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담보대출 대출 관리 부실 ··· 허술한 금융감독 체계도 '도마 위'

이종호·장은영 기자입력 : 2020-07-14 05:00
부동산 규제로 수익감소···전세보증 진출 연체이력·소득증빙 등 최소 확인절차 생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에도 담보 대출과 관련한 사기 사건은 계속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담보 대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은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뒤늦게 사태를 인지한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사의 내부감사시스템을 강화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 없이는 금융사를 노린 사기행각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부동산대책으로 인한 대출규제 및 코로나19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금융사들이 실적 중심의 영업행태를 계속하는 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술한 감독체계가 부른 ‘예고된 사고’
국내 금융권의 대출 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육류담보 대출 사기다.

이 대출은 유통업자가 쇠고기 등을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 확인증을 발급해 주고, 유통업자는 이 확인증을 토대로 금융회사에서 대출받는다. 그리고 이후 쇠고기 등을 팔아 대출금을 갚는 방식이다.

그러나 육류 유통업자 등 40여명이 약 2년간 고깃값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이중으로 잡는 수법으로 동양생명 등 14개 금융회사에서 약 58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문제는 당시 금융사의 대출 심사 과정이 부실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수입 육류 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차주의 신용 상태와 담보물의 실재성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당시 동양생명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2금융권에 대한 대출 심사 규제는 허술했다.

은행은 전세 대출 심사 시 주택도시기금 기준에 따라 전입·계약 사실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특히 전입 확인을 위해 신용조사업체에 의뢰해 직접 방문해 차주와 실거주자를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하지만 제2금융권에는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없다. 신한캐피탈은 신용조사업체에 업무를 위탁하지 않고 대출 모집법인을 통해 대출을 진행했다. 반면, 다른 저축은행과 캐피털은 신용조사업체를 통해 대출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보증기관을 통해 대출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는 사태였다고 입을 모은다. 

뒤늦게 사태를 인지한 금감원은 부랴부랴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 발생 후 전세보증금담보 대출 시 임대인과 임대계약 사실, 차주가 제출한 서류의 진위를 내부감사시스템 항목 추가하기로 했다”며 "내부감사 협의제를 확대 시행하고, 금융회사 내부고발자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휴사 믿고 대출 실행한 금융사 ··· ‘누구나 OK’

이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금융사에도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적에 도움이 된다면 쉽게 돈을 내주는 영업행태 때문이다.

특히 2금융권은 금리가 높은 대신 차주의 신용도나 담보에 대한 심사가 느슨하다. 결국 직원들조차 대출 실행 시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생략한 채 실적 올리기에 몰두한다.

신한캐피탈이 100억원대의 대출 사기를 당한 것도 실적 관련 영업행태와 무관치 않다. 신한캐피탈은 전세보증금담보 대출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지만 리스크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실제로 신한캐피탈은 올해 1분기 작년 동기(456억원) 대비 6.3% 감소한 4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최근 주택할부금융 부문에서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할부금융 수익은 118억2500만원으로, 2018년(166억1200만원)보다 28%(47억8700만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주택할부금융수익은 11억31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38억200만원)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실무 직원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발견해 즉시 해당 상품을 중단하고 모집법인 등 제휴사 실사 등 내부통제 프로세를 전반적으로 점검했다"며 "1분기 수익감소는 주식시장 폭락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올해 코로나19로 영업 환경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도 실적 우선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던 이유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털사는 여전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신한캐피탈의 지난 2월 말 기준, 90일 이내 만기도래 차입 부채 비율에서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은 67%로 100%에 못 미치고 있다. 단기적으로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실적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신한캐피탈이 전세보증금담보 대출 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했다가 사고를 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용조회 전문 업체가 아닌 대출 모집법인과 위탁계약을 맺는 어이없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전세보증금담보 대출은 캐피털사에서도 많이 취급하는 상품은 아니다”며 “신용조사하는 업체를 통해 권리 확인을 해야 했는데, 신한캐피탈은 대출 모집법인과 일을 하다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내부감사 협의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에 따른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대출 서류 접수 때부터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심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11회 2020GGG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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