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퇴직 후 20년, 정말 원하는 일을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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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입력 2020-06-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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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


고령화사회라고 하면 활기찬 사회와는 거리가 멀어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지만, 본질적으로 ‘축복받은 사회’가 아닌가.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장수(長壽)의 꿈이 실현된 사회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는 자부심을 갖고 칭찬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고령화사회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거창하게는 노인 부양을 위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내 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로서는 월급의 몇 분의 몇도 안 되는 연금으로 빡빡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금 퇴직을 앞두고 계신 분들은 언젠가는 인턴이 되어서라도 일하고 싶을 것이다.

고령화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명은 늘어났지만 근로하는 기간은 그에 비례해서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주로 일했던, 마지막으로 일했던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50세에 못 미치는 49세인 반면에, 평균적으로 73세 정도까지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개인 입장에서 24년이나 무직 상태로 있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하고 싶은 고령층, 아니 50세부터라면 중고령층을 위한 고용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사실 어르신들은 어떻게 해서건 일자리 전선에 남아 있기는 하다. 한국의 55~64세 중고령층 중 취업한 근로자의 비율인 고용률은 약 70%인데, 이는 OECD 평균보다 8% 포인트 높다. 그런데 이렇게 어르신들께서 일을 많이 하시는데 임금 수준은 낮고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문제점이 있다. 이는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정규직이 아닌 근로자들은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사회보장시스템에 들어가 있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50세 이상 한국의 임금 근로자 중에서 21~26%는 파트타임이나 임시직으로서 더 젊은 연령층보다 확실히 파트타임 비중이 높다(20~49세는 연령대별로 14~18%). 기술 발달이나 자동화 시스템이 많이 도입되면서 그나마 고령층이 종사하는 일자리는 점점 더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차관리원의 평균연령은 50대 중반인데 자동화 주차관리시스템의 등장으로 이런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으며, 무인경비 시스템의 도입으로 평균연령 60대 중반인 경비원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층을 포함해서 '신중년'(50~60대)은 교육 수준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기계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단순한 일자리는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의외로 고령층이 배움에 적극적이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주변과 나누고자 하는 열의가 높다. 외부 강의를 나가 보면 젊은이들도 그렇지만, 의외로 노년층들의 열기가 매우 뜨겁다.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강연을 듣고 질문도 많이 하신다.

신중년 중에는 상담이나 강의, 컨설팅, 고문, 기획 등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 등의 일자리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일자리 수요가 많은 직업은 가사도우미, 청소원, 간병인, 경비원 등이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소규모 창업을 하고자 해도 경기 부진이 지속돼 수익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고, 경쟁이 치열해 폐업률이 높아 선뜻 창업을 하기도 어렵다. 자연히 재취업을 원하는 다수의 신중년은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불평이 많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래전부터 대응해 왔다. 민간단체도 함께하고 있다. 2013년부터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신직업 발굴 및 육성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민간에서 수행하고 있는 새로운 직업 활동 중 신중년이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지자체 사업을 예로 들자면, 서울시는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사회공헌형 일자리, 정보 제공이 주요 내용인 창업교육 등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50대 이후에 갖게 될 제2의 직업으로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좋겠다. 대학 학과를 정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 때, 자신이 원하는 학과나 직종보다는 부모의 기대나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퇴직 이후 일을 쉬고 싶을 때까지의 20여년은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 개인이 원하는 직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위에 언급한 지자체 차원의 사업은 홍보가 더 많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퇴직자를 위한 교육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우선 퇴직 전에 미리 경력을 탐색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 퇴직이 임박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좀 더 전부터 새로운 경력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20년 5월부터 1000명 이상 기업은 이직 예정인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하지만 중소기업 종사 근로자들은 제외된 점이 아쉽다. 더 많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전직(轉職) 지원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제2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전에 하고 있던 분야에서 벗어나 정말 원하는 분야를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겁이 나고 도전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에 진입하고자 하는 신중년을 위한 멘토링, 일자리 확대를 꾀하는 기업과의 연계, 지자체 차원의 홍보 등 유기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전 사회적으로는 ‘일하는 신중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수용적 태도,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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