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전직 검사 박원순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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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07-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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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시 합격 후 검사 임용, 1년만에 사표

  • 인권변호사, 정치인 시절 '검찰개혁' 화두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직 검사다. 인권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정치인으로 삶 대부분을 살았지만 그는 사법고시 합격 후 1년 간 검사 생활을 했다.

1980년 6월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년 뒤인 1982년 6월 사법연수원(제12기)을 수료하고 그해 9월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임용됐다.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서울대 선배 이호웅 전 의원의 권유로 검사를 지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사직은 그의 성격, 적성과 맞지 않았다. 1983년 8월 사표를 내고 서울에서 변호사를 개업했다.

사실 더 일찍 사표를 냈지만 당시 검사장이 뜯어 말리며 “1년 정도만 더 참고 해봐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그 검사장 본인이 인사발령이 나는 바람에 ‘초임 검사 박원순’의 사표는 수리됐고, 짧았던 검사 생활도 끝났다.

박 시장은 그가 지은 책, 다양한 인터뷰에서 검사를 그만 둔 이유를 여러 차례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사형 집행을 참관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도 있었고, ‘사람 잡아넣는 일’이 체질에 맞지 않았기도 했단다. 또 폭탄주 등 강압적 조직문화에 거부감을 느껴 검찰조직을 떠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6개월 정도 검사를 해보니 계속할 일이 못 되더라. 가해자 입장에 서는 것이니 내 체질에 안 맞는 거”라고 말했다.

고인의 인생은 검사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진다. 검사 출신 변호사 박원순은 민주화 운동, 인권 지킴이, 시민단체 활동 등에 헌신했고 정계에 입문, 최장수 서울시장(10년)을 지냈다.

사회 초년병 시절 1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검찰 문제의 심각성은 변호사, 정치인 박원순에게 검찰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공·사석에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자주 힘주어 말했다. 특히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 최근 몇 년 동안은 더 많이, 더 강하게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9년 10월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96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최초로 공수처 설치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법안을 청원한지 장장 23년 만의 일…심장이 터질 듯이 기쁩니다.”

“국민의 열망이던 검찰개혁은 이제 시작…법이 권력의 흉기가 아니라 온전히 국민의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정의를 위한 시간에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이상 2019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국회 통과 관련 SNS 글)

“지금이야말로 검찰개혁에 있어 중요하고 절박한 시기로, 검찰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2019년 10월 국회 토론회)

“정치의 변화를 통해 ‘1%가 장악한 기관들’을 바꿔야 한다. 권력에 의해 지배되는 검찰총장과 검사장을 미국처럼 직선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가.”(2016년 11월 언론 인터뷰)

전직 검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간절한 소망 중 하나였던 검찰개혁은 여전히 험난한 길, 곡절을 겪는 중이다.

일부 검찰 권력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 간 추진해 온 검찰 개혁에 끝까지 저항하는 모양새다. 검언유착 의혹에서 보듯 무소불위 검찰 권력에 의한 검찰 정치가 여전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에 벌어졌던 지휘권 행사-수용 논란은 검찰개혁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검찰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말을 다시 되새긴다.  

*이번 칼럼과 관련한 더욱 다양한 내용을 14일(화) 오후 7시 유튜브와 네이버TV로 방영되는 ‘아주3D’에서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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