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추상 발전 이끈 이승조, 작고 30주기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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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06-2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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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 전, 7월 1일 온라인 개막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전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기하학적 추상의 발전을 이룩한 이승조(李承組·1941~1990)의 회고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윤범모)은 29일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전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7월 1일 오후 4시 먼저 공개한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승조는 전후 복구시기 새로운 미래에 대한 열망이 충만했던 1960년대에 아방가르드 세대로 등장하며 한국의 기하추상을 진취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작고 30주기를 맞아 열리는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전은 연대기적 분석을 토대로 작가가 전 생애에 걸쳐 매진했던 ‘핵(核·Nucleus)’의 예술적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소개한다.

1968년부터 1990년까지 그가 마주했던 시대와의 관계 안에서 탄생한 회화 작품 90여 점과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던 전위적인 그룹 오리진(Origin)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에 관한 아카이브들을 소개하고 그 성과를 새롭게 조망한다.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출생한 이승조는 1960년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동급생이었던 최명영·서승원 등과 함께 순수한 회화로의 환원을 지향한 그룹 오리진(1962~)을 결성한다.

이후 이승조는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원통 단위를 조형 언어로 제시하고 한국 추상회화에서 매우 보기 드문 기계미학적 회화를 일궈낸다.

1968~1971년까지 당시 추상회화의 입상이 드물었던 보수적인 국전에서 4년간 연이어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현상학이론·개념미술·미니멀리즘 등 외부에서 유입된 현대미술의 흐름에 적극 호응했고 1970년대 중반 이후 단색화와의 연계성을 가지면서도 스스로 개척한 ‘핵’의 고유성을 놓지 않았다.

1988년에는 미국 미술에 강한 인상을 받아 회화와 오브제의 접목을 시도하며 알루미늄과 황동, 나무 패널들이 캔버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실험을 전개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한 채 1990년 타계했다.

생전에 ‘한국 화단에서 보기 드문 엄격한 기하학적 추상의 한 전형을 이룩한 화가’로 평가받았던 이승조는 회화의 아방가르드(Avant-garde)를 위해 철저한 자기분석을 모색한 작가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캔버스의 평면과 조형 간의 구조적인 논리를 추구한 이승조의 작품은 광학적이고 시각적인 옵아트(Op art)의 특징이 강하다”며 “매끄럽고 기계적인 표현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이었는데, 이는 평 붓의 사용과 사포질이라는 반복적인 노동과정, 그리고 종이테이프를 이용한 작가의 독자적인 채색방법에서 발현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승조 ‘핵 10‘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작가가 이룩한 조형적 주제들에 따라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1부 ‘색 띠의 탄생’, 2부 ‘평면과 모티프의 구축’, 3부 ‘고요한 일렁임’, 4부 ‘음과 양의 변주’, 5부 ‘무한을 향하여’, 그리고 1980년대 이후 안성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대작들을 중앙홀에서 소개한다.

1부 ‘색 띠의 탄생’에서는 색 면과 색 띠의 나열 사이에서 원기둥 모티프가 처음 등장한 ‘핵 10’(1968)과 오리진의 ‘제 3회 ORIGIN 회화전’에 출품되었으나 그 이후 대중에게 소개된 적 없던 ‘핵 G-70’(1969)을 선보인다.

2부 ‘평면과 모티프의 구축’과 4부 ‘음과 양의 변주’에서는 하나의 악상으로 출발한 원통형 모티프가 이루어내는 축적된 양상들과 수많은 가능성의 변주를 보여준다.

3부 ‘고요한 일렁임’에서는 절제와 반복적 행위로서의 작업 세계를, 그리고 5부 ‘무한을 향하여’에서는 이승조 회화의 정수로서, 형상과 바탕의 위계가 사라진 균질한 진동과 파장의 공간이 펼쳐진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승조의 작고 30주년에 맞춰 기획된 이 전시는 한국화단에서 보기 드문 엄격한 기하학적 추상의 발전을 이룩한 이승조 회화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며 “현재 단색화의 국제화가 있기까지 초석을 놓고, 한국 기하추상의 태동을 주도한 이승조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 및 미술사적 위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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