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동산 딜레마] "집값 잡기냐, 경기회복이냐" 깊어지는 中지도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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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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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4가구 분양에 9000명 청약자 우르르" 선전 부동산시장 '광풍'

  • 경기부양 위해 풀린 돈···부동산 시장으로 '쏠림'

  • 中부동산 버블 경고음에도···하반기 부동산 개발투자 이어질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이 커지는 걸 막지 못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중국의 부동산 시장 현주소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푼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중국 대륙에 부동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집은 거주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며 2017년부터 부동산 시장 고삐를 조여왔던 중국 지도부로선 부동산 버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이냐, 집값 잡기냐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중국 선전시 한 신규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앞에 주민이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가고 있다.


◆"394가구 분양에 9000명 청약 우르르" 선전 부동산시장 '광풍'

중국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 부동산 시장엔 그야말로 ‘광풍’이 불었다.

중국 신경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선전시 광밍구 진룽제 '화파룽위화푸' 아파트 단지 394가구 신규 분양 청약엔 9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렸다. 청약 당첨 확률은 고작 4.37%에 불과하다.

선전시 바오안구의 또 다른 아파트인 '하이나궁관'의 5가구 신규 분양 물량에도 1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청약 당첨 확률은 고작 0.5%다. 주택 1채를 놓고 234명이 경쟁하는 셈이다. 선전시 부동산 역사상 가장 낮은 당첨 확률로 기록됐다.

선전뿐만이 아니다. 중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6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도시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보다 0.6% 상승했다. 5월 상승폭(0.5%)보다 더 가팔라진 것이다. 집값이 전달보다 상승한 도시도 전달의 57개에서 61개로 4곳이 더 늘었다.

◆ 경기부양 위해 풀린 돈···부동산 시장으로 '쏠림'

중국 부동산 시장 열기가 달아오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이 공격적인 통화·재정정책을 가동하며 시중에 돈이 풀렸다.

중국 은행권 신규대출은 급증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올 상반기 위안화 신규 대출금액은 12조900억위안(약 2072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나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치다.

중국 전체 시중 유동성을 반영하는 지표인 사회융자총량은 6월 한달간 지난해보다 12.8% 늘어난 3조4300억 위안(약 58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회융자총량은 4월 12%, 5월 12.5%로 매달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의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올 들어서만 두 차례 인하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 4.65%로 20년래 최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통제했지만 유동성 완화 기조 속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각 지방정부에서도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현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종 부동산 우대 혜택을 내놓았다. 인재 유치를 명목으로 대졸자에게 주택 구매시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보조금을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망은 올 상반기에만 중국 각 지방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관련 정책이 304개인데, 대부분이 부동산 규제 완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는 때마침 코로나19로 억눌렸던 부동산 수요가 시장에 풀린 것과 맞물리며 주택 구매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

◆ 中부동산 버블 경고음에도···하반기 부동산 개발투자 이어질듯

중국 부동산 시장 버블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부동산에 몰려있는 돈은 무려 52조 달러(약 6경2700조원)다. 주택 및 부동산 개발상이 보유한 재고의 총 가치를 계산한 것이다. 이는 미국 주택시장의 두 배 수준으로, 미국 채권시장 규모도 능가한다. 

WSJ는 “(이를 근거로) 많은 경제학자는 중국 부동산 버블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를 우려한 중국 정부도 2017년부터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경제 충격 속 규제 고삐를 마냥 조일 수만은 없게 됐다. 이는 중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 성장의 5분의1을 지탱하는 주축이다. 건설업, 가구 제조업 등 연관산업까지 더하면 전체 경제 성장의 3분의1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방정부 재정수입, 은행 대출, 가계 대출, 가계 자산 등에서도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도시 가구 전체 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에 묶여있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은 없다"는 방침을 제창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경기 회복세의 일정 부분은 부동산 투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부동산개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특히 6월 한 달 부동산개발 투자는 8.5% 증가했다. 로이터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고 신용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인프라와 부동산 개발 투자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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