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뒷담화] 김경수-드루킹 재판을 뒤흔든 ‘25번’ 닭갈비

장용진 사회부 부장입력 : 2020-06-25 11:28

“25번 테이블은 존재하지 않았고, 포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닭갈비 15인분을 계산했고 포장이고 단골이라 20인분이 넘게 넉넉하게 줬다. 이 진술은 2년전 특검 수사관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22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재판에서 나온 닭갈빗집 사장의 이 한마디가 법정을 뒤흔들었다. 검사는 물론이고 재판장, 심지어 김 지사의 변호인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검사들은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변호인들은 뜻밖의 소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법정을 가득 메운 김 지사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아하-’라는 환호섞인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재판장은 덤덤하면서도 복잡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닭갈비 15인분 포장’ 무엇이길래 이런 일대 소동이 벌어진 걸까?

김 지사는 일명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드루킹의 댓글조작, 그 중에서도 선거와 관련한 댓글을 조작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다.

1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고 징역형과 함께 법정구속이 됐다. 김 지사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드루킹(본명 김동원)과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의 일치된 진술을 이길 수 없었다.

경공모는 드루킹을 추종하는 세력이 만든 모임으로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결사체이기 때문에 진술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진술을 맞추기 위해 그들 사이에 오간 메모가 발견됐지만 1심 법원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쟁점은 김 지사가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의 시연을 봤느냐였다. 로그인 기록으로 확인된 시연시각은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5분~23분 사이 세 차례였다.

김 지사 운전기사의 구글 위치정보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김경수 지사는 이날 오후 7시쯤에 경기도 파주의 산채에 도착해 9시 무렵까지 2시간을 머물렀다.

드루킹과 허익범 특검 측은 당시 회원들이 모인 상태에서 1시간 가량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브리핑을 했고 그 뒤에 회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김 지사와 킹크랩 개발자, 드루킹 이 세 명만 있는 상태에서 조용히 시연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나름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7시에 도착해 1시간가량 브리핑을 받은 뒤 8시가 조금 지나 회원들을 내보내고 8시 7분부터 약 15분간 시연이 있었다는 것인데, 경공모의 다른 회원들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반면 김 지사는 7시에 도착한 것은 맞지만 배달·포장된 닭갈비로 여럿이 함께 한시간 가량 식사를 했고 그 뒤에 브리핑이 있었으며, 브리핑이 끝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고 주장했다.

8시7분~23분 사이 킹크랩이 시연됐는지에 대해 김 지사는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있었다 해도 김 지사와는 아무 관계 없는 것으로,  그 시점에 김 지사는 다른 여러 경공모 회원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드루킹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서울=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취임 2주년을 맞이해 2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2년간의 성과와 향후 도정방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결국 쟁점은 ‘닭갈비 식사’ 여부로 모였다. 닭갈비를 먹었다면 시간 흐름 상 킹크랩 시연을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있던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고 시연을 했다는 점 때문에 브리핑 도중 시연이 있었을 가능성도 없다.

이와 관련해 허익범 특검은 닭갈빗집 사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열댓명 정도가 와서 15인분을 주문했고 서너개 테이블을 붙여서 식사를 했는데, 그 중 하나인 25번 테이블로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바로 이 특검 보고서를 근거로 김 지사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의 진술은 여러차례 번복됐지만 ‘객관적 자료(특검보고서를 말함)와 부합한다’며 증거로 인정됐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이날 닭갈빗집 사장의 법정증언으로 거짓말임 드러났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허익범 특검의 보고서가 조작됐던 것.

닭갈빗집 사장은 이날 “식사하고 간 영수증이라고 말한 적 없다. (특검 수사관에게)포장한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라고 힘주어 설명했다. “(특검 측에) 영수증을 재발행해 주면서 포장한 것이 맞다고 말씀드린 것으로 기억난다”라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변호인 : 이 영수증은 '식당에 방문해 25번 테이블에서 (식사했다고) 해서 테이블번호 25번으로 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기억이 있는가?

▷증 인 : (25번 테이블에서)식사하고 간 영수증이라고 대답한 적 없다. 영수증 발행하면서 ‘어떤 내용으로 계산이 됐냐’고 여쭤보셨는데, 제가 25번은 자세히 말씀 드릴 수 있다.

⊙변호인 : 검찰 수사관 질문하고, 답변한 기억은 없다는 건가요? 

▷증 인 : 저희는 제가 그때 영수증 드리면서
'포장한 것이 맞다'고 말씀드린 걸로 기억난다

⊙변호인 : 포장했다고 했는데 수사관이 이렇게 했나?

▷증 인 : 네, 저는 이런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

⊙변호인 : 영수증 다시 한번 보시고, (기재)방식과 (당시 주문)내용 설명 해주세요

▷증 인 : 닭갈비를 15인분 계산이 맞다. 그런데 영수증 번호 테이블 번호가 25번이다.
저희 가게 테이블은 2번부터 19번까지 (매장에 서빙된)닭갈비고, 20번부터 25번은 가상이다. 계산 안한 것이나 포장하거나 예약할 때 25번을 쓴다.
             닭갈비만 15인분 식사할 수 없고 코스 메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볶음밥도 같이 서빙하는데, 볶음밥 안먹고 닭갈비만 먹을순 없다.
             (계산시간이)
5시 50분으로 되어있는데 그러면 (시간 상) 5시에 식사를 해야한다. (그럼 점만 봐도) 결국 25번은 포장이 맞다. (게다가 그분들은) 저희 가게에 오셨던 자주 오시는 분들로 VIP이고 여러 번 식사했고 미리 예약하는 분들이다. (기억을 못할 수 없다)
             금방 식사를 하고, 주류를 드시지 않는다. 그리고 이 당시에는 숯불만을 하고 있어서(25번 테이블은 없었다).
             
가공의 25번(테이블) 데이터는 포장이 맞고, 총 23인분 정도를 포장해 드린거다. 2+1이라서 오시는 분들이 많이 식사를 하시기 때문에 20~25명이 식사할 수 있는 분량이다. 김종호씨라는 이름으로 VIP 등록된 회원이다.

⊙변호인 : 증언한 내용
검찰 수사관에 뭐라 말씀했나?
▷증 인 : (지금처럼) 자세히 말한 건 아니지만 ‘25번은 포장’이라고는 이야기했다
 

한편, 이날 닭갈빗집 주인의 진술로 허익범 특검은 비상이 걸렸다.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를 막기 위해 만든 것이 특별검사인데, 그 특검에서 증거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허 특검이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담당 수사관에게 형사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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