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준형 "한·중 관계 위기, G2 갈등에서 온 착시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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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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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대담···"中, 사드 때보다 한국 더 필요로 한다"

  • "한·일 상반된 전략적 노선…양국 관계 개선 당분가 기대 힘들다"

  • "전략적 모호성은 선제적 외교원칙·국제연대 기반 치밀한 중립성"

“한·중은 좋은데, 한·일 문제는 진짜 방법을 모르겠다.”

한반도의 앞날처럼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원장실에서 만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중, 한·일 관계를 이같이 평가했다.

김 원장은 ‘한·중 관계 위기’는 미·중 갈등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며, 오히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더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중 관계는 좋다. 공식적으로 이벤트가 적고 중국과 우리가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나쁠 것이라는 인식은 미·중 관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의 ‘편 가르기’로 인해 동맹적으로 가까운 미국과는 사이가 좋고 중국하고는 멀 것이라는 ‘프레임’에 의한 착시현상이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오히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때보다 중국이 한국을 더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라는 카드가 유용하다”며 “일본은 안 가겠다고 하면서도 한국은 오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일 관계 개선 방법에 대해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전략적 노선이 우리와 정반대라는 점을 언급하며 “당분간 해결책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은 대화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한국의 굴복을 요구하면서 양국이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원장은 “실제로 (한·일 관계가) 여기까지 온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이 우리의 굴복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열린 상황에서 안을 놓고 이야기하자고 했고, 일본은 선제적 조건으로 '1965년을 수용하고 되돌려라. 그렇지 않으면 안 만나겠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정부가 교체되거나 아베 총리가 바뀌지 않는 한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김 원장은 미·중 갈등 장기화 속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으로 해석되는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굉장히 잘못 쓰이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굉장히 스마트한 전략이다. 다시 말해서 치밀하게 계산되고 계획된 가운데 모호성을 발휘해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단순히 대답하지 않는 것은 전략이 아닌 그냥 ‘모호함’”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치밀한 모호성, 치밀한 중립성이 되어야 한다”면서 선제적 외교원칙과 국제 연대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원장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나쁠 것이라는 인식은 미·중 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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