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도로가 폐도로"...무리한 분상제 일정에 주민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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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7-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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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분양가상한제, 기부채납 등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멀쩡한 아파트의 정문을 없애는 등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상제 시행 일정에 맞춰진 무리한 행정과 탁상공론식 재건축 기부채납의 폐해가 정작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세영팔레스 아파트 입주민 67가구 가운데 50가구가 강남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법무법인 화현을 선임하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세영팔레스는 현재 착공에 돌입한 강남구 대치 구마을1지구 재건축사업지(대치 푸르지오 써밋) 바로 옆 단지로, 두 아파트 사이에는 강남구 소유의 공용도로(영동대로 65길)가 있는데, 강남구청이 조합으로부터 기부채납을 받는 과정에서 이 도로를 조합에 매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소송을 맡은 복동일 변호사는 "구청은 공용도로 매각 사실을 주민공람·설명회 등을 통해 공개했다는데, 정작 주민들은 알지 못했던 상황이라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놓은 상태"라면서 "절차상 하자가 없더라도 주민들의 권리침해가 크게 발생했고, 정비계획 수립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행정소송, 조합과 시공사를 상대로 한 공사중지가처분신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이번 사태가 구청과 조합이 분양가상한제 시행일인 이달 28일 전에 일반분양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건축 주민공청회에서 공용도로 매각 설명이 없었고, 뒤늦게 문제가 됐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구청과 조합이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공사를 강행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강남구청과 구마을 1단지 조합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 문제가 된 공용도로 존치와 동간 간격 확보 등 설계변경을 주장할 계획이다.

집단소송에 동참한 세영팔레스 관계자는 "강남구청이 조합에 공용도로를 넘기고 기부채납을 받는 과정에서 공용도로를 무리하게 사업지로 편입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일조권이 침해되는 것도 참기 어려운데, 이제 단지 정문과 매일 아이들이 등교하는 통행로도 사라져 차도로 다녀야 할 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구마을 1지구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당시 강남구청 담당자가 해당 도로를 사용하지 않는 도로라고 보고했다는데, 아파트 정문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사업일정에 쫓기다 보니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고, 구청이 분상제에 쫓겨 인허가를 해주는 바람에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도로에는 세영팔레스 아파트 정문을 포함해 단지 내 상·하수시설 등이 매립됐다. 공용도로에 매입된 상하수도 시설이 대치구마을 1단지 조합 사유지로 넘어간 만큼 향후 시설물 보수 유지공사 때마다 조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편, 강남구청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을 위한 주민설명회, 주민 재공람 등 관련 절차를 준수한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공용도로가 어떻게 사유지로 편입됐는지 과정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문제를 파악한 뒤 구체적 입장을 발표하겠다"고만 답했다.
 

[사진=대치동구마을1지구재건축정비사업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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