정치 근본적인 변화와 맥을 같이 할 것이다. 우리가 나름 세계화라고 이야기했던 통합, 변형, 자유무역, 평화공존, 국제협력 이런 가치들이 지금 코로나 이후로 변화하고 있다. 2001년 9·11, 2008년 금융위기,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전조현상이 있었는데, 코로나가 이를 가속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 2개국(G2)의 지정학적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뉴노멀 시대는 이미 전 세계 경제나 외교,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국제질서는 세 가지가 중심적으로 변하고 있다. 스트롱맨 등장으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자본주의의 위기인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가 붕괴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봐야 할 것이 소위 말하는 ‘뉴노멀’이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데 뉴노멀은 혼재나 혼란이다. 다시 말해 협력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민족주의로 가는 것도 아니다. 또 민족주의가 없이 국제협력이 되는 것도 아닌 정반대 현상이 어느 한쪽으로 안정화되거나 해결되지 않는 혼란을 뜻한다. 뉴노멀은 다시는 정상으로 안 가는, 비정상의 상태가 꽤 오래 장기화할 것이란 얘기다.”

-이를 한가지로 압축하면 혼란, 카오스 상태라는 말이다.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몇 년 갈 것으로 본다. 우리처럼 짧은 임기를 하는 국가들이 오히려 세계 경쟁력이 부족하다든지 국가통제력이 부족하면서 효율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일본은 내각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장기집권하고 있다. 이런 국가가 중심이 되면 쉽게 해결이 안 된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자본의 무한정 확장을 장려하는 정책인데, 기본소득이나 복지 체제를 하려고 한들 이것이 해결될 것이냐. 미·중도 마찬가지. 중국이 미국을 완전히 제압하거나,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둘 다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다. 어느 한쪽이 제압되지 않는 상황이 된다. 상당히 장기간으로 갈 것으로 본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원장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외교 전략에 대해 "5대의 헬게이트가 동시에 열린다"고 말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포스트 코로나, 5개 헬게이트 동시에 열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이 시점에 한국의 외교 전략은 그 이전과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전문가 시각으로 보면 확실하게 시스템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물리적·지정학적으로 안방인 동북아에서의 미·중 충돌이다. 한반도의 분단구조 때문에 동북아에는 신냉전적 구조가 얇게나마 살아있다. 북·중·러, 한·일, 한·미·일. 한·일 간 갈등이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갈등을 하게 되면 이 구조가 다시 살아나 사실상 우리가 미국 패권 전쟁에 가장 최전선에 다시 서게 된다. 거기에다 우리가 가진 이 비정상적인 경제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굉장히 기형적인 상황이 우리에게는 엄청난 도전이 된 것은 사실이다. 소위 미·중·일·러와 북한이 다변화를 모색하려고 한다. 5개의 헬게이트가 동시에 열린 것이다.”

-최악의 상황인 것 같다. 올해 하반기 외교 최대 변수는 제3차 핵담판이다.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10월 개최 가능성 있는가.

“그 사이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 북·미 두 가지가 있다. ‘핵’이 우리 문제 모든 것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제재 시스템이 되면서 북한 비핵화가 되기 전까지 남북이 한발자국도 갈 수 없는 꽉 막힌 상태가 됐다. 일종의 열쇠가 북·미 정상회담이 됐는데, 딜레마가 있다. 트럼프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도, 북한도 관심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2019년) 6월 30일에도 전격적으로 만났다. 이번에 확실히 안 나온다고 했지만, 미국이 종전선언이라든지 평화체제, 제재해제 용의 등을 언급하고, 구체적인 약속이 상호교환이 있으면 만날 가능성도 있다.”

-‘중재자 역할’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미국 대선 전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게 뭐냐면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4·27 판문점선언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불러왔고, 9·19 평양공동선언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냈다. 6·30 판문점 남·북·미 회동이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을 끌어낸 것 아닌가. 북한과 미국에도 책임이 반반씩 있다. 우리의 책임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하노이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정치적 작업을 더 해야 했다. 미국이 영변을 가지기 위해서 내놔야 할 것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가 있었어야 했고, 설득했어야 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외교라인을 향해 "1년 내에 승부를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文정부 새 외교라인, 1년 내 승부 봐라”

-미국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양국 모두 진보 정권이 된다. 미국의 진보 정권과 한국의 진보 정권의 외교 전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지금까지 미국 민주당 정부가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일치한 순간은 딱 2년이었다. 당시 빌 클린턴 정부에서 강경하게 나가려는 것을 우리가 막아서 ‘페리프로세스’로 나갔다. ‘운전자석’도 그때 나온 말이다. 미국의 강경책을 우리가 설득해서 대북협상으로 만든 유일한 케이스였다. 그런 면에는 바이든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했던 것을 다 뒤집을 텐데, 그래서 하노이가 더 아쉽다. 북한에 무조건적으로 회담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또 ‘오바마 3기’ 전략적 인내로 갈 가능성이 있다. 서로 긴장하는 관계 속에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북한은 도발을 하고, 미국은 제재를 강화하는 것 등이 마이너스 요소다. 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나올 수 있다.”

-한·미 간 이슈는 방위비 협상, 주한미군 철수 등이다. 깜짝 대선 전 선제조치가 나올 수도 있는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이 같은 화약고 이슈가 어느 쪽으로 튈 것으로 보나.

“일단 트럼프에 대한 내부의 온건파 공화당의 비판도 미국 힘의 약세도 되돌릴 수 없는 대세다. 이걸 막거나 중국과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선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동맹국에 함부로 대하고 무기 팔고, 그런 식으로 압박하고 팔을 비틀면 동맹국들이 자기한테 남아있겠냐는 내부 비판이 있다. 그래서 바이든이 계속 동맹국과 협력하겠다고 얘기한다. 한·미동맹은 상호적으로 합리적으로 될 것으로 본다. 미군 철수는 내부에서도, 민주당에서도 반대한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새롭게 교체됐다. 새로운 2기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평가와 당부를 부탁한다.

“일단은 2기라고 하지만 1년 남았다. 1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혹시라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외교정책라인을 구성하려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내년 하반기는 우리가 대선국면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일단은 불리하게 출발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시그니처 과제다. 그래서 미국의 대선 국면을 떠나서 주도했으면 좋겠다. 승부처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년을 해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워낙 북한을 잘 아는 분들이니 승부를 걸어라. 한국이 앞장서서 ‘제재 국면을 깨뜨려라’가 아니고 주도적으로 미국도 설득하고 북한을 설득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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