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준형 "제3차 北·美 핵담판 내년 2∼3월 고비…北, 판 깨는 도박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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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박경은 기자
입력 201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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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 인터뷰…"北, 크리스마스 도발 현실적으로 어렵다"

  • 김정은 신년사 北·美 핵담판 변수…자력갱생 및 중·러 밀착, ICBM 담을 듯

  • 중·러 변수로 대미·대북 압박 커질 것…"6자 회담, 사공 많아 당분간 안 돼"

  • 한·일 관계 복원, 아베 메시지에 달렸다…"배상 없는 문희상案, 독 바른 사탕"

  • 다자 외교 지평 연 新남방정책…"미·중 갈등 사이서 완충·협력자 역할 할 것"

한반도 비핵화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제3차 북·미 핵담판은 안갯속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내 시한'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마지막 대화 제의도 거부했다. 북한이 내년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시작으로, 직진만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가 화염과 분노의 시대인 '어게인 2017이냐, 새로운 2020이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그래서 찾아갔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의 '2020년 한국 외교 전망'이 궁금했다. 그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3월 핀란드 반타에서 열린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한국 측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인 '신(新)남방 정책'도 그의 구상이다. 김 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원장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했다.

김 원장은 "제3차 북·미 핵담판의 가장 큰 고비는 내년 2∼3월"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는 도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대 3개월의 비핵화 촉진역을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어졌다는 얘기다.

특히 김 원장은 그 사이 주목할 변수로 '김정은 신년사'와 '중·러 변수'를 꼽았다. 김 원장은 '김정은 신년사'의 핵심 메시지로 △자력갱생 강조 △중·러와 밀착 등 외교 다변화 선언 △ICBM 개발 지속 기조 등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새로운 셈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중·러가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데 대해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유인책"이라며 "미국에도 빨리 양보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러가 요구하는 6자 회담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북·미 간 비대칭 셈법의 균형자 역할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김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셈법을 확인해야만, 북한이 미국에 베팅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일 관계 복원의 분수령으로는 오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꼽았다. 23일 방중길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은 당일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한다. 다음 날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난다.

김 원장은 "아베 총리가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법으로 제시한 '1+1+알파(α)'에 대해선 "배상금이 없다. 순전히 보상만 있다"며 "심하게 말하면 '독 바른 사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중·러 변수 부상··· 6자 회담 시기상조"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원장실에서 가진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제3차 북·미 핵담판의 가장 큰 고비는 내년 2∼3월"이라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020년 새해 벽두부터 국제 정세는 혼돈의 연속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북·미 실무협상이 연내 시한을 넘기면, 내년 초 ICBM 도발이 현실화할 수 있지 않나.
"2017년은 전쟁 위기의 시기였다. 2018년은 반전의 시기였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다시 어려움에 빠졌다. 하노이 회담이 두고두고 아쉽다. 북·미 관계의 아킬레스건은 ICBM 발사다. 일각에선 북한이 올해 크리스마스나 내년 초에 ICBM 발사를 할 것으로 보는데, 2∼3개월 더 끌면서 시간 벌기에 나설 것이다. 북한이 그 전에 레드라인(한계선)을 넘는 것은 상당한 도박이다."

-비핵화 연내 시한이 물 건너가면 '김정은 신년사'가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타성 위주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나.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개발, 중·러에 플랜 B를 두는 외교의 다변화, ICBM 개발 지속을 통한 대미 압박 등의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본다."

-북한 외교의 다변화 핵심은 북·중·러 밀착이다. 비핵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중·러가 제재 완화를 꺼낸 것은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유인책'이다. 이는 미국에도 빨리 양보하고 비핵화를 이뤄내라는 대미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판을 깬다는 것은 외교 다변화의 실패를 의미한다. 북한이 도박을 감행할 가능성은 작다."

-북·미 직거래 판에서 입지가 좁아진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나.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 한·미·일과의 차이점은 속도 조절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급진전하면, 중국은 자신들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은 제재 해제 등의 반대급부를 줘야만 북한이 핵담판에 나온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제재 해제 등에 더 적극적이다. 그래서 중국 변수는 양날의 검이다."

-중·러는 사실상 6자 회담 부활 카드도 꺼냈다. 이 또한 양날의 검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상황을 더 꼬이게 할 수 있다. 6자 회담은 '한·미·일'과 '북·중·러'라는 양자적·냉전적 구도의 대안으로 굉장히 바람직하다. 이상적인 미래 지향점이다. 하지만 북·미·일이나 남·북·미가 풀기 전에 6자 회담이 열리면 지나치게 사공이 많아진다. 의도와는 다르게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핵담판의 두 축인 북·미가 다자 회담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北 플랜A 중·러 아닌 美··· 트럼프 탄핵도 변수"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북·중·러 밀착에도 북한의 비핵화 '플랜 A'는 미국"이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통미봉남'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이 핵 개발 명분으로 삼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다. 그것이 철회되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비핵화 입구에 있는 거대한 장애물을 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제재 해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해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남한 패싱에 한몫했다고 보나.
"2017년 전쟁 위기를 다시 화해 시대로 연결한 것은 우리였다. 2018년은 '통남통미' 시대였다. 9·19 남북군사합의까지도 이 기조는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 2·28 하노이 회담 때부터 달라졌다. '영변 핵폐기+α'를 둘러싼 북·미 갈등 국면에서 우리가 트럼프 정부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북한의 플랜 A는 여전히 미국이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하노이 노딜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많이 깨졌지만, 북한의 플랜 A는 미국이다. 북한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반발을 무마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다. 이것을 확인하면 핵담판에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등 미국 국내 변수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은데.
"중요한 변수다. 하노이 노딜 때도 비슷했다. 이른바 '뮬러 특검'으로 시끄러웠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니, 자기들하고 합의할 것으로 착각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지금은 훨씬 더 어려운 탄핵 국면이다.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베팅하지 않겠나."

◆"韓·日, 아베에 달려··· 新남방, 미·중 완충지"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신(新)남방정책의 큰 그림을 그렸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반(反)화웨이 전선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놓고 미·중이 우리 정부에 '내 편에 서라'고 압박했다. 전략적 모호성이 그간 우리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최대치였는데.
"한국 외교와 경제의 변수는 앞으로도 미·중 갈등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의 외교'가 필요하다. 예컨대 자유무역 원칙을 선제적으로 발신하는 거다. 그러면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편 가르기가 아닌 한국 외교의 원칙을 세울 수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도 '대중 봉쇄 동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셈법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도 여전히 난제다. 조건부 유예한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일본발 수출 보복에 대한 등가성 문제였다.
"지소미아 종료를 왜 조건부로 유예했겠느냐.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이 많다고 생각한다. 결국 아베 총리가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일 갈등의 핵심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다. 문희상 국회의장 안(1+1+알파)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뭐랄까, 먹음직스러운데 심하게 말하면 '독 바른 사탕'이다. 왜냐하면 이 안에는 일본 정부에 대한 사과나 배상 요구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배·보상 문제인데, 배상 문제가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4강 외교 탈피 등을 위해 신남방과 신북방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달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해 다자외교의 새 지평을 열었는데.
"개인적으로 기쁘다. 제가 신남방정책을 만들었다(웃음). 신남방과 신북방,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 등이 핵심이다. 3P(사람·번영·평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남방정책은 미·중 사이의 갈등 완충지이자, 협력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 플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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